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을 돌아본다]‘국가정체성 투사’ 6개월,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득실
당내 리더십은 확보, 중도 지지층은 잃어
지역내일
2004-12-24
(수정 2004-12-24 오전 10:49:09)
2004년 전반기가 총선으로 시작해 총선으로 끝났다면, 2004년 후반기의 가장 큰 이슈를 국가보안법이었다. 국보법 논란의 주된 축 중의 한 명은 단연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였다. 박 대표는 ‘국가보안법=국가정체성’이라는 등식으로 이른바 국가정체성 투사로서 6개월여를 줄기차게 싸워왔다. 4자회담으로 국보법 논란이 마무리돼가고 있는 지금, 박 대표의 득과 실은 무엇인지 정리해본다.
◆선명한 보수색깔 고수= 결론적으로 집토끼만 잡고, 산토끼는 놓쳤다는 평가다. 국보법 사수를 통해 보수색깔을 명확히 보여줌으로써 그동안 불만을 가지고 있던 영남권을 중심으로 한 전통적인 보수층을 한나라당 울타리에 묶어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영남권을 제외한 타 지역과 40대 지지자들은 놓쳤다는 것이다.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민주노동당’이 원내에 진출했으며, 냉전체제가 무너져 한반도가 평화와 화해로 가는 마지막 진통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반공·분단의 사고에 머물러, 시대 흐름을 놓쳤다는 부정적인 평가도 있다.
이는 박 대표의 지지율 추이로도 명확하게 드러난다.
3월 31일, 노무현 대통령 탄핵 후폭풍으로 위기에 빠졌던 한나라당을 구할 대표로 선출된 박근혜 대표는 4·15 총선을 진두지휘해 121석이라는 성과를 얻어냈다. 위기를 느낀 보수층이 박 대표를 중심으로 총 결집한 것이다. 총선에서 한나라당을 구해낸 박 대표는 ‘상생정치’를 제기하고, 과거 대안 없이 여당의 발목잡고 싸우는 야당이 아니라, 대안을 갖고 여당과 협조하는 야당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당내 비주류는 박 대표를 향해 “싸우지 않는다”고 비판을 쏟아냈지만, 비판 속에서도 상생정치의 기조를 지켰다. 당시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 대표의 지지도는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7월 19일. 2기 체제를 출범한 박 대표는 이틀 뒤인 21일 자택으로 기자단을 초청한 자리에서 ‘국가정체성’을 들고 나왔다.
박 대표는 “국가의 정체성을 흔들면 야당이 전면전을 선포할 수 있다”고 ‘국가정체성’ 문제를 정식으로 제기하고 그동안 유지했던 ‘상생정치’의 깃발을 내렸다. “국가정체성 문제로 전면전을 벌이는 것은 옳지 않다”는 당내 소장파 및 개혁파들의 요구도 일축했다. 모든 것을 국가정체성에 맞추고, 정치쟁점에서 구체적인 대안이 없다는 비판도 나오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영남권을 중심으로 한 보수층의 결속으로 지지율을 잠시 올라갔지만 7월 말 정수장학회 문제에 대한 애매한 대처, 과거사법 관련한 정체성 공방 이후부터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시대의 변화, 직접 설득할 때”= 박 대표 지지도 하락의 주요인은 40대와 영남권이 아닌 타 지역의 지지도가 대폭 하락했다는 점이다. 2007년 대선을 결정할 핵심 키로 꼽히는 이들을 잃었다는 것은 박 대표 ‘국가정체성’ 투쟁의 가장 큰 실이다.
정치컨설팅 그룹 ‘민’의 박성민 대표는 “40대는 우리사회가 어디로 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조타수 역할과 동시에 경제문제에 민감한 이중성을 가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40대의 보수화가 경제적 측면에서 나왔다면 시대의 흐름과 변화에 맞춰 한반도의 나아갈 방향에서는 진보적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경제가 어려워지자 박근혜 대표에게 갔던 40대가 국가정체성 투쟁에서 수구에 가까운 박 대표의 모습을 보고 떠났다는 진단이다.
실제 내일신문·한길리서치 공동 여론조사를 보면 8월 중순 54%까지 올라갔던 40대의 박근혜 대표에 대한 지지도는 11월 초순 41%대로 떨어졌다.
박 대표에 대한 지역별 지지도는 서울의 경우 8월 중순 48.1%에서 11월 초순 40.4%로 하락했으며, 경인지역의 경우 49.3%에서 35.8%로 급락했다. 또한 호남의 경우 36.7%에서 22.1%로 떨어졌다.
박성민 대표는 “현재 한나라당에 지지를 보내는 40대도 한나라당에서 개혁적인 모습이 없어지만 상당수가 떠날 사람들”이라고 박 대표에게 충고했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이 ‘미국과 기업을 중시하는 실용노선’으로 선회에 경제살리기에 국정운영의 역량을 집중한다면 40대의 변화는 더욱 커질 것이라는 것.
