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광고 영업직 산업재해 인정, 개인이 좋아해 마시면 인정 안돼
신문사 사회부 기자로 오랫동안 근무하면서 격무에 시달리고 취재원과 밤늦도록 술마시는 생활을 하다 간암에 걸리면 산업재해로 인정될까.
또 건설사 현장소장으로서 인·허가 관련 행정청에 대한 접대를 위해 지속적인 음주를 하다 간암과 신부전등이 겹쳐 사망했다면 보상받을 수 있을까.
판례에 따르면 첫번째 사례는 업무상 재해로 산재처리가 되는 반면 두번째사례는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지 않는다.
◆기자·광고영업직 ‘알코올성 간질환은 산재’ = 회사업무상 술을 많이 마셔 발생한 알코올성간질환도 업무로 인한 것이라고 입증만 되면 산재에 해당된다. 하지만 개인이 술을 좋아해 알코올성 간질환을 얻었다면 업무상 질병에서 제외된다.
서울행정법원의 한 판사는 “기자나 영업직등은 음주가 업무수행행위로 인정되는 대표적 직종”이라면서도 “산재 인정 여부는 구체적 사안에 따라 달리 판단되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신문기자로 근무한 윤 모씨는 만성 B형 간염 진단을 받았음에도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취재원 접대 등을 위해 7년간 과음을 지속하다 간암에 걸려 사망했다.
이에 대해 지난 2002년 4월 서울행정법원은 “과중한 업무와 과음으로 인해 간염이 자연적인 진행정도를 넘어 급속하게 악화돼 간암을 유발함으로써 사망했다”며 산재임을 인정했다.
건설회사 현장소장인 강 모씨는 B형 간염 보균자로 판명 받았지만 현장직원들과 원만한 인간관계 유지와 담당공무원 접대 등을 위해 자주 술자리를 가져 6년만에 간암으로 사망했다.
이에 대해 지난 2003년 11월 서울행정법원은 “간질환을 앓고 있었음에도 건강관리를 소홀히 하고 계속 음주를 한 점에 비춰보면 망인의 사망은 간경화가 악화된 결과일 뿐 업무상 재해가 아니다”고 밝혔다.
두 사안의 차이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지난 20일 강씨 사건 항소심을 맡아 원고패소 판결을 내린 서울고법의 한 판사는 “현장소장은 술을 마셔야 할지 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다”며 “업무상 꼭 술을 마셔야 되는 것은 아니었으므로 망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만일 현장소장이 아니고 보조적 직원의 지위에 있었다면 소송결과는 달라질 수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기관리’ 여부 중요 = 지난 2003년 7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규칙’에 간질환 산재기준이 명시됨으로써 업무상 술을 많이 마실 수밖에 없는 경우에 생긴 알코올성 간질환이 산재로 인정받게 되는 길이 넓어졌다.
업무상 질병에 해당하는 간질환은 독성간염, 급성간염, 전격성간염, 간농양, 만성간염, 간경변증, 원발성 간질환 등 7종에 해당한다.
이 경우 업무상 과음과 간질환간의 인과관계를 인정할만한 객관적 기준이 없기 때문에 근로자가 업무상 상습적으로 과음할 수밖에 없었다는 정황을 증명해야 한다. 근로복지공단측은 “의사 소견서 외에도 동료나 상사의 증언, 또 술자리 접대에서 받은 영수증 등이 근거자료로 사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만성 B형간염 보균자가 음주로 인해 증상이 악화돼 사망한 경우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판결보다 산재인정을 엄격히 하고 있다.
신문사 광고국에서 20년 동안 근무한 조 모씨는 지난 B형간염 바이러스 보균자로 진단을 받은 뒤 10여년간 치료를 받아왔다. 하지만 그는 정기건강진단에서 간 질환 의심결과가 나왔으나 치료받지 않고 1주일에 서너차례 점심, 저녁 식사때 과음을 하다 간염이 간암으로 악화돼 숨졌다. 원심인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3월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지만 지난 20일 서울고등법원은 원심을 파기한 판결을 선고했다.
사건을 맡은 재판부는 “이 사안에서 광고국장은 술을 마셔야 할지 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는 점, 더구나 만성 B형 간염을 넘어 간경변까지 간 상황에서 다시 술을 마셨다는 점 등이 주요하게 고려됐다”고 밝혔다. .
