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 희망찾기]“전략도 없이 현안에 끌려 다녀”
핵심과제에 선택과 집중 필요 … 지도부 경직성도 극복해야
지역내일
2005-03-15
(수정 2005-03-15 오전 11:12:16)
지난달 26일 민노당의 싱크탱크인 진보정치연구소는 ‘제1야당으로 나아가기 위한 성찰과 쇄신을 위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민노당이 2004년 총선을 통해 원내진출이라는 성과를 거뒀지만 중장기적 목표를 정하지 못하고 전략과 기획 없이 우왕좌왕하면서 당이 위기에 처해있다고 지적했다.
내일신문은 진보정치연구소에서 지적한 내용을 중심으로 3회에 걸쳐 민노당의 위기를 짚고 나아갈 방향에 대해 점검해본다. 편집자 주
“민노당이 지난 2002년 대선 때 부유세 신설을 공약으로 내걸어 국민들의 지지를 얻었다. 그러나 원내진입 후 후속작업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진보정치연구소 김윤철 연구기획실장의 이야기다.
부유세 도입은 지난 총선 때 민노당의 지향점을 상징하는 정책으로 국민들의 호감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정작 당내에는 이 문제를 전담할 조직이 없어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다. 보고서는 부유세 문제를 원내진입 후 각종 현안에 파묻히면서 ‘선택과 집중’을 못한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그렇다고 현안에 제대로 대응한 것도 아니다. 행정수도 문제나 과거사 문제도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실기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평등과 자주의 내용이 없다 = 과거사법 제정 문제는 민노당 전신인 ‘국민승리21’ 시절부터 주장했던 내용이지만 열린우리당에 이슈를 빼앗겼고, 행정도시 문제도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에 끌려 다녔다.
특히 행정도시 문제는 당내 논의를 시작한 지난해 7월 이후 8개월여를 끌다 올해 2월말 겨우 ‘대전둔산행정특별시안’이라는 당론을 결정했다. 게다가 당론결정 직후에 있은 행정도시특별법 국회 표결에는 어정쩡한 입장을 보이다 일부 의원만 표결에 참석했다. 표결에 참여한 의원 중 조승수 의원은 반대당론과는 달리 여야합의안에 대해 찬성했다.
당시 조 의원은 “대전 둔산에 행정수도를 확대하는 안이 정부안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석연치 않다”며 법안 찬성이유를 밝혔다.
김 실장은 “정부안에 대해 반대했으면 당론결정을 신속히 하고 원내 3당으로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위 사례들은 민노당의 현 주소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당이 전략적 과제로 ‘평등과 자주’를 이야기하지만 실제로 구체화되는 일이 없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그동안 민노당이 ‘무상의료 무상교육’을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지만 정책으로 구체화되지 않고 있다. 당내에서는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되면 민노당은 비현실적인 꿈만 꾸는 정당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 실장은 “평등과 자주의 영역인 복지정책과 북핵문제에서조차 보수 양당에 주도권을 빼앗기고 있다”며 “이 상황을 타개하지 않으면 민노당이 설 자리가 없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 = 물론 민노당의 고민도 있다. 원내 10석에 불과한 ‘미니정당’임에도 진보정당이라는 이유로 당의 실제역량을 뛰어넘는 요구를 받고 있다. 국보법 철폐, 비정규직 문제, 부유세 신설, 주한미군 문제 등이 그것이다.
보고서는 이것을 해결하는 길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핵심과제를 선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모범사례로 민노당이 원내진출 후 유일하게 국회를 통과시킨 ‘교통약자를 위한 편의증진법’을 꼽는다.
현애자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 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민노당은 다른 당 의원들도 포함시켜 총 58명의 의원이 포함된 ‘장애인이동보장법 제정 추진 국회의원모임’을 구성하는 등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이 모임 소속 의원들은 당시 법안심사소위 회의장을 직접 찾아가 압박하는 등 끝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은 결과 국회 통과라는 결실을 거뒀다.
