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남원시에서 ‘ㅁ’통닭체인점을 운영하는 하 모(38. 도통동)씨. 하씨는 지난달 28일쯤 ‘이사온 지 얼마 안돼서 닭을 어디서 사야 할 지 모른다’며 다짜고짜 생닭을 팔라는 20대 후반 남자에게 닭2마리를 1만원에 팔았다가 가게 문을 닫을 처지에 놓였다.
하씨가 ‘마트에 가서 사라’며 거절했지만 ‘지리를 모른다’며 버틴 남자의 청을 거절하지 못해 생닭을 건넸다. 남자는 ‘고맙다’면서 닭값에 1000원을 더해 1만원을 놓고 갔다.
생닭을 샀던 남자는 1월29일 하씨를 ‘축산물가공처리법’위반으로 고발했다. 남원시청에 접수된 고발택배에는 1만원짜리 영수증, 체인점 스티커와 하씨와 주고 받은 장면이 녹화된 비디오테잎이 들어 있었다. 모자에 달린 몰카로 닭을 샀던 장면을 모두 촬영해 증거자료로 제출한 것이다.
이른바 ‘식파라치’에게 당한(?) 하씨는 “남자 둘이 자취한다고 해서 요리 방법까지 알려줬는데 알고 보니 그게 함정이었다”고 분개했다.
◆‘제발 팔라’ 강권 뒤 신고= 지난 1월 중순부터 지리산을 끼고 있는 전남북 지역에 ‘식파라치’ 주의보가 내렸다. 식파라치 원정대가 노린 것은 생닭 판매가 금지된 통닭집. 몰카와 디지털녹음기 등 장비를 갖춘 이들은 업주들에게 ‘임신한 아내가 닭매운탕을 먹고 싶어한다’고 접근, 생닭을 팔게 한 뒤 고발했다.
남원시내 9개 통닭집이 이렇게 고발 당했다. 순창군에서도 비슷한 이유로 통닭집 2곳이 고발당했고, 전남 곡성에서는 ‘오징어를 낱개로 판매했다’며 ‘무신고식품소분판매’ 혐의로 구멍가게가 고발되기도 했다.
최신 장비와 관련 법지식을 두루 갖춘 식파라치 앞에 이들 업주는 물론 담당 공무원들조차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남원시 한 공무원은 “신고자에게 ‘강권에 못 이겨 판매했고 식품위생법상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했더니 ‘축산물가공처리법’을 들고 나오면서 처벌을 주장하더라”며 “꼭 포상금 사냥꾼 같더라”고 말했다. 결국 남원시는 법이 정한 규정상 9개 업소를 경찰에 고발했다. 식파라치들에게는 10만~30만원의 포상금이 주어지는 대신 업주는 ‘1년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미만의 벌금형’이라는 딱지를 받아 안아야 할 형편이다.
◆인터넷 넘나들며 ‘전문 사냥꾼’ 양성= 식파라치를 비롯한 포상금 전문사냥꾼 뒤에는 각종정보와 비법(?)을 전수하는 이들이 있다. 최근 1년 사이에 포상금 전문인터넷 포털사이트를 비롯한 관련 카페가 수십여개 이상이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 전문사이트들은 전화연락 후 1:1로 교습생을 만나 3∼4일간 동안 직접 실습시켜주는 대가로 20여만원 안팎을 받고 있다. 월 9000원의 정보이용료를 받고 인터넷으로 관련 정보를 전달하기도 한다.
1년여전에 생긴 ㅍ카페의 경우 회원수가 6000여명에 이르며, 불법휘발유 단속학과, 불법소각 신고포상학과 등으로 분야를 세분화해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전주에서 포상금 전문학원을 운영한 ㄱ씨는 “20만원에 4일간의 실습과 강의를 하는데 수강 문의가 줄을 잇는다”며 “몰카장비 값을 합해 150만원 정도만 투자하면, 짭짤한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양성된 포상금 전문 사냥꾼은 주로 음식점과 소규모 가게를 찾고 있지만 앞으로 그 대상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당장 전북도는 올해부터 공직자 부조리를 신고하는 사람에게 최고 50만원을 지급한다. 전주시는 쓰레기불법투기를 신고자에게 최고 80만원 한도에서 보상금을 주는 조례를 지난 98년부터 시행하고 있으며, 법무부도 지난해 시행된 성매매특별법과 관련해 성매매 윤락업자와 알선행위를 한 사람 등을 신고하면 최고 200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하고 있다.
공정위는 경품을 준다는 미끼로 신문 구독을 권유하는 보급소 직원 적발시 경품액의 최고 50배까지 주는 방안을 놓고 논의 중이며, 산자부는 불량 LPG를 유통하는 업자를 신고하면 건당 50만원을 주는 안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농림부도 쌀 원산지를 허위로 적어놓은 업자를 신고할 때 일정 금액을 포상하는 법안을 마련해 놓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포상금제도의 본래 취지가 왜곡돼 전문 사냥꾼 배만 불린다는 우려를 사고 있다. 한정된 숫자의 공무원들이 미처 손쓰지 못한 구석구석에 있는 불법행위들을 찾아내, 이를 바로 잡을 수 있는 이른바 사회감시기능을 강화하자는 취지의 틈새를 비집고 고가의 비법을 전수 받은 전문 사냥꾼이 파고 들어온 셈이다.
