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생이 과(科)시죠?”
그런데 웃는다. 수긍의 의미인가? 단정한 머리, 자분자분한 말투, 분명 그 과 맞는데…. 잠시 시간차를 두고 그 웃음의 의미를 말한다.
“인상 덕을 많이 보긴 해요. 약간의 신뢰를 드리나 봐요. 근데요, 저 남자아이 둘 키우는 엄마거든요. 그것도 열두 살, 일곱 살. 짐작가시죠? 매일 벼락을 치는 엄마가 저예요. 그런 제가 남자들 많은 조직에서 일하니 힘들지 않겠냐는 말을 자꾸 들으니 웃음이 나는 거 있죠. 하하.”
재정경제부 사상 첫 개방형 직위 여성과장의 기록을 갖게 된 소비자정책과 민현선 과장(37)은 그렇게 소탈한 모습으로 등장했다. 과에서는 처음으로 개방형 직위 인사인데다가 최초의 여성 과장, 안팎의 관심어린 눈길이 부담스러울 법도 하건만 초기여서 그럴 거라며 가뿐히 넘긴다. 업무파악 하랴, 와중에 국회에 출석하랴, 분주한 민 과장에게 ‘국가의 녹(祿)’을 먹기로 결정한 이유를 들었다.
무엇보다 공무원 사회 안에서도 ‘엘리트집단’으로 불리는 재경부에 진입하게 된 과정이 궁금한 이가 많다. 그의 이력을 추적했다. 서울대 가정관리학과(지금은 소비자학과)를 거쳐 대학원 석·박사 과정을 마쳤다. 가톨릭대와 서울대 강사. ‘소비자’는 늘 그의 생활 중심에 자리한 키워드였다.
그 중에 눈에 띄는 이력 하나, NGO인 녹색소비자연대 연구원 경력이다. 이론가의 현장 진출일까?
“소비자는 가장 큰 감시자이지만 모래알처럼 흩어져 있잖아요. 이들이 자발적으로 응집력을 형성하면 굉장한 힘을 발휘하는데, 모으는 역할을 하는 곳이 바로 소비자단체잖아요.”
다음 포석은 기업으로 놓였다.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연구소 차장. NGO에서 기업이라, 보폭이 자유롭다.
“‘소비자’의 힘을 가장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곳이 기업이에요. 보통 소비자만족을 얘기하면 사후적인 문제해결, 즉 AS를 떠올리거든요. 하지만 소비자는 제품이 나오기 이전에 제품이 시장에 나오는 것을 허락하느냐 마느냐, 결국은 기업의 생존까지 결정하는 훨씬 적극적인 존재예요. 기업이 갈수록 ‘고객 감지력(Market Sensing)’에 비중을 두는 이유도 거기에 있고요.”
기업에 몸담으면서 소비자운동이 ‘안티 비즈니스’가 아니라는 사실도 분명히 이해했다.
‘엄마’로 살아온 시간은 보다 근본적으로 소비자문제를 고민할 수 있게 한 바탕이다. 바로 ‘안전’이다.
“첫째가 어렸을 때인데 건물 난간 사이로 추락해 크게 다친 적이 있어요. 난간에 건축법상 문제가 있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그때 소비자문제의 처음과 끝이 ‘안전’임을 깨달았어요. 물건 조금 싸게 사는 것 이전에 보장되어야 할 삶의 질이 있다는 것. 그때서야 난간 사이를 장식한 작은 무늬 판이 왜 있는지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이 정도면 대충 그가 왜 재경부 소비자정책과를 이끌어갈 ‘적임자’로 선택이 됐는지 감이 잡힌다.
“소비자 주권을 오래 고민해 왔고 다양한 경험을 한 게 어느 정도 반영되었으리라 생각해요. 게다가 일이 터지면 평균 15개 관련 부처가 논의를 해요. 부드러운 조정능력을 요구하는 일이죠.”
공직을 목표로 경력관리를 해 온 것도 아니었지만 전문성에, 여성 특유의 장점까지 요구하는 분야에 ‘제대로’ 진출한 셈이다.
그렇다면 가족들도 지원사격 준비 완료? 회사원인 남편은 훈련된 지지자라 할 수 있다. 신혼 초부터 자기 일은 알아서 했다. 아이들도 지난 몇 개월간 강의를 나가는 틈틈이 몸으로 놀아주었으니 급한 불은 껐다.
“개방형 직위로의 변화는 사실 재경부 자체에 이는 새로운 바람, 새로운 의지라 할 수 있어요. 남은 것은 제가 그 기대에 보조를 맞추는 거잖아요. 그래야죠. 가정과 병행하는 게 쉽겠냐 하지만 그 동안에도 여성이기에 두 배 이상 노력해왔잖아요.”
