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락치기’라는 말이 있다. 평소에는 공부 안하고 놀기만 하던 학생들이 시험 때가 되면 공부한다고 설친
다. 그러나 그 공부가 제대로 될 리가 없다.
지금 국회가 바로 그짝이다. 100일이나 되는 회기의 절반 이상을 까먹고 뒤늦게 밀렸던 일을 몰아서 하느라
부산하다. 그나마 각종 의안과 법안들을 제대로 다루면 좋으련만 지금 낌새로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얼렁뚱땅 넘어가선 안될 사안 가운데 하나가 바로 정치개혁이다.
그렇다. 문제는 다시 정치개혁이다. 정치개혁이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정치가 사회의 온갖 갈등을 가장 높
은 차원에서 풀어나가는 제도적 장치임을 생각하면 정치개혁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시급한 과제인 것이다.
4.13 총선에서 나타났던 낙천·낙선운동은 새로운 정치에 대한 국민의 열망이 얼마나 강한가를 보여주었
다. 그런데도 우리는 여전히 낡은 정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선거 때는 물론이고 정치적 현안마다 지
역주의의 망령이 시퍼렇게 살아 날뛰고 있으며, 민생은 팽개치고 정국주도권 다툼으로 사사건건 맞서기만
하는 정치로 말미암아 국회는 허송세월하고 있다. 이 낡고 썩은 정치를 벗어 던지고 새로운 정치를 만드는
것이 바로 정치개혁이다.
정치과정의 민주화 실현돼야
정치개혁이 어제오늘의 과제는 아니다. 지난 2월에 15대 국회가 마지막으로 한 일도 정치개혁이었다. 그러
나 그것은 본질적인, 그리고 전면적인 개혁이 아니었다. 선거를 앞두고 선거에 필요한 곳만, 그것도 국민의
분노에 밀려서 부분적으로 고친 것이기 때문에 이제 다시 한번 정치개혁을 추스릴 필요가 있다.
새로운 정치에서는 의회·선거·정당 등 정치과정의 실질적인 민주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기존의 정치 체제
가 안고 있는 문제 가운데 하나는 국민의 요구를 제대로 빠르게 파악하여 정치 과정에 반영하지 못한 것이
다. 따라서 의회의 활성화가 매우 중요하다.
선거는 주권자인 국민의 자유로운 정치적 의사형성을 보장하고, 국민의 의사를 바탕으로 통치권을 행사하기
위한 수단이다. 따라서 선거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되어야 한다.
또 대의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서는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도입해야 한다. 정당명부식 비례대
표제는 다원화된 사회에서 계층과 직능대표성을 높이고 지역구 활동이 어려운 전문가나 소수 정파의 대표나
신진 세력이 쉽게 정치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는 취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정당구조도 민주적으로 바
뀌어야 한다.
그러나 이것보다 더 근본적인 정치개혁의 과제가 있다. 그것은 바로 부패방지법의 제정과 국가보안법 폐지
(아니면 개정이라도), 인권법의 제정 등이다. 부패방지법의 제정은 국민의 정부의 개혁 의지를 읽을 수 있는
시금석이다. 부패방지법에는 돈 세탁을 금지하는 조항이 분명히 들어가야 하며, 대통령 직속으로 고위공직
자 비리조사처를 두는 한편 특별검사제를 상시적으로 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시급한 부패방지법 도입
정부와 여당은 특별검사제가 미국에만 있는 제도인데 미국에서도 문제가 많아서 폐지했다고 주장한다. 그러
나 검찰의 중립성에 대한 시비가 없는 미국과 국민이 검찰을 신뢰하지 못하는 우리 나라를 평면적으로 비교
하는 것은 잘못이다. 또 특별검사라는 명칭이 미국에만 있는지는 모르나 동남아 여러 나라들도 고위공직자
의 비리를 처벌하기 위해 특별전담기구를 두고 있고, 그 역할은 바로 특별검사제와 똑같다.
특별검사제는 검찰의 위상을 약화시켜 권력의 기반을 약화시키는 조치가 아니라 정치적 눈치보기와 인권유
린으로 점철됐던 검찰권 행사에 종지부를 찍는 과거와의 단절을 의미한다. 부패방지법의 제정보다 더 효율
적이고 생산적인 개혁은 없다. 부패방지법의 제정은 엄청난 수의 희생자를 낳은 금융개혁이나 노동 유연화
와 달리 극소수 비리관련자를 뺀 나머지 국민이 모두 혜택받는 저렴하고 효율적인 개혁이다.
국가보안법을 없애고, 국가인권위원회를 국가기구로 만드는 내용의 인권법을 제정하며, 아직도 옥중에서 고
생하고 있는 양심수와 시국사범들을 전면 석방하고, 위헌적인 준법서약서를 폐지하는 일도 정치개혁의 중요
한 과제이다. 그러고 난 뒤에 비로소 선거법 정당법 정치자금법 국회법 등 정치법과 제도의 개선이 필연적으
로 뒤따라야 한다.
정치개혁은 지금까지의 갈등과 대립의 정치를 화합과 조화의 정치로 바꾸는 일이다. 국민을 평소에는 소외
시키고 배제시켰다가 필요할 때만 동원했던 ‘동원의 정치’에서 ‘참여의 정치’로 바꾸고, 밀실에서 패거
리 사이에 이루어지던 밀실정치를 광장으로 끌어내 국민에게 돌려주며, 돈이 힘을 쓰지 못하게 만드는 올바
른 정치개혁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나라가 산다.
