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들과 함께 하는 박철의 금융 교실] 당당한 소비자로 키우기

지역내일 2005-03-16
신학기의 달 3월이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신문의 지면을 장식하는 기사가 있다. ‘대학 신입생 상대 교재 강매’대충 이런 내용이다. 필자 역시 멋모르던 신입생시절 고등학교 선배라며 접근한 사람에게 속아 얼떨결에 영어 테잎을 샀다가 꽤나 고생해서 환불을 받았던 경험이 있다.
사실 필자가 환불을 처음 경험한 것은 초등학교 때였다. 그 시절 아이들은 로봇 만화를 보면서 자랐다. 그래서 아이들 사이에 ‘태권브이’, ‘그레이트 마징가’, ‘그랜다이저’등 조립식 로봇만들기가 한창 유행이었다.
필자 역시 몇 달을 벼르고 별러서 학교 앞 문방구에서 조립식 로봇을 하나 샀다. 그런데 아무리 애를 써봐도 도무지 맞출 수가 없었다. 그런데 한참을 꼼꼼히 설명서와 비교해보니 부품이 몇 개 빠져있는 영락없는 불량품이었다. 당장 문방구로 달려가서 환불을 요구했다. 그러나 주인아저씨의 반응은 냉담했다. 포장한 비닐이 뜯어졌기 때문에 안된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아저씨와 실갱이를 벌여야 했지만 결국 환불을 받고 의기양양하게 문방구를 나설 수 있었다. 까마득한 어린 시절의 일이지만 난생 처음 소비자의 권리를 제대로 행사해본 그날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렇게 아이들이 물건을 사고서 마음에 들어하지 않을 때가 있다. 이 때 “그런 걸 뭐하러 샀어?”라며 야단치기 보다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 까를 아이와 함께 고민해보자. 부모가 하기에 따라서는 물건을 살 때 보다 훨씬 더 의미있는 금융교육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정당하게 돈을 주고 사는 만큼 상품이나 서비스가 약속했던 것과 다르거나 문제가 있다면 보상을 요구하는 것은 소비자의 당연한 권리다. 그래서 아이가 현명한 소비자가 되려면 소비자의 권리를 알고 또 어떤 상황에서도 당당하게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도록 생활화 되어야 한다.
그리고 아이들이 물건에 이유있는 불만을 가질 때 좋은 방법 중의 하나가 바로 ‘소비자 불만편지’를 써보게 하는 것이다. ‘소비자 불만편지’란 말 그대로 소비자가 구입한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불만사항을 편지로 알리는 것이다.
불만편지를 쓸 때는 아이와 어떻게 해야 할지를 미리 계획하고 정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먼저 누구에게 편지를 쓸 것인지를 정해야 한다. 보통은 물건을 구입한 곳의 판매원이나 주인이 될테고 간혹 물건을 만든 회사에 직접 편지를 보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다음은 편지에 어떤 내용을 담아야 할 것인가를 아이와 함께 따져보는 일이다. 상품이나 서비스에 어떤 하자가 있는 지를 구체적으로 정리한다음 구입한 날짜와 장소, 판매원의 이름, 문제가 된 제품이나 서비스의 사양 등 사실관계를 분명하게 제시해야 한다.
이렇게 문제를 제기한 다음에는 원하는 해결책과 시한을 얘기해야 한다. 부모가 도움을 주되 아이 스스로 결정하도록 지도해야 한다. “어떻게, 언제까지 해결해주면 좋겠니?”라는 질문에 아이 스스로 답하게 하는 식이다.
편지의 내용이 완성되면 영수증이나 품질보증서 같은 관련자료의 사본을 첨부하고 아이의 이름과 연락처 등이 기재되어 있는 지를 확인해야 한다. 이렇게 작성된 편지를 원본은 따로 보관하고 사본을 내용증명으로 보내는 것이 확실한 방법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교환이나 환불받는 경험은 아이에게는 소중한 추억이 될 것이다. 스스로 권리를 찾기 위해 노력한 결과이기에 아이는 가슴이 뿌듯해 질 것이다. 그리고 이런 책임있는 소비자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작게는 나의 권리를 찾는 일이지만 결국은 올바른 상거래를 정착시키고 기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소비자 주권’이라는 말이 바로 이런 의미다.
소비자 교육은 말로 가르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경험하고 느끼고 깨닫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아이에게 현명한 소비습관을 심어주는 일은 바로 ‘당당한 소비자’로 키우는 데서 시작한다.

/국민은행 연구소 금융교육 TF팀 박철 전문연구원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