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을 북핵문제 해결의 해로
북한의 핵문제가 다시 불거진 지 벌써 2년을 넘겨 3년째에 접어들었다. 93년 2월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사찰을 거부함으로써 터졌던 1차 북핵파동이 19개월만인 94년 10월, 이른바 ‘제네바 합의’를 통해 봉합된데 비해 이번 핵문제는 2년을 훌쩍 넘기고도 언제쯤 마무리될지 아무도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
노무현대통령이 취임 2년이 다 돼 가는데 이 문제 때문에 되는 게 없다고 실토할 만큼 북한의 핵문제는 난해하고 시간 소모적이며 한국을 비롯한 관련국들을 지치게 만들고 있다. 핵문제로 해서 남북문제가 제대로 풀리지 않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한때 급진전을 보는 것 같았던 북한과 일본간의 북일협정 교섭이 안개 속에 덮여 버렸다. 중국과 미국사이도 이 문제로 새로운 긴장이 조성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그렇지 않아도 불편해지고 있는 러시아와 미국 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소지가 있다.
북한과 미국은 목표치 낮추고 ‘핵’으로 문제를 단순화할 필요 있어
북핵문제가 이처럼 어려운 데는 북한과 미국이 다같이 핵을 통해 다른 것을 얻으려는 계산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를 통해 국가안보와 미국의 대북한 경제제재를 동시에 풀어보려는 목적을 갖고 있다. 이른바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 해소책이다. 반면에 미국은 북한핵을 통해 동북아에서 군사적 영향력을 계속해서 확보하려는 전략적 목표를 가지고 있다.
단순히 핵문제라면 문제는 어려울 게 없다. 북한이 핵무기를 갖는 것은 미국보다 러시아와 중국, 특히 일본이 더 싫어하는 일이다. 더구나 한국은 북핵의 일차적 피해대상국이다. 때문에 북한이 핵무기를 이미 갖고 있거나 가질 의향이 분명하다면 6자회담의 5개 당사국이 일사분란하게 북을 압박하게 되면 북이 견딜 수 없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러나 다른 나라들은 북의 핵무기보유에 대한 확신이 없고 미국은 증거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다른 목표들 때문에 북한과 미국은 다같이 이른바 ‘불확실성’을 키우며 핵 게임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한국의 햇볕정책으로 한때 한반도에서 밀리는 듯 했던 미국의 영향력을 핵문제를 통해 상당부분 되찾는 효과를 이미 확보했다. 북한은 미국으로부터 얻어내려던 본래의 목표는 얻어내지는 못했어도 남은 4자의 지원을 미국으로부터 떼어낸 효과를 일단 거두고 있다. 한국의 대북지원이 미국의 눈치에도 불구하고 지속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양측이 목표치를 낮추고 핵으로 문제를 단순화 할 필요가 있다. 인권문제, 재래식 무력같은 문제들을 끼워 넣으면 핵문제는 부지하세월이 될 것이다. 핵문제를 먼저 종결한 다음 인권문제 등은 차후 다시 기회를 보아 풀어가야 한다.
바로 이 과정에서 한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의 외교적 역할이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다행히 미국도 핵문제를 더 이상 질질 끌고 갈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핵 피로현상이 이미 동북아에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핵게임을 계속해서 밀어대면 부메랑은 결국 미국의 것이 될지도 모른다. 미국은 이것 또한 알고 있을 것이다.
핵문제 종결 타이밍 성숙, 4~5월께 협상 본격화 예상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4일 MBC 라디오와의 회견에서 이 문제와 관련해 6자회담과 남북정상회담을 함께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도 잘 알고 있을 것이나 정상회담을 통해 북핵문제를 풀어보겠다는 인상은 자칫 6자회담을 손상시킬 여지가 없지 않다. 6자회담은 핵문제 이후에도 잘 키워나가야 할 성질의 것이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남북정상 회담은 언제 어디서든 자주 열릴수록 좋은 것이고 정상회담에서 핵문제를 논의할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러나 정상회담을 통해 핵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는 모양새는 가능한 피해야 한다.
부시 2기정부가 출범하고 새로운 북핵문제 담당 팀이 정책조율을 끝내게 될 금년 4~5월께가 되면 핵문제 협상이 본격화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주도적 역할’은 북한과 미국의 목표치 하향조절에 일익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핵협상 연내 마무리에도 영향력을 발휘해야 한다.