이런 지적에 대해 당 지도부에서도 대체적으로 수긍하는 분위기다.
김창현 사무총장은 “보고서에서 문제제기한 내용에 대해 받아들일 내용이 많다고 생각한다”며 “내부에서 이 문제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토론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윤영철 기자 ycyun@naeil.com
내일신문은 진보정치연구소에서 지적한 내용을 중심으로 3회에 걸쳐 민노당의 위기를 짚고 나아갈 방향에 대해 점검해본다. 편집자 주
“민노당이 지난 2002년 대선 때 부유세 신설을 공약으로 내걸어 국민들의 지지를 얻었다. 그러나 원내진입 후 후속작업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진보정치연구소 김윤철 연구기획실장의 이야기다.
부유세 도입은 지난 총선 때 민노당의 지향점을 상징하는 정책으로 국민들의 호감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정작 당내에는 이 문제를 전담할 조직이 없어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다. 보고서는 부유세 문제를 원내진입 후 각종 현안에 파묻히면서 ‘선택과 집중’을 못한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그렇다고 현안에 제대로 대응한 것도 아니다. 행정수도 문제나 과거사 문제도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실기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평등과 자주의 내용이 없다 = 과거사법 제정 문제는 민노당 전신인 ‘국민승리21’ 시절부터 주장했던 내용이지만 열린우리당에 이슈를 빼앗겼고, 행정도시 문제도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에 끌려 다녔다.
특히 행정도시 문제는 당내 논의를 시작한 지난해 7월 이후 8개월여를 끌다 올해 2월말 겨우 ‘대전둔산행정특별시안’이라는 당론을 결정했다. 게다가 당론결정 직후에 있은 행정도시특별법 국회 표결에는 어정쩡한 입장을 보이다 일부 의원만 표결에 참석했다. 표결에 참여한 의원 중 조승수 의원은 반대당론과는 달리 여야합의안에 대해 찬성했다.
당시 조 의원은 “대전 둔산에 행정수도를 확대하는 안이 정부안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석연치 않다”며 법안 찬성이유를 밝혔다.
김 실장은 “정부안에 대해 반대했으면 당론결정을 신속히 하고 원내 3당으로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위 사례들은 민노당의 현 주소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당이 전략적 과제로 ‘평등과 자주’를 이야기하지만 실제로 구체화되는 일이 없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그동안 민노당이 ‘무상의료 무상교육’을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지만 정책으로 구체화되지 않고 있다. 당내에서는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되면 민노당은 비현실적인 꿈만 꾸는 정당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 실장은 “평등과 자주의 영역인 복지정책과 북핵문제에서조차 보수 양당에 주도권을 빼앗기고 있다”며 “이 상황을 타개하지 않으면 민노당이 설 자리가 없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 = 물론 민노당의 고민도 있다. 원내 10석에 불과한 ‘미니정당’임에도 진보정당이라는 이유로 당의 실제역량을 뛰어넘는 요구를 받고 있다. 국보법 철폐, 비정규직 문제, 부유세 신설, 주한미군 문제 등이 그것이다.
보고서는 이것을 해결하는 길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핵심과제를 선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모범사례로 민노당이 원내진출 후 유일하게 국회를 통과시킨 ‘교통약자를 위한 편의증진법’을 꼽는다.
현애자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 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민노당은 다른 당 의원들도 포함시켜 총 58명의 의원이 포함된 ‘장애인이동보장법 제정 추진 국회의원모임’을 구성하는 등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이 모임 소속 의원들은 당시 법안심사소위 회의장을 직접 찾아가 압박하는 등 끝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은 결과 국회 통과라는 결실을 거뒀다.
이런 지적에 대해 당 지도부에서도 대체적으로 수긍하는 분위기다.
김창현 사무총장은 “보고서에서 문제제기한 내용에 대해 받아들일 내용이 많다고 생각한다”며 “내부에서 이 문제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토론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윤영철 기자 ycyu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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