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행복한 나그네 매표소’ 장수명씨

매표소 창구로 본 세상을 노래한다

지역내일 2005-02-21 (수정 2005-02-22 오전 11:49:58)
경기도 부천 중동신도시 중흥마을 앞 ‘행복한 나그네 매표소’는 부천의 명물이다.
매표소 창구를 통해 세상을 읽고 이해하며 시(詩)로 풀어내는 사람, 장수명(33)씨가 있기 때문이다.
장애를 안고 사는 장씨지만 그의 매표소 주변은 늘 깨끗하다. 거울을 달아 버스이용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시를 써서 매표소를 찾는 주민들에게 나눠준다. 혼자 듣기 아까운 음악은 바깥에 스피커를 설치해 주민들과 함께 듣는다.
아침시간에는 신나는 올드팝송과 트로트가요, 학생들의 하교시간에는 신세대노래, 저녁시간에는 잔잔한 포크송을 들려준다. 그래서 이 매표소 주변에는 항상 사람들의 정과 음악이 함께 흐른다.
지난 1993년, 공고를 졸업한 그는 부천의 한 가스밸브제조업체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불편한 몸이지만 누구보다 성실하게 일했고 표창장도 많이 받았다.
그러나 IMF와 함께 회사가 문을 닫으면서 그도 시련을 맞았다. 일자리를 구하려고 100곳 넘게 문을 두드렸지만 기회도 안주고 문전박대를 당하기 일쑤였다.
더 이상 갈 곳이 없던 그는 노숙자 쉼터 ‘희망의 나눔터’에서 생활하게 됐고, 여기서 우연히 매표소 운영을 권유받았다.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몰라 구청에 찾아갔지만 또 다시 문전박대였다.
“이번엔 절대 포기할 수 없다”고 다짐한 그는 중흥마을 부녀회를 찾아가 “마을 앞에 매표소를 차리게 도와주면 성실하게 봉사하며 살겠다”고 설득해 집단민원서를 받아냈다. 7개월 이상을 구청에 출근하다시피 한 끝에 매표소를 열게 됐다.
이렇게 문을 연 매표소 이름을 ‘행복한 나그네’로 붙인 그는 매표소 벽에 자작시를 붙여 행복을 전파하기 시작했다.
매년 한 번씩 작은 음악회를 열어 주민들과 축제를 즐기기도 한다.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그의 시를 읽기 시작했고 이 소문은 부천은 물론, 인근지역까지 입소문을 타고 퍼져나갔다. 현재 그의 인터넷 카페에는 400명 넘는 팬클럽 회원들이 온·오프라인을 통해 모임을 갖고 있다.
서울의 한 출판사에서 시집을 내자는 제의가 들어왔지만 그는 “그냥 순수하게 살려고 시를 쓴 것”이라며 거절했다. 하지만 이 일을 계기로 그는 뜻밖의 큰 선물을 받게 됐다.
출판사 사장을 통해 그의 이야기를 전해들은 안산공과대학 설계과 양용기 교수가 손수 독특한 매표소를 설계해 그에게 기증한 것. 그는 “새 매표소는 보다 많이 주민들과 교류하고 장애인들의 아픔을 나누는 상담창구로 활용하고 있다”며 양 교수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2남2녀 중 장남인 그는 “언제나 아들의 일이라면 믿고 도와줬던 어머니의 사랑을 잊지 않고 작은 것에 만족하며 열심히 살겠다”며 “매표소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담아 아름다운 동화책을 쓰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부천 곽태영 기자·임옥경 리포터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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