/손정미 기자 jmshon@naeil.com
사진 황승희(studio ZIP)
그런데 웃는다. 수긍의 의미인가? 단정한 머리, 자분자분한 말투, 분명 그 과 맞는데…. 잠시 시간차를 두고 그 웃음의 의미를 말한다.
“인상 덕을 많이 보긴 해요. 약간의 신뢰를 드리나 봐요. 근데요, 저 남자아이 둘 키우는 엄마거든요. 그것도 열두 살, 일곱 살. 짐작가시죠? 매일 벼락을 치는 엄마가 저예요. 그런 제가 남자들 많은 조직에서 일하니 힘들지 않겠냐는 말을 자꾸 들으니 웃음이 나는 거 있죠. 하하.”
재정경제부 사상 첫 개방형 직위 여성과장의 기록을 갖게 된 소비자정책과 민현선 과장(37)은 그렇게 소탈한 모습으로 등장했다. 과에서는 처음으로 개방형 직위 인사인데다가 최초의 여성 과장, 안팎의 관심어린 눈길이 부담스러울 법도 하건만 초기여서 그럴 거라며 가뿐히 넘긴다. 업무파악 하랴, 와중에 국회에 출석하랴, 분주한 민 과장에게 ‘국가의 녹(祿)’을 먹기로 결정한 이유를 들었다.
무엇보다 공무원 사회 안에서도 ‘엘리트집단’으로 불리는 재경부에 진입하게 된 과정이 궁금한 이가 많다. 그의 이력을 추적했다. 서울대 가정관리학과(지금은 소비자학과)를 거쳐 대학원 석·박사 과정을 마쳤다. 가톨릭대와 서울대 강사. ‘소비자’는 늘 그의 생활 중심에 자리한 키워드였다.
그 중에 눈에 띄는 이력 하나, NGO인 녹색소비자연대 연구원 경력이다. 이론가의 현장 진출일까?
“소비자는 가장 큰 감시자이지만 모래알처럼 흩어져 있잖아요. 이들이 자발적으로 응집력을 형성하면 굉장한 힘을 발휘하는데, 모으는 역할을 하는 곳이 바로 소비자단체잖아요.”
다음 포석은 기업으로 놓였다.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연구소 차장. NGO에서 기업이라, 보폭이 자유롭다.
“‘소비자’의 힘을 가장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곳이 기업이에요. 보통 소비자만족을 얘기하면 사후적인 문제해결, 즉 AS를 떠올리거든요. 하지만 소비자는 제품이 나오기 이전에 제품이 시장에 나오는 것을 허락하느냐 마느냐, 결국은 기업의 생존까지 결정하는 훨씬 적극적인 존재예요. 기업이 갈수록 ‘고객 감지력(Market Sensing)’에 비중을 두는 이유도 거기에 있고요.”
기업에 몸담으면서 소비자운동이 ‘안티 비즈니스’가 아니라는 사실도 분명히 이해했다.
‘엄마’로 살아온 시간은 보다 근본적으로 소비자문제를 고민할 수 있게 한 바탕이다. 바로 ‘안전’이다.
“첫째가 어렸을 때인데 건물 난간 사이로 추락해 크게 다친 적이 있어요. 난간에 건축법상 문제가 있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그때 소비자문제의 처음과 끝이 ‘안전’임을 깨달았어요. 물건 조금 싸게 사는 것 이전에 보장되어야 할 삶의 질이 있다는 것. 그때서야 난간 사이를 장식한 작은 무늬 판이 왜 있는지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이 정도면 대충 그가 왜 재경부 소비자정책과를 이끌어갈 ‘적임자’로 선택이 됐는지 감이 잡힌다.
“소비자 주권을 오래 고민해 왔고 다양한 경험을 한 게 어느 정도 반영되었으리라 생각해요. 게다가 일이 터지면 평균 15개 관련 부처가 논의를 해요. 부드러운 조정능력을 요구하는 일이죠.”
공직을 목표로 경력관리를 해 온 것도 아니었지만 전문성에, 여성 특유의 장점까지 요구하는 분야에 ‘제대로’ 진출한 셈이다.
그렇다면 가족들도 지원사격 준비 완료? 회사원인 남편은 훈련된 지지자라 할 수 있다. 신혼 초부터 자기 일은 알아서 했다. 아이들도 지난 몇 개월간 강의를 나가는 틈틈이 몸으로 놀아주었으니 급한 불은 껐다.
“개방형 직위로의 변화는 사실 재경부 자체에 이는 새로운 바람, 새로운 의지라 할 수 있어요. 남은 것은 제가 그 기대에 보조를 맞추는 거잖아요. 그래야죠. 가정과 병행하는 게 쉽겠냐 하지만 그 동안에도 여성이기에 두 배 이상 노력해왔잖아요.”
/손정미 기자 jmshon@naeil.com
사진 황승희(studio Z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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