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중(中) 정치인 시대’ 오나

중도성향·중산층 지향·중부지역 기반·중년

지역내일 2005-02-10 (수정 2005-02-14 오전 10:59:32)
열린우리당 김부겸 이종걸 김영춘 송영길 임종석 눈길
한나라당 원희룡 남경필 박 진 임태희 정병국 주목

“중도성향의 중산층의 지지를 받는, 중부지역에 기반을 둔, 40대 중년 정치인을 주목하라.”
향후 한국 정치를 이끌어 갈 지도자로 ‘4중(中) 정치인’이 각광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눈길을 끈다. 아직 정치권에 두각을 드러내지는 못하고 있지만, 조만간 ‘4중 정치인 전성시대’가 온다는 것.
정치컨설팅 그룹 ‘민’의 박성민 대표는 “현재 이들은 진보와 보수, 영남과 호남에 치여 어정쩡한 위치에 있지만 조만간 두각을 드러낼 것”이라고 말했다.
현 정치권에서 이 조건에 맞는 인물로는 10여명 정도를 꼽을 수 있다. 열린우리당 김부겸 김영춘 송영길 이종걸 임종석 의원, 한나라당 남경필 박 진 임태희 원희룡 정병국 의원 등이 그들이다. 이들은 수도권에 근거를 둔 40대로, 그동안 나름대로 중도노선을 견지해온 인물들이다.

◆“중도화는 이미 경향성” =‘4중정치인’이 주목받을 요소는 이미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우선 국민들 스스로가 ‘중도’라고 보는 인식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한길리서치연구소(소장 홍형식)가 지난 1월 14일~15일 실시한 정치이념 성향 조사에 따르면 진보 33.4%, 중도 31.3%, 보수 29.9%로 나타났다. 지난 12월 조사에 비해 진보·보수층이 감소하고, 중도층이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표 참조).
다른 언론사 조사도 마찬가지다. 2005년 1월 동아일보 조사의 경우 진보 26.8%, 중도 46.2%, 보수 25.4%로 중도라고 밝힌 국민이 진보나 보수보다 거의 두배 정도 높게 나왔다. 이처럼 국민의 중도화 경향은 참여정부 출범 이래 이미 하나의 경향성을 이루고 있다는 게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홍형식 소장은 “국민들은 보수층에게도 진보 개혁세력에게도 정권을 맡겨보았으나, 둘 다 만족하지 못하면서 중도 지향으로 바뀌고 있다”고 해석했다. “중도를 지향한다는 것은 ‘이념지향성 자체가 싫다’는 의미”라는 것. 국민들은 진보-보수 이념적 대립과 분열보다 경제와 실용성을 중시하는 통합의 리더십을 요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홍 소장은 “앞으로의 노선싸움은 혁신적 중도를 누가 잡느냐의 양상으로 갈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유권자는 양극단에 지쳤다” = ‘중산층 역할론’ 역시 역대 정권의 전가의 보도처럼 써온 개념이다. 그만큼 중산층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 중산층을 제대로 대변하는 정치인이나 정치세력이 없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기불황을 맞으면서 중산층이 줄어들고 있다는 게 그 반증이다.
그런 만큼 중산층 지향 정책을 펴는, 중산층의 지지를 받는 정치인이 부각될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다.
한 정치평론가는 “개인의 출신보다 정책과 노선의 지향점이 어디에 있느냐가 중요하다”며 “노동자나 재벌 양극단이 아닌 중산층을 대변하는 정치인이 지지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산업화 사회를 지나면서 지나치게 팽창해진 재벌이나 계속 강성 노선을 견지하고 있는 노동계에 지친 유권자들이 ‘중산층 우선 정책’을 더 찾게 되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지역 아닌 실력으로 살아남았다” = ‘3김정치 종언’과 함께 ‘지역구도 타파’는 시대의 화두였다. 참여정부와 17대 국회 출범 이후 지역구도가 많이 사라졌다고 하지만 물밑으로는 여전히 상수역할을 하고 있다. 여권 안팎의 ‘호남소외론’, 한나라당 내부의 ‘영남근거지론’, 신행정수도를 둘러싼 ‘충청역할론’ 등이 그 잔재들이다.
이런 지역구도를 깰 인물은 결국 지역구도로부터 자유로운 중부권 정치인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 여기서 중부권은 우리나라의 중부, 즉 수도권을 가리킨다.
중부지역 정치인 역할론과 관련, 홍형식 소장은 “중부권 정치인들은 지역 연고에 의존하지 않고, 실력으로 경쟁 속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라며, “지역구도하에 있는 정치인들과 달리 사고가 열려 있고, 대중정치인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유연·균형잡힌 시각이 강점 = 한국 정치에서 40대 역할이 중요해진 것은 지난 2002년 대선부터였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당시 민주당 노무현 후보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지지의 연령별 분기점이 43·44세’라고 분석한다. 43세 이하는 노무현 지지가 절대적으로 많았고, 44세 이상은 이회창 지지가 높았다는 것. 결국 40대에서 결판이 났다는 얘기가 된다.
이 ‘40대 결정론’은 당분간 흔들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40대 유권자들이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동인이라면, 40대 정치인 또한 정치권의 중심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다. 격변하는 세계질서 속에서 역동적이면서도 유연한, 균형잡힌 리더십이 요구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 박 진 의원은 “6·25 이후 첫 세대로 전쟁을 겪지 않았고, 반공에 유연하고 산업화와 민주화를 한꺼번에 경험했기 때문에 향후 우리사회의 중심적인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세대간의 균형추 역할을 하는 40대는 다양한 경험을 통해 스스로 균형감각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에 ‘안정과 중도’를 희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70년대 초 김대중 김영삼씨 등이 ‘40대 기수론’을 내세워 바람을 일으킨 역사가 있다. 또 미국의 클린턴 전 대통령이나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의 경우 40대에 국정책임자로 나서서 역량을 발휘한 바 있다.

/백왕순 기자 wsp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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