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두배 비싼 보잉 편들기 외교마찰 불러

이스라엘 부총리, 윤 국방에 ‘항의’ … 공군 ‘수의계약’ 주장까지

지역내일 2005-01-24 (수정 2005-01-25 오후 12:29:30)




최종 기종선정을 앞두고 있는 2조원 규모의 조기경보기(EX) 도입사업이 공군의 미국업체 편들기 행보로 물의를 빚고 있다.
공군은 미국 보잉사와 이스라엘 IAI사가 제안한 장비를 대상으로 시험평가를 거치는 과정에서 이스라엘 측의 보충설명 기회 자체를 박탈, 외교마찰까지 부른 것으로 확인됐다.
또 당초의 경쟁입찰 방침을 폐지하고 수의계약 방식으로 기종을 결정하자는 의견을 내는가 하면, “보잉사 제품의 가격이 높으면 도입대수를 한대 줄여 3대만 사들이겠다”고 상부에 건의하는 등 편파적 태도로 일관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보잉의 국내 협력사인 휴니드테크놀러지스가 지난 20일 기종결정도 안된 EX사업 참여를 공시하면서 이 회사의 주식 거래량이 폭주하고 주가가 14%나 급등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군 안팎에서는 “공군이 보잉사를 사전 내정해 놓고 협상 분위기를 한쪽으로 몰아간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스라엘 “설명 기회도 안주나” 항의 = 한국과의 경제협력을 논의키 위해 이달 중순 방한했던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부총리는 19일 오후 출국을 불과 3시간 앞두고 국방부 청사를 전격 방문했다. 윤광웅 국방부장관을 비공개 면담하기 위해서다. 이날 만남은 이틀 앞선 17일 올메르트 부총리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인 정동영 통일부 장관을 비공식 면담한 자리에서 요청해 이뤄진 것이다.
30분간의 짧은 만남에서 올메르트 부총리는 윤 장관에게 지난해 12월 공군 본부가 이스라엘 국방부의 제품성능 보증 서한 전달을 거절한 사실을 지적하고 유감의 뜻을 전달했다. 불공정한 협상태도에 대해 외교적 항의를 한 셈이다. 사태의 전말을 파악한 윤 장관은 2월초 이스라엘-공군간 협의 테이블 마련을 약속, 더 이상의 파문확산을 막아냈다.
이날 사건은 지난해 하반기 공군 시험평가팀이 IAI사가 제안한 G550기종의 레이더 탐지거리가 군 요구성능(ROC)에 미치지 못한다는 판정을 내린 후 이스라엘측에 해명기회를 주지 않은 데서 비롯됐다. 레이더 탐지거리는 조기경보기 기종선정에 결정적 요소다. 보잉이나 IAI 모두 개발중인 까닭에 자료를 활용한 이론적 계산만으로 탐지거리를 판정했다.
IAI는 이같은 판정에 대해 “신기술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며 반발했다. 지난해 12월 공군과의 실무협의에서 추가설명을 하려했으나 공군측은 “레이더 문제는 이미 상부에 보고를 완료했으니 설명이 필요없다”며 일방적으로 자리를 떴다. 12월 말 IAI사 사장이 방한해 레이더 성능에 대한 이스라엘 국방부의 성능보증 서한을 전달하고 보충설명을 하겠다며 면담을 요청했지만 공군은 이마저도 거절했다.
이스라엘 정부의 보증서한에는 “제품 완성후 실제 레이더를 측정해 탐지거리가 미달될 경우 사업비 전체를 배상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국방부의 고위 당국자는 “공군이 왜 오해받을 일을 자초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답답해했다.

◆‘수의계약’ 건의했다 퇴짜 = 공군의 보잉 편들기는 새해 들어서도 계속됐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공군은 이달 초 ‘이스라엘 기종은 레이더 탐지거리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으니 단일소스를 대상으로 기종선정을 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올렸으나 윤 장관이 ‘말도 안된다’며 재검토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공군이 언급한 ‘단일소스 대상 기종선정’이란 사실상 보잉사와의 수의계약을 뜻한다. 이는 지난해 1월 국방부가 발표한 ‘조건충족 최저비용기법을 적용한 경쟁 입찰’ 방식을 정면으로 뒤집는 것이다. 당시 국방부는 “조기경보기 사업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위해 각종 조건을 충족한 장비를 대상으로 업체간 경쟁입찰을 거치고, 이중 도입가격과 운영유지비가 저가인 기종을 최종 선정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군의 한 관계자는 “보잉사와 IAI의 두 기종간에 단순 가격비교가 어려운 부분이 많아 경쟁입찰 자체가 어렵다는 게 공군측 논리”라면서도 “이런 식으로 기종선정이 이뤄지면 한국 무기시장은 미국의 ‘봉’으로 인식돼 시장형성 자체가 어려워 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격 비싸면 한대 줄여서라도…”= 현재 보잉의 B737기종이 갖는 가장 큰 단점은 가격이다. 국방부가 제시한 한국업체 참여비율, 핵심기술이전 등의 조건을 충족시킬 경우 B737의 가격은 4대에 23억달러에 이른다. 같은 조건에서 IAI가 제시한 9억5천만달러에 비해 2배가 넘는 고가다. 외교안보라인의 한 관계자는 “최근 공군이 NSC에 ‘보잉사 제품의 가격이 비싸면 도입대수를 3대로 줄여서라도 사들이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국방부가 조기경보기 도입 숫자를 4대로 한 것은 이들을 교체 투입해 24시간 운용이 가능토록 하기 위한 것이다. 한대가 줄어들 경우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군사전문가들의 견해다.
공군 무기체계에 정통한 한 예비역 장교는 이에 대해 “운용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보잉사 제품을 도입하겠다는 공군의 태도는 뿌리깊은 ‘미국 편중 사고’를 다시 한번 드러내는 것”이라며 “사업추진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조기경보기 사업이란

공중조기경보통제기(EX)는 지상의 레이더기지를 공중에 띄운다는 개념의 사업이다. 고성능 레이더를 장착한 항공기가 24시간 상공을 돌며 한반도 전역을 감시한다. 유사시 적의 지상 및 항공 전력 위치를 파악해 지상 지휘소와 정보 공유를 하는 방식으로 공중전력을 통제하고 지휘하는 공중지휘소 역할을 하게 된다. 지상의 레이더로는 포착하기 어려운 저공까지 완벽하게 감시할 수 있다. 한마디로 적의 공격을 조기에 감지하는 ‘공군의 눈’을 갖추는 사업이다.
국방부는 2012년까지 총사업비 2조원을 들여, 2009년에 2대, 2011년에 2대 등 모두 4대의 조기경보기를 확보키로 하고, 지난해 사업에 착수했다. 1월말 사업추진을 위한 획득공고를 내고 3월 제안요구서를 배부했다. 이어 6월~7월 미국 보잉사와 이스라엘 IAI사가 제안서를 접수해 평가대상 장비로 선정됐다. 8월부터 양사를 대상으로 시험평가와 기술협상, 조건·가격협상, 절충교역협상 등이 동시에 진행됐다. 당초 최종 기종선정과 사업집행 승인이 지난해 11월 이뤄질 예정이었으나, 양사간 가격조건 논란과 협상과정의 잡음 등으로 인해 결정이 늦춰지고 있다. 국방부 고위 당국자는 최근 “조기경보기 기종결정은 이달 안에 이뤄지기 힘들다”고 말했다. 군내 일부에서는 결정시기가 올 10월로 연기됐다는 설도 나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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