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경제흐름 바뀐다]④ M&A 도전과 응전

‘50조시장’ 놓고 토종·외국자본 격돌

지역내일 2005-01-25 (수정 2005-01-26 오전 11:28:24)
알짜 매물만 20여곳 … 적대적 M&A도 봇물 가능성
토종자본 취약 ‘윔블던 효과’ 우려 … ‘출총제’ 완화 등 정책보완 시급

새해 벽두부터 인수합병(M&A) 태풍이 몰아칠 조짐이다.
금융권 판도는 물론 재계 지도를 바꿀 수 있을 정도의 초대형 매물(기업)들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 국내 M&A시장 규모를 40조원대로 예상하고 있을 정도다. 지배구조가 취약한 곳을 골라 인수합병을 시도하는 적대적 M&A까지 포함할 경우 시장규모는 50조원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점쳐지는 상황이다. 유례가 드문 M&A장이 선다는 얘기다.
더욱이 시장에 매물로 나와 있는 기업 대부분이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부실을 털고 일어선 ‘알짜’ 들이거나 해당산업의 ‘고갱이’ 같은 역할을 하는 곳들이다. 줄잡아 20여곳 이상의 우량 매물이 대기하고 있다. 실제 대한통운 진로 두루넷 외환은행 SK증권 쌍용건설 등 대표적인 기간산업체와 금융기관들이 현재 매각을 추진중이다.
외국계 자본은 물론 국내 토종자본들에게도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불꽃 튀는 대격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특히 국내 토종자본과 펀드들의 담금질이 한창이다. 사모펀드회사(PEF)는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외국계 자본의 ‘먹튀’(자본이익만 챙겨 빠져나가는 투기자본 행태) 횡포를 막아야 한다는 견제론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오죽하면 이헌재 부총리가 야인으로 있을 당시 “외국계 펀드에 국내 은행을 매각했더니 기업금융이 위축되는 등 부작용이 많다”며 “주거래 기업만 11개인 우리은행만큼은 외국인 손에 넘어가선 안된다”고 지인에게 토로했을 정도.
비단 이 부총리뿐아니라 경제계 전체에 윔블던 테니스 대회에서 주최국인 영국선수보다 외국선수가 더 많이 우승하는 이른바 ‘윔블던 효과’처럼 외국자본이 한국경제를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해 있다.
때문에 초대형 토종자본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비록 불발로 끝났지만 ‘이헌재 펀드’ 같은 외국자본 대항마를 정책적으로 키워야 한다는 주장도 갈수록 설득력을 얻고 있다.
기실 M&A시장은 지난해 이미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한미은행 제일은행 등 내로라하는 은행들이 씨티, 스탠다드차터드 등 외국계자본에 넘어갔고 대우종합기계, 한보철강 등 굴지의 기업들도 국내외로 팔렸나갔다. M&A 열풍은 올해 최고조에 달할 전망이다.
◆어떤기업이 매물로 나왔나= 올 상반기엔 산업계부터 M&A바람이 거세질 전망이다.
우선 국내 물류업계 1위인 대한통운의 지분 10% 이상을 인수할 수 있는 동아건설 파사채권 인수자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론스타 등 거대 자본을 앞세운 외국계가 일단 유리한 상황이지만 국내 대기업과 중견기업도 관심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올 상반기 M&A시장의 최대 매물로 꼽히는 진로도 국내외 경쟁자간 인수전이 고조되고 있다. 현재 대한전선,하이트맥주, CJ, 두산 등 국내 기업과 유럽계 ‘얼라이드도멕’ 등이 인수의사를 밝혔다. 진로의 매각가격은 최소 1조5000억원 최대 3조원대 이상으로 점쳐진다.