간질환이 B형 간염을 거친 경우 정기검진에서 드러나기 마련이므로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것이 법조계의 일반적인 평이다.
서울고등법원 한 판사는 “병을 키우는 사람까지 혜택을 줄 수는 없지 않느냐”며 “자기관리를 했느냐 여부는 산재 인정에 있어 중요한 자료”라고 말했다.
◆술마시는 자리, 시간도 중요해 = 과음으로 인한 사고의 경우는 음주 장소와 시간도 산재인정에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한다. 광고대행사 직원 원 모씨는 회사 홍보를 위해 기자와 술을 마시면서 새벽까지 자리를 옮기면서 술을 마셨다. 원씨는 여관에 들어가 혼자 자다가 어딘가에 얼굴을 심하게 부딪혀 뇌출혈 사고를 당했다.
이에 대해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6월 “원씨가 기자와 만나 술자리를 가진 것은 업무상 필요에 의한 것이지만 새벽 4시까지 3차례나 자리를 옮기면서 술을 마신 것은 업무보다는 개인적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산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생산직 근로자로 일하는 성 모씨는 공장장의 지시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직장회식자리에 참석했다. 회식 도중 술을 마셔 만취한 성씨는 기숙사로 돌아오던 중 교통사고를 당했고 요양을 하다가 사망했다.
이에 대해 지난해 8월 서울행정법원은 “성씨가 참석한 회식은 사용자의 지배나 관리를 받는 상태로서 사회통념상 업무의 연장으로 볼 것”이라면서도 “회식이 끝나 해산한 후 주거지로 이동하는 동안에는 일단 업무수행은 끝났으므로 업무상 재해가 아니다”고 밝혔다.
출퇴근 중 입은 사고는 사기업체 근로자와 공무원의 경우에 달리 판단된다.
서울 행정법원의 한 판사는 “사기업 직원이 ‘출퇴근 중 재해’를 입었다면 회사 통근버스를 이용하던 도중이었을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인정해준다”며 “반면 공무원이 ‘통근 중 사고’를 당했을 때는 ‘공무상 재해’로 인정해주는 판례가 형성돼있으므로 이 경우 성씨가 공무원이었다면 ‘공무상 재해’에 해당할 것”이라고 판결취지를 설명했다.
박정미 기자 pjm@naeil.com
신문사 사회부 기자로 오랫동안 근무하면서 격무에 시달리고 취재원과 밤늦도록 술마시는 생활을 하다 간암에 걸리면 산업재해로 인정될까.
또 건설사 현장소장으로서 인·허가 관련 행정청에 대한 접대를 위해 지속적인 음주를 하다 간암과 신부전등이 겹쳐 사망했다면 보상받을 수 있을까.
판례에 따르면 첫번째 사례는 업무상 재해로 산재처리가 되는 반면 두번째사례는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지 않는다.
◆기자·광고영업직 ‘알코올성 간질환은 산재’ = 회사업무상 술을 많이 마셔 발생한 알코올성간질환도 업무로 인한 것이라고 입증만 되면 산재에 해당된다. 하지만 개인이 술을 좋아해 알코올성 간질환을 얻었다면 업무상 질병에서 제외된다.
서울행정법원의 한 판사는 “기자나 영업직등은 음주가 업무수행행위로 인정되는 대표적 직종”이라면서도 “산재 인정 여부는 구체적 사안에 따라 달리 판단되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신문기자로 근무한 윤 모씨는 만성 B형 간염 진단을 받았음에도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취재원 접대 등을 위해 7년간 과음을 지속하다 간암에 걸려 사망했다.
이에 대해 지난 2002년 4월 서울행정법원은 “과중한 업무와 과음으로 인해 간염이 자연적인 진행정도를 넘어 급속하게 악화돼 간암을 유발함으로써 사망했다”며 산재임을 인정했다.
건설회사 현장소장인 강 모씨는 B형 간염 보균자로 판명 받았지만 현장직원들과 원만한 인간관계 유지와 담당공무원 접대 등을 위해 자주 술자리를 가져 6년만에 간암으로 사망했다.
이에 대해 지난 2003년 11월 서울행정법원은 “간질환을 앓고 있었음에도 건강관리를 소홀히 하고 계속 음주를 한 점에 비춰보면 망인의 사망은 간경화가 악화된 결과일 뿐 업무상 재해가 아니다”고 밝혔다.