임 춘 웅 객원논설위원
북한의 핵문제가 다시 불거진 지 벌써 2년을 넘겨 3년째에 접어들었다. 93년 2월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사찰을 거부함으로써 터졌던 1차 북핵파동이 19개월만인 94년 10월, 이른바 ‘제네바 합의’를 통해 봉합된데 비해 이번 핵문제는 2년을 훌쩍 넘기고도 언제쯤 마무리될지 아무도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
노무현대통령이 취임 2년이 다 돼 가는데 이 문제 때문에 되는 게 없다고 실토할 만큼 북한의 핵문제는 난해하고 시간 소모적이며 한국을 비롯한 관련국들을 지치게 만들고 있다. 핵문제로 해서 남북문제가 제대로 풀리지 않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한때 급진전을 보는 것 같았던 북한과 일본간의 북일협정 교섭이 안개 속에 덮여 버렸다. 중국과 미국사이도 이 문제로 새로운 긴장이 조성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그렇지 않아도 불편해지고 있는 러시아와 미국 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소지가 있다.
북한과 미국은 목표치 낮추고 ‘핵’으로 문제를 단순화할 필요 있어
북핵문제가 이처럼 어려운 데는 북한과 미국이 다같이 핵을 통해 다른 것을 얻으려는 계산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를 통해 국가안보와 미국의 대북한 경제제재를 동시에 풀어보려는 목적을 갖고 있다. 이른바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 해소책이다. 반면에 미국은 북한핵을 통해 동북아에서 군사적 영향력을 계속해서 확보하려는 전략적 목표를 가지고 있다.
단순히 핵문제라면 문제는 어려울 게 없다. 북한이 핵무기를 갖는 것은 미국보다 러시아와 중국, 특히 일본이 더 싫어하는 일이다. 더구나 한국은 북핵의 일차적 피해대상국이다. 때문에 북한이 핵무기를 이미 갖고 있거나 가질 의향이 분명하다면 6자회담의 5개 당사국이 일사분란하게 북을 압박하게 되면 북이 견딜 수 없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러나 다른 나라들은 북의 핵무기보유에 대한 확신이 없고 미국은 증거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다른 목표들 때문에 북한과 미국은 다같이 이른바 ‘불확실성’을 키우며 핵 게임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한국의 햇볕정책으로 한때 한반도에서 밀리는 듯 했던 미국의 영향력을 핵문제를 통해 상당부분 되찾는 효과를 이미 확보했다. 북한은 미국으로부터 얻어내려던 본래의 목표는 얻어내지는 못했어도 남은 4자의 지원을 미국으로부터 떼어낸 효과를 일단 거두고 있다. 한국의 대북지원이 미국의 눈치에도 불구하고 지속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양측이 목표치를 낮추고 핵으로 문제를 단순화 할 필요가 있다. 인권문제, 재래식 무력같은 문제들을 끼워 넣으면 핵문제는 부지하세월이 될 것이다. 핵문제를 먼저 종결한 다음 인권문제 등은 차후 다시 기회를 보아 풀어가야 한다.
바로 이 과정에서 한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의 외교적 역할이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다행히 미국도 핵문제를 더 이상 질질 끌고 갈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핵 피로현상이 이미 동북아에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핵게임을 계속해서 밀어대면 부메랑은 결국 미국의 것이 될지도 모른다. 미국은 이것 또한 알고 있을 것이다.
핵문제 종결 타이밍 성숙, 4~5월께 협상 본격화 예상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4일 MBC 라디오와의 회견에서 이 문제와 관련해 6자회담과 남북정상회담을 함께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도 잘 알고 있을 것이나 정상회담을 통해 북핵문제를 풀어보겠다는 인상은 자칫 6자회담을 손상시킬 여지가 없지 않다. 6자회담은 핵문제 이후에도 잘 키워나가야 할 성질의 것이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남북정상 회담은 언제 어디서든 자주 열릴수록 좋은 것이고 정상회담에서 핵문제를 논의할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러나 정상회담을 통해 핵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는 모양새는 가능한 피해야 한다.
부시 2기정부가 출범하고 새로운 북핵문제 담당 팀이 정책조율을 끝내게 될 금년 4~5월께가 되면 핵문제 협상이 본격화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주도적 역할’은 북한과 미국의 목표치 하향조절에 일익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핵협상 연내 마무리에도 영향력을 발휘해야 한다.
임 춘 웅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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