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과 해적 싸움에 등터지는 북한주민
세계적 언어학자이며 미 MIT대학 교수인 노암 촘스키는 미국 주도의 ‘국제테러리즘’을 제왕과 해적에 비유했다.
알렉산더 대왕은 사로 잡혀온 해적에게 “너는 어찌하여 감히 바다를 어지럽히느뇨?”라고 일갈한다. 해적은 “당신은 어찌하여 감히 온 세상을 어지럽히는 건가요? 전 그저 자그만 배 한 척으로 그 짓을 하기 때문에 도둑놈 소릴 듣는 것이고, 당신은 거대한 함대를 이끌고 그 짓을 하기 때문에 제왕이라 불리는 것뿐이외다”라고 했다.
제왕의 테러행위는 인류애를 바탕으로 한 것이지만, 해적의 테러행위는 악마를 대신한 것이다. 제왕의 이중 잣대를 잘 보여주는 곳이 이라크다. 미국은 대량살상무기(WMD)를 이유로 이라크를 침공했지만 WMD의 그림자도 보지 못했다.
미국은 실전 배치된 대형 핵탄두(전략핵) 6480개를 포함해 1만680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북한이 보유를 선언한 핵무기는 실험실 수준을 겨우 넘어섰으며, 이를 운반할 수단도 완전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미국은 북한을 ‘악마 리스트’에 올려놓았다.
국제사회 흔드는 제왕의 이중 잣대
제왕과 해적이 다투는 사이에 등이 터지는 것은 굶주림에 지친 북한 동포들이다. 북한은 남한에 봄철용 비료 50만 톤(1400억 원 상당) 지원을 요청한 상태다. 남한은 지난 3년 동안 해마다 비료 30만 톤을 북한에 지원했다.
중부지방의 경우 감자는 3월 하순, 옥수수는 4월 중순이면 파종을 한다. 파종 1주일 전에는 밑거름을 해야 한다. 지금부터 당국자 회담을 열고, 지원규모를 결정하고, 북한 전역에 수송을 하려면 일정이 빠듯하다.
북한 당국이 10일 전격적으로 핵보유 선언과 6자회담 무기연기를 발표하며 상황이 다급해졌다. 반기문 외교통상부장관은 “쌀과 비료는 그동안 인도적 차원에서 지원해온 만큼 상황이 더 악화되지 않으면” 계속 지원할 것임을 밝혔다. 그러나 미국내 강경파들은 공공연히 북한에 비료지원 중단을 주장하고 있다. 야당이 대정부 공세에 나서고, 북한의 핵무장을 비난하는 여론이 비등한 가운데 북한에 대규모의 비료를 지원하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서유럽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 중 하나인 아일랜드는 우리나라와 비슷한 점이 많다. 영국의 식민지를 경험했고 1921년 이래 분단국가다. 독립국가인 아일랜드는 정보통신강국으로 서유럽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 중 하나다. 그러나 북아일랜드는 여전히 영국 땅이고, IRA가 주도하는 테러가 30년간 계속됐다. 아일랜드인들은 1845년 감자 대기근 때 100만 명이 굶어죽고, 100만 명 이상이 이민을 떠났다. 당시 영국정부는 오히려 아일랜드에서 식량을 수탈했다.
제국주의 식민본국에 대한 뿌리 깊은 원한이 160년이 지난 오늘까지 내전과 테러를 종식시킬 평화협정이 지지부진한 역사적 배경이 되고 있다.
미국과 남한이 굶주림에 지친 북한동포를 외면할 경우 앞으로 통일시대가 오더라도 새로운 분쟁과 지역갈등이 등장할 것이다.
북한은 6자회담 참석하고 우리 정부는 북한 설득해야
현재의 난국을 푸는데는 북한당국의 결단이 우선이다. 마지막 패까지 보여준 북한 당국이 선택할 길은 하나밖에 없다. 북한이 제왕의 논리에 항의하고 ‘체제보장’을 받으려면 노무현 정부의 중재력을 높여주어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미국 방문 중 “외부의 위협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한 억제수단이라는 북한의 주장에 일리가 있다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역대 대통령 중에서 북한의 입장을 이만큼 긍정적으로 옹호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도 북한은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한반도 비핵지대화를 위해 노력해온 노무현 정부를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북한 당국은 6자회담의 장에 나와서 제왕의 논리를 반박해야 한다. 6자회담이 재개되어야 비료협상도 순조롭게 이루어질 수 있다. 우리 정부가 북한의 신뢰를 얻으려면 진심으로 상대의 고통을 이해하고 도와주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다양한 접촉을 통해 북한을 설득하고 한반도비핵지대화를 설득해야 한다. 남북한 당국은 오늘의 상황을 이후 통일시대에 어떻게 평가할지 두려운 마음을 가져야 한다.
