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일꿈>때늦은 눈으로 즐거워진 ‘봄꽃 기다림’(현 진 오 2005.03.09)

지역내일 2005-03-09
때늦은 눈으로 즐거워진 ‘봄꽃 기다림’
현 진 오 동북아식물연구소장

엊그제 전국을 강타한 폭설로 움찔했지만 바야흐로 다가서는 봄기운을 막을 수는 없는가보다. 살갗을 에는 듯하던 바람에 어느덧 따스한 기운이 실린 게 실감난다. 점심 식사 후에는 양지 한 켠에 오롯이 앉자 해바라기하기에도 더 없이 좋은 절기다.
우리의 산과 들에서도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열섬, 온실 효과 가득한 도시에 비한다면 아직 한겨울에 가까운 산과 들이지만 그 속의 뭇 생명들은 다가올 계절 맞을 채비를 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갯버들과 생강나무 꽃눈이 더욱 통통하게 물기를 머금기 시작했고, 당단풍나무 가지 끝은 불그스레한 빛깔로 봄화장을 시작했다. 겨우내 생기 없는 누런 잎만을 달고 있던 회양목, 만병초 같은 상록활엽수들도 퇴색되었던 잎 빛깔을 싱그럽게 바꾼다. 곧이어 무르익을 봄에 꽃이며 잎을 활짝 틔워 자랑하기 위함이다.
성급히 꽃을 피운 녀석들도 있다. 남부지방와 동해안에서는 복수초가 핀 지 이미 오래다. 서울 근교 천마산에서도 앉은부채가 눈 속에서 살포시 꽃을 피워 올리기 시작했다.
가리왕산 점봉산 태백산 눈 속에서는 세계적인 희귀식물 한계령풀이 잎과 꽃을 달고 잔뜩 웅크린 채로 눈이 녹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으리라. 눈이 녹자마자 노랗던 이파리들은 연둣빛으로 변함과 동시에 광합성 공장을 가동하기 시작할 것이고, 부풀대로 부푼 꽃봉오리들은 희열의 순간을 곧이어 맞이하리라. 이맘때가 되면 주변의 친구들-얼레지, 피나물, 노루귀, 홀아비바람꽃, 현호색들도 한계령풀에 뒤질세라 봄꽃 축제의 주인공으로 앞 다투어 나서리라.
3월 초순까지 내린 올해의 눈은 봄을 더디게 하고 있다. 사람들 마음에 찾아오는 봄도 그렇게 더딘 것만 같고, 산속에서는 물리적으로까지 봄이 오는 것을 막아서고 있다. 이렇게 기세등등한 봄눈이라 치더라도 수만년 동안 한 치 오차도 없이 매년 한결같은 모습으로 한해살이를 이어가는 풀꽃들의 봄은 막아서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 아니 오히려 적당한 수분을 공급하는가 하면, 솜이불처럼 보온효과를 줌으로써 봄꽃들의 향연을 더 풍요롭게 할 것이다. 더욱이, 꽃을 좇아 산과 들로 나서는 이들에게는 연출 없는 진정한 ‘눈 속의 꽃’을 카메라와 마음속에 담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줄지도 모른다.
언제나 이맘때면 봄꽃 맞을 기쁨으로 마음이 설렌다. 봄을 시샘하는 폭설이 내린 올봄에는 유난히 눈 속에 핀 봄꽃이 많으리라는 기대로 더욱 마음이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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