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60주년, 한일협정 40주년인 2005년을 앞두고 최근 한일관계에서 예민한 문제가 불거졌다.
정부가 그간 논란이 돼 온 한일회담 회의록을 연내에 공개한다는 방침이 보도된 것. 정부는 문서공개를 위해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실을 중심으로 특별팀을 구성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태평양전쟁 피해자보상 추진협의회(보추협)’ 등 관련단체들이 술렁였다. 한일회담 회의록 공개는 보추협 등이 정부를 상대로 문서공개 청구소송을 벌여 지난 2월 승소했으나 정부가 항소하면서 상당기간 미뤄질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더욱이 공개되는 내용에 따라서는 내년을 달굴 뜨거운 이슈로 등장할 가능성도 있는 상황.
물론 정부는 문서공개의 의미를 애써 축소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공개는 그동안 참여정부가 내세운 투명한 정보공개 원칙에 입각해 사법부 판결을 존중하는 행정부의 법 집행”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문서공개가 내년이 해방 60주년, 한일협정 40주년이라는 점을 의식한 점에 대해서는 감추지 않았다.
이와 함께 지난 8일에는 ‘일제 강점하 친일 반민족 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친일진상규명법)이 여야 합의로 마련되고 국회 행자위를 통과했다. 물론 상정된 법안이 원안에 비해 퇴색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있지만 대통령 직속으로 진상조사위원회 활동이 시작되면 상당한 파문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세계적 종전 60주년 되는 해 = 시민단체는 내년이 한일관계 재정립이라는 의미에서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판단하고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다.
벌써부터 민관이 함께 하는 가칭 ‘해방60주년위원회’설립이 제안된 상태다.
민족문제연구소 방학진 사무국장은 “대부분 위원회 설립에 이심전심으로 공감하는 분위기라 조만간 공식적인 논의를 거쳐 표면화될 것”이라며 “내년 행사는 개별단체의 장점을 살려 행사마다 특색 있게 준비하면서 이를 모아내는 형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는 내년이 일제로부터 해방된 지 60년이기도 하지만, 세계적으로 종전 60주년이 되는 해인 만큼 위안부 문제를 종전 후 아직까지도 해결되지 않고 있는 문제로 국제사회에 전면 부각시킨다는 방침이다.
정대협 윤미향 사무총장은 “내년은 세계적으로도 종전 6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라며 “아직까지도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에 세계가 동참하는 해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정대협은 얼마 전 ‘100만인 국제연대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이 운동은 일본정부가 국제기구 권고대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게 사죄배상을 하도록 촉구하는 한편, 일본 정부가 이에 응하지 않으면 일본이 UN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에 진출할 수 없도록 국제여론을 이끌어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내년 3월 8일 세계여성대회에서 위안부문제를 ‘전세계 여성이 추방해야할 이슈’로 제기하고, 내년 중으로 전쟁과 여성인권박물관 건립을 추진하기 위해 오는 16일 위원회를 발족한다.
민족문제연구소도 그동안 벌여온 친일 사진전을 친일 문학인, 예술인 중심에서 언론, 학술, 종교 등으로 넓혀 친일종합사진전 형식으로 준비하고 있다.
◆“정부주도 축제형식은 곤란” = 반면 내년을 맞는 정부의 태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부가 내년을 한일 과거사를 묻어버리는 해로 몰고 가고 있다는 것이다.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내년을 ‘한·일 우정의 해’로 정하고 비자면제 등을 추진키로 합의하거나 이른바 ‘욘사마’ 분위기를 편승하는 모습에 대해 비판적이다.
방 국장은 “일본을 무조건 적대시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반성 없는 우정 없다’는 말처럼 일본이 과거사에 대해 진심으로 반성의 자세를 보이지 않는다면 그 우정은 거짓”이라며 “정부가 국민적 동의 없이 내년을 ‘우정의 해’로 섣불리 선언한 것은 유감”이라고 일침을 놨다.
또 정부가 행사를 주도하면서 기념식 위주나 축제형식으로 흐를 가능성도 경계하고 있다.
