<내일시론>급해진 시험부정 원천봉쇄 대책(문창재 2004.12.03)

지역내일 2004-12-03 (수정 2004-12-03 오후 12:41:53)
급해진 시험부정 원천봉쇄 대책

비행기 이착륙과 자동차 경적을 자제하고, 직장인들의 출근시간을 늦추는 한국의 대입 수능시험 날 풍경을 외국인들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출제위원들이 오랜 감금생활을 강요받고, 시험지 수송이 007작전을 방불케 하는 사정을 알면 더 놀랄 것이다. 한 가정의 행복과 불행이 온통 그 시험 하나에 달린 양, 온 나라가 들썩거리는 시험에 조직적인 부정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어떻게 반응할지 두렵다.
경찰이 대입 수능시험 시간대에 이루어진 휴대폰 문자 메시지 3억여 건에 대한 수사를 통해 시험부정을 적발해 내고 있다. 과연 IT 강국다운 시험부정 수법에 걸맞은 과학수사라 하겠다. 그 많은 자료를 일일이 대조 검토하겠다는 수사의지와 기법이 놀랍다.

돈으로 이루어진 놀라운 부정의 커넥션
공부 잘 하는 수험생이 친구를 위해 일찍 답안을 쓰고 나가 휴대전화 메시지 전송기능을 이용해 답을 알려준 정도의 부정이라면 ‘우정’과 ‘의리’를 연상할 수도 있다. 수십만 명 가운데 한둘이 그런 부정을 저지른다고 해서 시험의 신뢰도를 의심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많은 ‘선수’와 ‘중개자’가 개입해 복수의 수험생들에게 정답을 전송해 주는 조직적 행위라면 문제가 달라진다. 시험의 공신력에 중대한 손상이 아닐 수 없다.
그 놀라운 부정의 커넥션이 돈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은 나라의 장래를 더욱 암담하게 한다. 용돈 몇 십만원의 유혹을 못 이겨 부정에 가담한 학생이 그렇게 많다는 것은 우리 젊은이들이 어떤 가치관을 가졌는지 짐작하게 해 준다. 원하는 대학에 가기 위해 어떤 수단과 방법도 괜찮다는 생각이 이토록 만연되었다면, 더 이상 사회정의와 도덕을 입에 담을 수 없는 세상이다. 실제로 많은 학생이 그런 방법으로 대학에 갔다는 사실에 더욱 낙담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지경이 되도록 당국이 시험제도와 관리상의 문제점을 방치했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휴대전화를 이용한 시험부정은 몇 해 전부터 교육계에 널리 알려져 온 일이다. 재수생 사회에서는 그런 방법으로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 사례가 구체적으로 떠돌았고, 이른바 선수명단까지 나돌았다고 한다. 이번 시험 전에도 사이버 세상에 그런 정보가 포착돼 경찰이 교육 당국에 통보했고, 교육당국은 시험 전에 관계자 회의를 소집해 그 정보에 유의하도록 했다.
그런데도 시험장에선 어떤 부정행위도 적발되지 않았다. 심지어 전화기 휴대를 금지시키라는 지침도 이행되지 않았다. 전화기를 검사하는 시험장도 있었지만 형식적이었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숨겨가지고 들어갈 수 있었다는 것이 많은 수험생들의 말이다. 더욱 이해할 수 없는 일은 시험감독이 있는 곳에서 어떻게 그 많은 수험생들이 휴대전화를 켜놓고 답안을 보고 쓸 수 있었느냐는 것이다. 감독교사가 부정행위를 보고도 못 본 척 하지 않고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또 한 가지는 대리시험 문제다. 부정 수험생들은 응시원서에 공부 잘하는 ‘선수’의 사진을 붙여 제출하고, 같은 사진을 사용한 위조 신분증을 지참했다고 한다. 위조 주민등록증을 만들어주는 전문 브로커까지 있다 하니, 대리시험이 얼마나 일반화되어 있는지 짐작이 간다. 이 경우는 아무리 철저히 대조해도 적발이 불가능하지만, 사진과 얼굴이 다른 부정행위도 좀체 적발되지 않는다.

부정행위 원천봉쇄할 수 있는 시험제도와 관리기법 개발 중요
이런 부정수법이 통용되는 근본이유는 대학이 수험생의 얼굴과 합격자의 얼굴을 대조 확인할 수 없는 제도적 결함에 있다. 입학전형을 할 때 대학은 교육평가원이 보내주는 수능시험 점수만을 자료로 쓸 뿐, 사진은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시험부정은 인류역사상 어느 때 어느 곳에나 존재한다. 근대중국 문호 루신(魯迅)은 아버지를 부정시험으로 과거에 합격시키려던 할아버지 음모가 탄로나 가세가 몰락한 일을 늘 부끄럽게 여긴 일로 유명하다. 조선 말기의 세도가 홍국영이 부정시험으로 과거에 합격한 일화도 널리 알려져 있다. 커닝이라는 영어 단어가 말해주듯, 시험부정의 수법은 교활하다.
중국과 조선의 과거제도 변천사는 끝없이 개발되는 부정행위 수법과 이를 막으려는 노력의 산물이었다. 철저한 수사도 중요하지만, 부정행위를 원천봉쇄할 수 있는 시험제도와 관리기법의 개발이 더 중요하다.
문 창 재 객원 논설위원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