신 명 식 편집위원
세계적 언어학자이며 미 MIT대학 교수인 노암 촘스키는 미국 주도의 ‘국제테러리즘’을 제왕과 해적에 비유했다.
알렉산더 대왕은 사로 잡혀온 해적에게 “너는 어찌하여 감히 바다를 어지럽히느뇨?”라고 일갈한다. 해적은 “당신은 어찌하여 감히 온 세상을 어지럽히는 건가요? 전 그저 자그만 배 한 척으로 그 짓을 하기 때문에 도둑놈 소릴 듣는 것이고, 당신은 거대한 함대를 이끌고 그 짓을 하기 때문에 제왕이라 불리는 것뿐이외다”라고 했다.
제왕의 테러행위는 인류애를 바탕으로 한 것이지만, 해적의 테러행위는 악마를 대신한 것이다. 제왕의 이중 잣대를 잘 보여주는 곳이 이라크다. 미국은 대량살상무기(WMD)를 이유로 이라크를 침공했지만 WMD의 그림자도 보지 못했다.
미국은 실전 배치된 대형 핵탄두(전략핵) 6480개를 포함해 1만680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북한이 보유를 선언한 핵무기는 실험실 수준을 겨우 넘어섰으며, 이를 운반할 수단도 완전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미국은 북한을 ‘악마 리스트’에 올려놓았다.
국제사회 흔드는 제왕의 이중 잣대
제왕과 해적이 다투는 사이에 등이 터지는 것은 굶주림에 지친 북한 동포들이다. 북한은 남한에 봄철용 비료 50만 톤(1400억 원 상당) 지원을 요청한 상태다. 남한은 지난 3년 동안 해마다 비료 30만 톤을 북한에 지원했다.
중부지방의 경우 감자는 3월 하순, 옥수수는 4월 중순이면 파종을 한다. 파종 1주일 전에는 밑거름을 해야 한다. 지금부터 당국자 회담을 열고, 지원규모를 결정하고, 북한 전역에 수송을 하려면 일정이 빠듯하다.
북한 당국이 10일 전격적으로 핵보유 선언과 6자회담 무기연기를 발표하며 상황이 다급해졌다. 반기문 외교통상부장관은 “쌀과 비료는 그동안 인도적 차원에서 지원해온 만큼 상황이 더 악화되지 않으면” 계속 지원할 것임을 밝혔다. 그러나 미국내 강경파들은 공공연히 북한에 비료지원 중단을 주장하고 있다. 야당이 대정부 공세에 나서고, 북한의 핵무장을 비난하는 여론이 비등한 가운데 북한에 대규모의 비료를 지원하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서유럽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 중 하나인 아일랜드는 우리나라와 비슷한 점이 많다. 영국의 식민지를 경험했고 1921년 이래 분단국가다. 독립국가인 아일랜드는 정보통신강국으로 서유럽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 중 하나다. 그러나 북아일랜드는 여전히 영국 땅이고, IRA가 주도하는 테러가 30년간 계속됐다. 아일랜드인들은 1845년 감자 대기근 때 100만 명이 굶어죽고, 100만 명 이상이 이민을 떠났다. 당시 영국정부는 오히려 아일랜드에서 식량을 수탈했다.
제국주의 식민본국에 대한 뿌리 깊은 원한이 160년이 지난 오늘까지 내전과 테러를 종식시킬 평화협정이 지지부진한 역사적 배경이 되고 있다.
미국과 남한이 굶주림에 지친 북한동포를 외면할 경우 앞으로 통일시대가 오더라도 새로운 분쟁과 지역갈등이 등장할 것이다.
북한은 6자회담 참석하고 우리 정부는 북한 설득해야
현재의 난국을 푸는데는 북한당국의 결단이 우선이다. 마지막 패까지 보여준 북한 당국이 선택할 길은 하나밖에 없다. 북한이 제왕의 논리에 항의하고 ‘체제보장’을 받으려면 노무현 정부의 중재력을 높여주어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미국 방문 중 “외부의 위협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한 억제수단이라는 북한의 주장에 일리가 있다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역대 대통령 중에서 북한의 입장을 이만큼 긍정적으로 옹호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도 북한은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한반도 비핵지대화를 위해 노력해온 노무현 정부를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북한 당국은 6자회담의 장에 나와서 제왕의 논리를 반박해야 한다. 6자회담이 재개되어야 비료협상도 순조롭게 이루어질 수 있다. 우리 정부가 북한의 신뢰를 얻으려면 진심으로 상대의 고통을 이해하고 도와주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다양한 접촉을 통해 북한을 설득하고 한반도비핵지대화를 설득해야 한다. 남북한 당국은 오늘의 상황을 이후 통일시대에 어떻게 평가할지 두려운 마음을 가져야 한다.
신 명 식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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