두 사안의 차이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지난 20일 강씨 사건 항소심을 맡아 원고패소 판결을 내린 서울고법의 한 판사는 “현장소장은 술을 마셔야 할지 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다”며 “업무상 꼭 술을 마셔야 되는 것은 아니었으므로 망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만일 현장소장이 아니고 보조적 직원의 지위에 있었다면 소송결과는 달라질 수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기관리’ 여부 중요 = 지난 2003년 7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규칙’에 간질환 산재기준이 명시됨으로써 업무상 술을 많이 마실 수밖에 없는 경우에 생긴 알코올성 간질환이 산재로 인정받게 되는 길이 넓어졌다.
업무상 질병에 해당하는 간질환은 독성간염, 급성간염, 전격성간염, 간농양, 만성간염, 간경변증, 원발성 간질환 등 7종에 해당한다.
이 경우 업무상 과음과 간질환간의 인과관계를 인정할만한 객관적 기준이 없기 때문에 근로자가 업무상 상습적으로 과음할 수밖에 없었다는 정황을 증명해야 한다. 근로복지공단측은 “의사 소견서 외에도 동료나 상사의 증언, 또 술자리 접대에서 받은 영수증 등이 근거자료로 사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만성 B형간염 보균자가 음주로 인해 증상이 악화돼 사망한 경우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판결보다 산재인정을 엄격히 하고 있다.
신문사 광고국에서 20년 동안 근무한 조 모씨는 지난 B형간염 바이러스 보균자로 진단을 받은 뒤 10여년간 치료를 받아왔다. 하지만 그는 정기건강진단에서 간 질환 의심결과가 나왔으나 치료받지 않고 1주일에 서너차례 점심, 저녁 식사때 과음을 하다 간염이 간암으로 악화돼 숨졌다. 원심인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3월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지만 지난 20일 서울고등법원은 원심을 파기한 판결을 선고했다.
사건을 맡은 재판부는 “이 사안에서 광고국장은 술을 마셔야 할지 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는 점, 더구나 만성 B형 간염을 넘어 간경변까지 간 상황에서 다시 술을 마셨다는 점 등이 주요하게 고려됐다”고 밝혔다. .
간질환이 B형 간염을 거친 경우 정기검진에서 드러나기 마련이므로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것이 법조계의 일반적인 평이다.
서울고등법원 한 판사는 “병을 키우는 사람까지 혜택을 줄 수는 없지 않느냐”며 “자기관리를 했느냐 여부는 산재 인정에 있어 중요한 자료”라고 말했다.
◆술마시는 자리, 시간도 중요해 = 과음으로 인한 사고의 경우는 음주 장소와 시간도 산재인정에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한다. 광고대행사 직원 원 모씨는 회사 홍보를 위해 기자와 술을 마시면서 새벽까지 자리를 옮기면서 술을 마셨다. 원씨는 여관에 들어가 혼자 자다가 어딘가에 얼굴을 심하게 부딪혀 뇌출혈 사고를 당했다.
이에 대해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6월 “원씨가 기자와 만나 술자리를 가진 것은 업무상 필요에 의한 것이지만 새벽 4시까지 3차례나 자리를 옮기면서 술을 마신 것은 업무보다는 개인적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산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생산직 근로자로 일하는 성 모씨는 공장장의 지시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직장회식자리에 참석했다. 회식 도중 술을 마셔 만취한 성씨는 기숙사로 돌아오던 중 교통사고를 당했고 요양을 하다가 사망했다.
이에 대해 지난해 8월 서울행정법원은 “성씨가 참석한 회식은 사용자의 지배나 관리를 받는 상태로서 사회통념상 업무의 연장으로 볼 것”이라면서도 “회식이 끝나 해산한 후 주거지로 이동하는 동안에는 일단 업무수행은 끝났으므로 업무상 재해가 아니다”고 밝혔다.
출퇴근 중 입은 사고는 사기업체 근로자와 공무원의 경우에 달리 판단된다.
서울 행정법원의 한 판사는 “사기업 직원이 ‘출퇴근 중 재해’를 입었다면 회사 통근버스를 이용하던 도중이었을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인정해준다”며 “반면 공무원이 ‘통근 중 사고’를 당했을 때는 ‘공무상 재해’로 인정해주는 판례가 형성돼있으므로 이 경우 성씨가 공무원이었다면 ‘공무상 재해’에 해당할 것”이라고 판결취지를 설명했다.
박정미 기자 pj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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