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경기침체의 경제학

신문로 칼럼

지역내일 2001-01-10
미연방중앙은행의 이자율 인하조처에 증시가 일단 상승장세로 반응한 지 하루만에 미국 증시는 계속 하락양상을 보이고 있다.
증시폭락은 증시의 투기적 성격이 강화되면서 발생하고 있는 것인 동시에, 기본적으로 증시를 뒷받침하는 실물경제의 과잉축적에 따른 수익률 하락이 보다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즉 과잉생산을 처리할 수 있는 수요가 그만큼 확대 재생산되지 못해 경기침체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자율 인하라는 조처만으로 이러한 과잉생산과 수요부족의 모순을 극복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형편에, 차기 부시정권은 이자율 조정에 덧붙여 감세 정책을 추진하여 돌파구를 열겠다고 벼르고 있다. 그러나 그 내용을 보면 3퍼센트에 불과한 상층계층의 세금을 무려 40퍼센트 이상 우선 감면하고 이로 인한 재정부족은 사회보장예산 감축으로 보충하겠다는 것이어서 일반서민들에게 침체기의 부담을 전가하려는 의도라고 지목되고 있다. 레이건 시대의 공급측면 경제학을 복구하여 기업들의 투자의욕을 부추기겠다는 것인데, 감세 혜택을 받았다고 해서 이들 기업들이 경기침체의 시기에 신규투자를 통한 생산확대를 할 리가 만무하다는 점에서 고용효과나 경기부양책으로서의 의미를 갖기는 어려운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세계경제의 장기침체가 불가피한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것이다.

폴 크루그만의 정확한 미국경기 침체 예측
MIT대학의 경제학 교수 폴 크루그만(Paul Krugman)은 1977년 아시아 경제위기 이후 세계자본주의의 동요와 관련하여, “돌아온 경기침체의 경제학(The Return of Depression Economics)”이라는 개념으로 오늘의 현실을 진단하고 있다. 아시아 경제위기 이후 미국 경기는 상승세를 타는 모습을 보였지만, 그것은 투기자본의 단기적 활력에 의지한 것일 뿐 시장을 받쳐줄 수요가 지속적으로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 대한 대비가 없으므로 위기가 곧 온다고 예견했다. 그가 이 이야기를 꺼냈을 때 미국은 도리어 경기과열을 걱정할 정도의 상황이었다.
이른바 시장자유론자들은 침체국면이 시장 자신의 무정부적인 생산활동과 무한경쟁에 따른 중복투자, 임금인상 규모와 속도의 억제에 의한 소득수준의 저하 등에서 비롯되고 있는 것을 은폐하고 있다.
이들은 과잉생산의 부담을 일반서민과 노동자들, 그리고 부채경제에 허덕이고 있는 제3세계 국가들에게 떠넘기기에 바쁘다. 그래서 당장에 취하는 조처가 구조조정이라는 이름 아래 정리해고를 하여 기업의 군살을 빼고, 물가는 그대로 유지하거나 인상하여 떨어진 수요에 의한 수익률 인하의 피해를 막으며 자본통제정책을 저지해 증시투기의 이익을 보전하고 도덕적으로 해이한 자금확보의 통로를 그대로 확보하려는 것이다.
침체국면에 처한 제3세계 경제에 대해서는 구조조정의 압박을 강화하여 자본에 저항하는 노동자들의 권리를 제한하고, 임금인하를 유도하며 헐값으로 이들 나라의 자산을 매입하는 절호의 기회로 삼는다. 신자유주의는 국가로 하여금 바로 이 자본의 횡포를 방임하고 이에 저항하는 세력을 진압하라는 자본동맹의 폭력적인 요구와 다름이 없다. 그러므로 시장에 대한 그 사회의 관리와 통제는 매우 중요한 주제로 부상할 수밖에 없다.
이제 세계경제의 장기침체가 내다보이는 상황에서 우리에게 지금 절실하게 요구되는 것은, 내적으로도 충분히 사고 팔며 먹고 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일이다. 이는 세계화라는 미명아래 이루어지고 있는 외부 의존적 종속경제로부터 탈피하여, 내수시장의 견고한 기초를 재정립하는 일이자 자본에 대한 민주적이고 공적인 관리와 통제 체제를 만들어내는 일이다.
시장이 사회를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시장을 지배하고 주도해나가는 원칙과 정치 경제적 구조를 창출해내는 노력이 아니고서는, 한쪽에서는 자본이 비대하게 커가고 다른 한쪽에서는 빈곤이 심화되면서 수요부족으로 인한 경기침체의 근본요인이 되고 있는 이 기묘한 모순을 해결할 방도가 없다.

심각한 파국을 가정해 비상한 대처를
경기침체는 자본의 탐욕과 독점, 그리고 집중전략이 자초해 우리 모두에게 가하는 구조적 고통이라는 점에서, 이 자본에 대한 한국사회의 전략이 바로 서지 않는 한 우리는 이 반복적인 위기와 수렁에서 빠져 나오기가 너무도 어렵게 될 것이다. 게다가 미국 경제의 하강으로 인해 덮쳐올 미국으로부터의 압박도 더욱 거칠어질 것이 분명하다. 하여, 우리는 지금 또 한번의 심각한 파국이 올 것을 아예 기정사실로 가정하고 비상한 방식으로 대처해야 한다.
초국적 자본을 비롯한 대자본의 방만한 운동을 과감히 통제, 차단하는 가운데, 외부경제의 충격파를 최소화하도록 하고, 일반서민들의 수요확대를 강력히 지원하여 이를 근간으로 하는 고용증대의 촉진과 자금회전의 유연성을 실현할 금융재정정책을 최우선으로 펼쳐나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향후 10년 내에도 재기의 가능성을 갖지 못하는 기막힌 처지가 될 수 있다.
김민웅 재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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