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여의도정가 신라이벌] 박영선-전여옥 의원

걸어온 길은 ‘닮은꼴’, 정치전선 곳곳에서 ‘맞수’

지역내일 2005-01-11 (수정 2005-01-11 오전 11:27:54)
입사·방송·특파원·정계입문·대변인…
걸어온 대부분의 길이 ‘닮은 꼴’임에는 틀림없으나,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그만큼이나 다르기도 한 두 인물이 있다. 이들은 겉으로 서로를 ‘외면’하지만, 사람들은 그 닮은 꼴 인생에 흥미를 갖기 마련. 특히 직업이 방송인 혹은 정치인일 때, 그 흥미의 ‘정도’는 분명 달라진다.
“한나라당에서는 대변인을 ‘하나’라고 부르나요.”
“아나운서 하신건 알겠는데, 그런 것 같고 논의할 만큼 한가하지 않습니다.”
여야가 모처럼 한자리에 모여 민생경제를 논의하던 2차 원탁토론회의장. 열린우리당 박영선 원내부대표와 한나라당 전여옥 대변인은 자리에 앉자마자 가시돋힌 설전을 벌였다. 지난해 11월 25일이다.
전날 한나라당 이한구 정책위의장이 라디오방송에서 물건을 세듯 “대변인이 하나 나왔다”고 표현한 것을 박 부대표가 문제삼자 전 대변인이 즉각 반격으로 응수한 것이다. 양당 관계자들이 회의장에 들어서며 악수를 건네며 느꼈던 온기는 두 의원의 팽팽한 기싸움에 냉기로 돌변했다.
이날 두사람의 정면충돌은 약 5개월만에 이뤄진 것이었다. 박 의원은 지난해 6월부터 최전선인 열린우리당 대변인에서 후방의 원내부대표로 자리를 옮긴 상태였던 터라 두사람이 직접 맞닥뜨릴 기회가 크게 줄어든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날 사건은 두사람이 만만치 않은 ‘맞수 사이’임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 지난해 탄핵정국과 총선전선 등 정국의 고비고비마다 자존심을 건 ‘말의 전쟁’을 치른 그들이었다. 닮은 꼴의 캐리어를 지닌 채 서로 다른 길을 걷는 기묘한 인연은 두사람을 ‘맞수’로 규정짓기에 충분하다.
전 대변인은 59년생으로 이화여대 77학번, 60년생인 박 의원은 경희대 78학번이다. 두사람은 81년 나란히 KBS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1년뒤 박 의원은 MBC로 옮겨 기자와 앵커의 길을 걸었고, 전 대변인은 KBS에서 문화부 기자로 활동했다. 두사람 모두 해외특파원을 지낸 것도 공통점이고, 정계입문 과정도 비슷하다. 당 대표격인 정동영 당시 의장과 최병렬 당시 대표가 직접 영입했다. 박 의원은 전국구 5번, 전 대변인은 7번으로 의원 배지를 달았다.
대변인 타이틀은 지난해 1월 입당한 박 의원이 먼저 달았다. 탄핵정국이 한창이던 3월 중순 전 대변인이 영입되면서 두사람간 설전이 본격화한다.
탄핵안이 가결되던 3월 12일, 당시 박 대변인은 ‘국민이 그리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탄핵 당했습니다’라는 제하의 논평을 냈다. 의회 쿠데타로 열린우리당 의원이 처참하게 쓰러지고 대한민국호가 침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이 대변인은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 가결’이란 정반대의 논평으로 맞섰다. 노 대통령 탄핵 의결은 대통령의 위헌·위법 행위에 대해 의회가 헌정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면서 54년 헌정사의 새 장을 열었다고 주장했다.
불이 붙은 두사람의 대결은 탄핵정국의 확대국면과 촛불집회, 총선을 거치며 한치의 양보없이 이어졌고, 정치권의 대표적인 ‘라이벌 관계’로 인식됐다.
두 맞수는 각자의 정치노선과 당의 입장차이 만큼이나 다른 목소리를 냈지만, 싸움 스타일도 그 이상으로 차이가 난다. 전 대변인이 직선적이고 공격적인 어법을 앞세운 ‘돌진형’이라면 박 의원은 꼼꼼한 분석과 정제된 표현의 ‘섬세형’이다.
지난 한해 당의 입으로 최전선에서 부딪혔던 두사람은 올해 각자의 길을 걸을 것으로 보인다. ‘원내대변인’이란 명칭으로 불리는 박영선 의원은 “당 대변인 생활로 배운 것도 많지만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정에 사고력의 샘물이 말라간다는 느낌이 든다”며 정책의원의 길로 매진하고 싶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자신이 발의한 법안이 상임위를 거쳐 법률로 탄생되는 과정을 지켜본 게 가장 보람있다는 깨달음을 얻었기 때문이다.
반면, 전 의원은 한나라당 당직개편에서 여전히 ‘대변인’ 역할을 맞게 되었다. 전여옥-임태희의 투톱 대변인 체제가 원톱시스템으로 변경되면서 전 의원 혼자서 당의 입 노릇을 하게 되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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