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스승, 그들의 모델] ② 김근태 장관과 네루

‘민족 평화 인간’ 네루 철학을 화두로

지역내일 2005-01-28 (수정 2005-01-28 오전 10:56:21)
“사실 출세를 하려고 현실정치를 시작하는 거냐는 질문을 스스로 많이 했다. 사람들도 ‘함석헌 선생이나 문익환 목사처럼 살 수는 없느냐’고 많이 비판했다. 그러나 나는 인도의 네루와 같은 길을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간디의 길은 더 맑고 많은 꿈을 가진 누군가가 선택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1995년 겨울.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은 제도권 정치에 몸을 실었다. 차가운 바닥에서 자주·민주·통일을 외쳤던 그가 ‘간디의 길’(사회운동)을 버리고 ‘네루의 길’(정치운동)을 선택한 순간이다. 당시 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그는 이같은 말을 혼잣말 하듯, 이야기 하듯 내뱉곤 했다.
“사람에 대한 미움이 통제가 안 돼 죽을 뻔한 적도 있었다. 가슴 속에서 욕심 사나운 생각도 났었다. 그래서 간디는 안 하겠다고 결심했다.”
지근거리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관용이 넘치는 사람, 미워는 하되 그만큼의 용서를 할 줄 아는 사람’으로 기억되지만 김 장관 스스로는 본인이 갖고 있는 간디의 기질(?)을 크게 신뢰할 수 없었던 것 같다.

◆네루의 길 = 김근태 장관이 모델로 삼고 있는 자와할랄 네루(1889~1964)는 인도 독립운동가이자 초대 총리를 지낸 인물로 부유한 브라만 가문 출신이다. 젊은 나이에 유학길에 올라 영국 캠브리지 대학에서 자연과학과 법학을 전공했다.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네루는 1912년 고국으로 돌아온다.
그는 아버지처럼 따랐던 간디의 비폭력·비복종 행동주의에 영향을 받아 1920년부터 빈곤한 농민 대중의 입장에 서서 반영(反英) 투쟁에 나서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1921년부터 45년까지 8차례에 걸쳐 9년간이나 투옥되기도 했다. 하지만 얼마 후 간디와는 달리 현실정치에 뛰어들어 독립운동을 전개하게 된다.
네루 정치철학의 핵심은 조국·민족자결·평화·개혁 그리고 인간이었다. 어느 것 하나 무게의 경중을 따질 수 없는 이런 시대적 화두는 식민지의 아픔을 겪어야 했던 한 국가의 지도자에게는 필연이기도 했다.
해방과 함께 1947년 초대 총리 겸 외무장관이 된 네루는 특히 외교정책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는 철저한 ‘비동맹주의’와 ‘균형주의’를 강조했다. 넓은 국토와 다민족·다종교 국가인 인도의 통합을 위해서는 독립 초기 국가 통합이 최우선 과제였다. 이는 대외 정책에 있어서 어느 한쪽의 편을 들지 않음으로서 실리를 챙기고 강대국간 상호 견제를 통한 자기 방어책을 모색한 이유이기도 했다.

◆김근태의 길 = 김 장관이 정치권에 들어오며 하나의 모델로 삼은 ‘네루의 길’. 젊은 시절의 ‘고난’은 비슷할 지 모르지만, 대중들로부터 압도적인 지지와 관심을 받으며 제도권 정치로 뛰어들었던 네루와 그는 상이한 면이 있는 게 사실이다.
‘민주화 운동세력 대부’라는 말이 왜소해 보일 만큼 그에게 정치 인생의 초반기는 낯설음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그것은 반대로 김 장관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 속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남들에게는 어리석게 보였던 정치자금 양심고백은 그 ‘낯설음’의 또 다른 표현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는 당시 법정에서 최후진술을 통해 “원칙과 상식을 가지고 살아가려면 아름다워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추해지는 야만이 지배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어느덧 그 정치인생 10년이 흘렀다. 최근 김 장관의 위치도 그 세월만큼이나 달라졌다. 여당의 원내대표를 거쳐 이제는 장관 자리에 오른 것이다. 아직도 네루가 인도 국민들에게 받았던 열렬한 지지와 대중성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제도권 정치의 낯설음을 점차 벗기 시작한 것은 물론이다.
간디의 길을 잊고 네루의 길을 선택했던 당시의 ‘초심’을 얼마나 간직하고 있는지 알 길은 없다. 다만 아직까지 그에게 관심이 가는 것은 두 인물의 이름을 거론한 것에 빚지지 않고 살아온 나름의 결과로 해석된다.
“결국 권력의지에 충동돼 코뚜레 뚫린 소처럼 끌려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되물음으로부터 전혀 자유롭지 못한 것이 솔직한 내면 풍경입니다. 유혹에 지지 않을 수 있다는 의지가 시퍼렇게 살아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말입니다.”

/이숙현 기자 s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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