결국 박 대표가 진보적인 행보로 주도권을 잡지 않는다면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라는 평가다. 박 대표는 당내 인사가 아니라, 강영훈 총리 등 보수적인 목소리를 내는 인사들과 영남권 주민들을 직접 만나 시대의 변화와 한나라당이 나아가야할 길을 설명하고 설득해야 한다는 충고다. 그래야 장기적인 박 대표의 리더십은 확보된다는 것이다.
/백왕순 기자 wspaik@naeil.com
◆선명한 보수색깔 고수= 결론적으로 집토끼만 잡고, 산토끼는 놓쳤다는 평가다. 국보법 사수를 통해 보수색깔을 명확히 보여줌으로써 그동안 불만을 가지고 있던 영남권을 중심으로 한 전통적인 보수층을 한나라당 울타리에 묶어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영남권을 제외한 타 지역과 40대 지지자들은 놓쳤다는 것이다.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민주노동당’이 원내에 진출했으며, 냉전체제가 무너져 한반도가 평화와 화해로 가는 마지막 진통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반공·분단의 사고에 머물러, 시대 흐름을 놓쳤다는 부정적인 평가도 있다.
이는 박 대표의 지지율 추이로도 명확하게 드러난다.
3월 31일, 노무현 대통령 탄핵 후폭풍으로 위기에 빠졌던 한나라당을 구할 대표로 선출된 박근혜 대표는 4·15 총선을 진두지휘해 121석이라는 성과를 얻어냈다. 위기를 느낀 보수층이 박 대표를 중심으로 총 결집한 것이다. 총선에서 한나라당을 구해낸 박 대표는 ‘상생정치’를 제기하고, 과거 대안 없이 여당의 발목잡고 싸우는 야당이 아니라, 대안을 갖고 여당과 협조하는 야당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당내 비주류는 박 대표를 향해 “싸우지 않는다”고 비판을 쏟아냈지만, 비판 속에서도 상생정치의 기조를 지켰다. 당시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 대표의 지지도는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7월 19일. 2기 체제를 출범한 박 대표는 이틀 뒤인 21일 자택으로 기자단을 초청한 자리에서 ‘국가정체성’을 들고 나왔다.
박 대표는 “국가의 정체성을 흔들면 야당이 전면전을 선포할 수 있다”고 ‘국가정체성’ 문제를 정식으로 제기하고 그동안 유지했던 ‘상생정치’의 깃발을 내렸다. “국가정체성 문제로 전면전을 벌이는 것은 옳지 않다”는 당내 소장파 및 개혁파들의 요구도 일축했다. 모든 것을 국가정체성에 맞추고, 정치쟁점에서 구체적인 대안이 없다는 비판도 나오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영남권을 중심으로 한 보수층의 결속으로 지지율을 잠시 올라갔지만 7월 말 정수장학회 문제에 대한 애매한 대처, 과거사법 관련한 정체성 공방 이후부터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시대의 변화, 직접 설득할 때”= 박 대표 지지도 하락의 주요인은 40대와 영남권이 아닌 타 지역의 지지도가 대폭 하락했다는 점이다. 2007년 대선을 결정할 핵심 키로 꼽히는 이들을 잃었다는 것은 박 대표 ‘국가정체성’ 투쟁의 가장 큰 실이다.
정치컨설팅 그룹 ‘민’의 박성민 대표는 “40대는 우리사회가 어디로 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조타수 역할과 동시에 경제문제에 민감한 이중성을 가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40대의 보수화가 경제적 측면에서 나왔다면 시대의 흐름과 변화에 맞춰 한반도의 나아갈 방향에서는 진보적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경제가 어려워지자 박근혜 대표에게 갔던 40대가 국가정체성 투쟁에서 수구에 가까운 박 대표의 모습을 보고 떠났다는 진단이다.
실제 내일신문·한길리서치 공동 여론조사를 보면 8월 중순 54%까지 올라갔던 40대의 박근혜 대표에 대한 지지도는 11월 초순 41%대로 떨어졌다.
박 대표에 대한 지역별 지지도는 서울의 경우 8월 중순 48.1%에서 11월 초순 40.4%로 하락했으며, 경인지역의 경우 49.3%에서 35.8%로 급락했다. 또한 호남의 경우 36.7%에서 22.1%로 떨어졌다.
박성민 대표는 “현재 한나라당에 지지를 보내는 40대도 한나라당에서 개혁적인 모습이 없어지만 상당수가 떠날 사람들”이라고 박 대표에게 충고했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이 ‘미국과 기업을 중시하는 실용노선’으로 선회에 경제살리기에 국정운영의 역량을 집중한다면 40대의 변화는 더욱 커질 것이라는 것.
결국 박 대표가 진보적인 행보로 주도권을 잡지 않는다면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라는 평가다. 박 대표는 당내 인사가 아니라, 강영훈 총리 등 보수적인 목소리를 내는 인사들과 영남권 주민들을 직접 만나 시대의 변화와 한나라당이 나아가야할 길을 설명하고 설득해야 한다는 충고다. 그래야 장기적인 박 대표의 리더십은 확보된다는 것이다.
/백왕순 기자 wsp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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