또 올 금융권 최대 매물은 외환은행. 매각가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주식 시가총액규모만 무려 5조4000억원대에 달한다. 현재 대주주인 미국계 론스타펀드가 올 10월말로 매각제한기간이 풀리면 곧바로 매각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또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하반기 매각키로 한 LG카드 역시 시가총액만 4조원대인 대형매물이다. 둘 다 하반기쯤이나 인수후보, 매각가격 등 구체적인 매각일정이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적대적 M&A도 봇물처럼 터질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최근 남광토건 사례처럼 지배주주에 맞서 경영참여를 표방하며 지분확대를 꾀하는 토종세력들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 및 증권거래소 등에 따르면 상장 등록법인 중 지배주주가 아니면서 지분율이 5%이상인 주요주주가 주식 등의 대량보유 및 변동보고서에 경영참여의사를 내비친 곳만 줄잡아 20곳에 달하고 있다.
◆외국계 대항마 아직 없어=우리경제에 M&A는 훈풍이 될 수도 있지만 역풍이 될수도 있다. 알짜 국내 금융기관과 기업들이 헐값에 외국계 펀드나 금융기관에 넘어갔던 환란직후 상황이 재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제일은행 매각처럼 제값도 못받고 파는데만 급급해 외국자본이 막대한 차익을 챙겨 빠져 나가도 속수무책인 경우가 많았다. 매각과정에서 수조원의 국민혈세를 허비한 쓰라린 경험도 겪었다. 최근 들어 외국계에 맞설 토종자본을 키워야 한다는 ‘대항마 육성론’이 힘을 얻는 것도 이런 배경 탓이다. 그러나 외국계 자본의 국내 M&A시장 공세는 여전히 만만찮다. 환란당시처럼 쉽게 국내기업을 사들이지는 못하더라도 절대 우위인 자금력을 앞세워 국내 알짜기업 사냥에 나서고 있다.
최근엔 미국의 대표적인 사모펀드(PEF)인 론스타가 한국과 일본을 주요 투자대상으로 삼은 50억 달러(약 5조원) 규모의 신규 펀드를 조성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는 등 외국자본들은 한국시장에서의 M&A 선점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론스타 뿐만 아니라 카알라일 등 유명 PEF는 올해 한중일 인수합병(M&A) 시장을 겨냥, 약 15조원 규모의 신규 펀드를 조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외국계 펀드들은 매물로 나온 것은 물론 적대적 M&A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외국계 거대 자본에 견줄만한 대항마가 아직 없다는 점이다. 국내 시중은행과 증권사의 사모펀드회사가 현재로선 대항마로 기대되지만 규모를 감안하면 역부족한 실정이다. 현재 사모펀드 규모는 기껏해야 5000억원 정도다.
지난해말 기금관리법 개정으로 주식투자가 허용된 연기금 역시 아직은 자본시장이나 M&A시장에서 대항마 역할을 기대하기는 섣부르다.
◆정책적 지원 필요=금융권을 비롯 재계에서는 외국계 자본과 맞서 싸우기 위해선 자금력도 문제지만 출자총액제한제와 같은 ‘역차별’을 촉발할수 있는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주장을 일관되게 펴고 있다. 특히 총자산 5조원대를 넘나드는 중견그룹에게 출총제 자산기준 완화문제는 더욱 절실하다.
재계 한 관계자는 “중견기업 대부분이 출총제에 발이 묶여 투자를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특히 M&A를 통해 경쟁력 확보가 절실한 중견기업에겐 출총제를 완화하는 정책융통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개방된 자본시장을 다시 닫을 수 없다면 기업이나 금융기관 매각을 외국계와 대항할수 있는 토종자본을 육성한 뒤로 늦춰야 한다는 주장도 일부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외국계 자본의 적대적 M&A를 적절히 방어할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재계는 차등의결권주식제도, 제3자 신주인수권 부여 사유 확대, 공개매수기관 의결권 관련 증권발행 허용, 의무공개매수제도 수정 재도입 등 적대적 M&A 방어책을 도입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올 3월부터 5일간 의결권 행사와 주식 추가 취득이 금지되는 ‘냉각기간’제로는 역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고병수 기자 byng8@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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