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일꿈>그 해 겨울은 따뜻했네(김 대 유 2005.01.19)

지역내일 2005-01-19 (수정 2005-01-19 오후 1:26:45)
그 해 겨울은 따뜻했네
김 대 유 서문여중 교사

저 아래 전남 여수의 바닷가에 애양원이라는 나환자촌이 있습니다. 1000여 명의 나환자들이 자급자족하며 살아가고 있는 그 곳을 방문했던 적이 있습니다. 편지를통해 알게 된 나환자 김재천 할아버지가 저를 보고 싶어했기 때문입니다. 파스칼의 팡세를 좋아하던 19세 앳된 그 나이에, 나병을 앓아 애양원에 들어왔다는 김 할아버지, 그분을 만난 날은 하얀 눈이 펑펑 내리는 겨울날이었습니다.
마을에 들어서면서 마주친 나환자들의 모습은 참 무서웠습니다. 예쁜 여자아이로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독한 나병약 냄새가 코를 찔렀습니다. 대부분의 마을사람들은 이미 손가락 발가락이 모두 떨어져나가 있었습니다. 김 할아버지 역시 성한 곳이라고는 한군데도 없었습니다. 그분은 나를 아들처럼 반겼지만, 무서워하는 것을 아는지 거리를 두고 떨어져 앉습니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그분은 내게 기도를 해주시겠다며 기도 제목을 물으셨습니다.
“요즘 제가 목감기가 걸려서 잘 낫지를 않아요. 제 건강을 위해 기도해주세요.” 그러자 할아버지는 참 열심히 우렁찬 목소리로 기도를 해주셨습니다. “하나님, 대유의 건강을 지켜주시고, 그의 가족들의 건강도 지켜주세요.”
기도를 듣다가 문득 나는 가슴 저 밑바닥으로부터 치고 올라오는 부끄러움에 그만 눈물을 쏟았습니다. “눈도 코도 손가락도 발가락도 없는 분이 이렇게 젊고 튼튼한 나를 위해 기도해주시다니…”
나는 무릎을 당겨서 그분을 꼭 끌어안고, 그의 두 뺨에 볼을 부비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나 역시 그 분의 건강을 위해 울면서 기도했습니다. … 지켜보던 나환자들이 박수를 치며 우렁차게 찬송을 불러주었습니다.
“세상사람 날 부러워 아니 하여도 나도 세상 사람들 안부러워 해”
눈 내리는 애양원 마을 한가운데로 울려 퍼지던 그들의 노래 소리를 잊을 수 없습니다. 손가락이 없는 뭉툭한 손마디로 딱딱치는 손뼉소리지만 성한 사람들 박수소리보다 몇 배 더 힘찬 그 박수소리가 가슴에 콱 박히던 기억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자기들은 나병에 걸렸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성경속의 기도하는 레위민족처럼 평생 이웃과 민족을 위해 기도할 수 있는 축복을 받았노라는 그 자부심에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고통을 피하기보다는 정면으로 맞서서 그 아픔을 이겨나가는 마을 사람들, 나병의 고통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던 그분들이, 마침내 마을을 떠나는 내게 들려준 말씀은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라’는 한 마디뿐이었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힘들고 외로울 때면 그 해 겨울을 떠올립니다. 그 해 겨울은 참 따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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