보추협 이희자 공동 대표는 “그동안 겪어오면서 일본정부가 한일협정으로 전후 모든 책임을 회피하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며 “내년을 그저 기념하는 것으로 그치지 말고 일본정부는 자신들이 저지른 태평양전쟁을 분명히 책임지는 전제에서 양국의 미래를 새롭게 만드는 시작점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정원택 구본홍 기자 wontaek@naeil.com
정부가 그간 논란이 돼 온 한일회담 회의록을 연내에 공개한다는 방침이 보도된 것. 정부는 문서공개를 위해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실을 중심으로 특별팀을 구성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태평양전쟁 피해자보상 추진협의회(보추협)’ 등 관련단체들이 술렁였다. 한일회담 회의록 공개는 보추협 등이 정부를 상대로 문서공개 청구소송을 벌여 지난 2월 승소했으나 정부가 항소하면서 상당기간 미뤄질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더욱이 공개되는 내용에 따라서는 내년을 달굴 뜨거운 이슈로 등장할 가능성도 있는 상황.
물론 정부는 문서공개의 의미를 애써 축소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공개는 그동안 참여정부가 내세운 투명한 정보공개 원칙에 입각해 사법부 판결을 존중하는 행정부의 법 집행”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문서공개가 내년이 해방 60주년, 한일협정 40주년이라는 점을 의식한 점에 대해서는 감추지 않았다.
이와 함께 지난 8일에는 ‘일제 강점하 친일 반민족 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친일진상규명법)이 여야 합의로 마련되고 국회 행자위를 통과했다. 물론 상정된 법안이 원안에 비해 퇴색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있지만 대통령 직속으로 진상조사위원회 활동이 시작되면 상당한 파문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세계적 종전 60주년 되는 해 = 시민단체는 내년이 한일관계 재정립이라는 의미에서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판단하고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다.
벌써부터 민관이 함께 하는 가칭 ‘해방60주년위원회’설립이 제안된 상태다.
민족문제연구소 방학진 사무국장은 “대부분 위원회 설립에 이심전심으로 공감하는 분위기라 조만간 공식적인 논의를 거쳐 표면화될 것”이라며 “내년 행사는 개별단체의 장점을 살려 행사마다 특색 있게 준비하면서 이를 모아내는 형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는 내년이 일제로부터 해방된 지 60년이기도 하지만, 세계적으로 종전 60주년이 되는 해인 만큼 위안부 문제를 종전 후 아직까지도 해결되지 않고 있는 문제로 국제사회에 전면 부각시킨다는 방침이다.
정대협 윤미향 사무총장은 “내년은 세계적으로도 종전 6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라며 “아직까지도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에 세계가 동참하는 해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정대협은 얼마 전 ‘100만인 국제연대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이 운동은 일본정부가 국제기구 권고대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게 사죄배상을 하도록 촉구하는 한편, 일본 정부가 이에 응하지 않으면 일본이 UN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에 진출할 수 없도록 국제여론을 이끌어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내년 3월 8일 세계여성대회에서 위안부문제를 ‘전세계 여성이 추방해야할 이슈’로 제기하고, 내년 중으로 전쟁과 여성인권박물관 건립을 추진하기 위해 오는 16일 위원회를 발족한다.
민족문제연구소도 그동안 벌여온 친일 사진전을 친일 문학인, 예술인 중심에서 언론, 학술, 종교 등으로 넓혀 친일종합사진전 형식으로 준비하고 있다.
◆“정부주도 축제형식은 곤란” = 반면 내년을 맞는 정부의 태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부가 내년을 한일 과거사를 묻어버리는 해로 몰고 가고 있다는 것이다.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내년을 ‘한·일 우정의 해’로 정하고 비자면제 등을 추진키로 합의하거나 이른바 ‘욘사마’ 분위기를 편승하는 모습에 대해 비판적이다.
방 국장은 “일본을 무조건 적대시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반성 없는 우정 없다’는 말처럼 일본이 과거사에 대해 진심으로 반성의 자세를 보이지 않는다면 그 우정은 거짓”이라며 “정부가 국민적 동의 없이 내년을 ‘우정의 해’로 섣불리 선언한 것은 유감”이라고 일침을 놨다.
또 정부가 행사를 주도하면서 기념식 위주나 축제형식으로 흐를 가능성도 경계하고 있다.
보추협 이희자 공동 대표는 “그동안 겪어오면서 일본정부가 한일협정으로 전후 모든 책임을 회피하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며 “내년을 그저 기념하는 것으로 그치지 말고 일본정부는 자신들이 저지른 태평양전쟁을 분명히 책임지는 전제에서 양국의 미래를 새롭게 만드는 시작점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정원택 구본홍 기자 wontae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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