남원시 음식업협회 윤지홍 국장은 “가뜩이나 장사가 안돼 죽을 맛인데 포상금 탓에 난데없이 중죄인이 되게 생겼다”며 “관련 법을 잘 모르는 업주들을 속여 포상금이나 챙기려는 식파라치들을 ‘사기죄’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윤 국장은 또 “관계 당국에서도 처벌에 앞서 업주와 업소를 상대로 한 교육을 광범위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의 하씨는 “벌금도 걱정이지만 처음 보는 손님마다 의심을 해야 하는 게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전주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하씨가 ‘마트에 가서 사라’며 거절했지만 ‘지리를 모른다’며 버틴 남자의 청을 거절하지 못해 생닭을 건넸다. 남자는 ‘고맙다’면서 닭값에 1000원을 더해 1만원을 놓고 갔다.
생닭을 샀던 남자는 1월29일 하씨를 ‘축산물가공처리법’위반으로 고발했다. 남원시청에 접수된 고발택배에는 1만원짜리 영수증, 체인점 스티커와 하씨와 주고 받은 장면이 녹화된 비디오테잎이 들어 있었다. 모자에 달린 몰카로 닭을 샀던 장면을 모두 촬영해 증거자료로 제출한 것이다.
이른바 ‘식파라치’에게 당한(?) 하씨는 “남자 둘이 자취한다고 해서 요리 방법까지 알려줬는데 알고 보니 그게 함정이었다”고 분개했다.
◆‘제발 팔라’ 강권 뒤 신고= 지난 1월 중순부터 지리산을 끼고 있는 전남북 지역에 ‘식파라치’ 주의보가 내렸다. 식파라치 원정대가 노린 것은 생닭 판매가 금지된 통닭집. 몰카와 디지털녹음기 등 장비를 갖춘 이들은 업주들에게 ‘임신한 아내가 닭매운탕을 먹고 싶어한다’고 접근, 생닭을 팔게 한 뒤 고발했다.
남원시내 9개 통닭집이 이렇게 고발 당했다. 순창군에서도 비슷한 이유로 통닭집 2곳이 고발당했고, 전남 곡성에서는 ‘오징어를 낱개로 판매했다’며 ‘무신고식품소분판매’ 혐의로 구멍가게가 고발되기도 했다.
최신 장비와 관련 법지식을 두루 갖춘 식파라치 앞에 이들 업주는 물론 담당 공무원들조차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남원시 한 공무원은 “신고자에게 ‘강권에 못 이겨 판매했고 식품위생법상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했더니 ‘축산물가공처리법’을 들고 나오면서 처벌을 주장하더라”며 “꼭 포상금 사냥꾼 같더라”고 말했다. 결국 남원시는 법이 정한 규정상 9개 업소를 경찰에 고발했다. 식파라치들에게는 10만~30만원의 포상금이 주어지는 대신 업주는 ‘1년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미만의 벌금형’이라는 딱지를 받아 안아야 할 형편이다.
◆인터넷 넘나들며 ‘전문 사냥꾼’ 양성= 식파라치를 비롯한 포상금 전문사냥꾼 뒤에는 각종정보와 비법(?)을 전수하는 이들이 있다. 최근 1년 사이에 포상금 전문인터넷 포털사이트를 비롯한 관련 카페가 수십여개 이상이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 전문사이트들은 전화연락 후 1:1로 교습생을 만나 3∼4일간 동안 직접 실습시켜주는 대가로 20여만원 안팎을 받고 있다. 월 9000원의 정보이용료를 받고 인터넷으로 관련 정보를 전달하기도 한다.
1년여전에 생긴 ㅍ카페의 경우 회원수가 6000여명에 이르며, 불법휘발유 단속학과, 불법소각 신고포상학과 등으로 분야를 세분화해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전주에서 포상금 전문학원을 운영한 ㄱ씨는 “20만원에 4일간의 실습과 강의를 하는데 수강 문의가 줄을 잇는다”며 “몰카장비 값을 합해 150만원 정도만 투자하면, 짭짤한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양성된 포상금 전문 사냥꾼은 주로 음식점과 소규모 가게를 찾고 있지만 앞으로 그 대상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당장 전북도는 올해부터 공직자 부조리를 신고하는 사람에게 최고 50만원을 지급한다. 전주시는 쓰레기불법투기를 신고자에게 최고 80만원 한도에서 보상금을 주는 조례를 지난 98년부터 시행하고 있으며, 법무부도 지난해 시행된 성매매특별법과 관련해 성매매 윤락업자와 알선행위를 한 사람 등을 신고하면 최고 200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하고 있다.
공정위는 경품을 준다는 미끼로 신문 구독을 권유하는 보급소 직원 적발시 경품액의 최고 50배까지 주는 방안을 놓고 논의 중이며, 산자부는 불량 LPG를 유통하는 업자를 신고하면 건당 50만원을 주는 안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농림부도 쌀 원산지를 허위로 적어놓은 업자를 신고할 때 일정 금액을 포상하는 법안을 마련해 놓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포상금제도의 본래 취지가 왜곡돼 전문 사냥꾼 배만 불린다는 우려를 사고 있다. 한정된 숫자의 공무원들이 미처 손쓰지 못한 구석구석에 있는 불법행위들을 찾아내, 이를 바로 잡을 수 있는 이른바 사회감시기능을 강화하자는 취지의 틈새를 비집고 고가의 비법을 전수 받은 전문 사냥꾼이 파고 들어온 셈이다.
남원시 음식업협회 윤지홍 국장은 “가뜩이나 장사가 안돼 죽을 맛인데 포상금 탓에 난데없이 중죄인이 되게 생겼다”며 “관련 법을 잘 모르는 업주들을 속여 포상금이나 챙기려는 식파라치들을 ‘사기죄’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윤 국장은 또 “관계 당국에서도 처벌에 앞서 업주와 업소를 상대로 한 교육을 광범위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의 하씨는 “벌금도 걱정이지만 처음 보는 손님마다 의심을 해야 하는 게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전주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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