다. 그러나 그 공부가 제대로 될 리가 없다.
지금 국회가 바로 그짝이다. 100일이나 되는 회기의 절반 이상을 까먹고 뒤늦게 밀렸던 일을 몰아서 하느라
부산하다. 그나마 각종 의안과 법안들을 제대로 다루면 좋으련만 지금 낌새로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얼렁뚱땅 넘어가선 안될 사안 가운데 하나가 바로 정치개혁이다.
그렇다. 문제는 다시 정치개혁이다. 정치개혁이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정치가 사회의 온갖 갈등을 가장 높
은 차원에서 풀어나가는 제도적 장치임을 생각하면 정치개혁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시급한 과제인 것이다.
4.13 총선에서 나타났던 낙천·낙선운동은 새로운 정치에 대한 국민의 열망이 얼마나 강한가를 보여주었
다. 그런데도 우리는 여전히 낡은 정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선거 때는 물론이고 정치적 현안마다 지
역주의의 망령이 시퍼렇게 살아 날뛰고 있으며, 민생은 팽개치고 정국주도권 다툼으로 사사건건 맞서기만
하는 정치로 말미암아 국회는 허송세월하고 있다. 이 낡고 썩은 정치를 벗어 던지고 새로운 정치를 만드는
것이 바로 정치개혁이다.
정치과정의 민주화 실현돼야
정치개혁이 어제오늘의 과제는 아니다. 지난 2월에 15대 국회가 마지막으로 한 일도 정치개혁이었다. 그러
나 그것은 본질적인, 그리고 전면적인 개혁이 아니었다. 선거를 앞두고 선거에 필요한 곳만, 그것도 국민의
분노에 밀려서 부분적으로 고친 것이기 때문에 이제 다시 한번 정치개혁을 추스릴 필요가 있다.
새로운 정치에서는 의회·선거·정당 등 정치과정의 실질적인 민주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기존의 정치 체제
가 안고 있는 문제 가운데 하나는 국민의 요구를 제대로 빠르게 파악하여 정치 과정에 반영하지 못한 것이
다. 따라서 의회의 활성화가 매우 중요하다.
선거는 주권자인 국민의 자유로운 정치적 의사형성을 보장하고, 국민의 의사를 바탕으로 통치권을 행사하기
위한 수단이다. 따라서 선거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되어야 한다.
또 대의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서는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도입해야 한다. 정당명부식 비례대
표제는 다원화된 사회에서 계층과 직능대표성을 높이고 지역구 활동이 어려운 전문가나 소수 정파의 대표나
신진 세력이 쉽게 정치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는 취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정당구조도 민주적으로 바
뀌어야 한다.
그러나 이것보다 더 근본적인 정치개혁의 과제가 있다. 그것은 바로 부패방지법의 제정과 국가보안법 폐지
(아니면 개정이라도), 인권법의 제정 등이다. 부패방지법의 제정은 국민의 정부의 개혁 의지를 읽을 수 있는
시금석이다. 부패방지법에는 돈 세탁을 금지하는 조항이 분명히 들어가야 하며, 대통령 직속으로 고위공직
자 비리조사처를 두는 한편 특별검사제를 상시적으로 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시급한 부패방지법 도입
정부와 여당은 특별검사제가 미국에만 있는 제도인데 미국에서도 문제가 많아서 폐지했다고 주장한다. 그러
나 검찰의 중립성에 대한 시비가 없는 미국과 국민이 검찰을 신뢰하지 못하는 우리 나라를 평면적으로 비교
하는 것은 잘못이다. 또 특별검사라는 명칭이 미국에만 있는지는 모르나 동남아 여러 나라들도 고위공직자
의 비리를 처벌하기 위해 특별전담기구를 두고 있고, 그 역할은 바로 특별검사제와 똑같다.
특별검사제는 검찰의 위상을 약화시켜 권력의 기반을 약화시키는 조치가 아니라 정치적 눈치보기와 인권유
린으로 점철됐던 검찰권 행사에 종지부를 찍는 과거와의 단절을 의미한다. 부패방지법의 제정보다 더 효율
적이고 생산적인 개혁은 없다. 부패방지법의 제정은 엄청난 수의 희생자를 낳은 금융개혁이나 노동 유연화
와 달리 극소수 비리관련자를 뺀 나머지 국민이 모두 혜택받는 저렴하고 효율적인 개혁이다.
국가보안법을 없애고, 국가인권위원회를 국가기구로 만드는 내용의 인권법을 제정하며, 아직도 옥중에서 고
생하고 있는 양심수와 시국사범들을 전면 석방하고, 위헌적인 준법서약서를 폐지하는 일도 정치개혁의 중요
한 과제이다. 그러고 난 뒤에 비로소 선거법 정당법 정치자금법 국회법 등 정치법과 제도의 개선이 필연적으
로 뒤따라야 한다.
정치개혁은 지금까지의 갈등과 대립의 정치를 화합과 조화의 정치로 바꾸는 일이다. 국민을 평소에는 소외
시키고 배제시켰다가 필요할 때만 동원했던 ‘동원의 정치’에서 ‘참여의 정치’로 바꾸고, 밀실에서 패거
리 사이에 이루어지던 밀실정치를 광장으로 끌어내 국민에게 돌려주며, 돈이 힘을 쓰지 못하게 만드는 올바
른 정치개혁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나라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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