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의 정치화 우려된다
임 현 진 (서울대 기초교육원장.정치사회학)
미국 워싱턴의 백악관에서 가까운 펜실바니아가에 세계은행(IBRD)과 국제통화기금(IMF)이 이웃하고 있다. 세계금융질서를 통제하는 IMF, 국제개발자금을 배분하는 세계은행 모두 선진국의 이해를 대변하고 있지만 목적은 서로 다르다. IMF가 국제수지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선진국·중진국·개도국에게 단기 지원자금을 제공한다면, 세계은행은 주로 개도국의 경제발전을 위해 중단기 개발자금을 나눠준다.
세계은행은 IMF에 비해 개도국으로부터 원성을 덜 듣는 편이다. IMF가 시장중심의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강요함으로써 개도국의 입장을 헤아려주지 않는 반면, 세계은행은 개도국의 빈곤, 기아, 위생, 건강, 질병, 환경 등을 개선하기 위한 개발원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세계은행 차기 총재에 부시대통령이 폴 울포위츠 국방부 부장관을 지명하면서 국제사회가 들끓고 있다. 그러잖아도 미국 행정부의 매파 중 매파라 할 존 볼튼 국무부 차관을 차기 유엔대사로 지명하여 국제사회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던 차에 또 다른 매파 핵심 울포위츠의 지명이 미국이 세계를 정치적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확고히 장악하겠다는 의구심을 낳고 있기 때문이다.
네오콘 최고 이론가 울포위츠
울포위츠가 누구인가. 이라크전을 기획한 대표적 네오콘이다. 그의 이력을 보면 왜 그가 네오콘의 최고 이론가인가를 알 수 있다. 폴란드계 유대인 출신인 그는 시카고대에서 1972년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일찍이 석유라는 중요한 천연자원이 있는 중동지역에 주목했다. 현실주의자로서 우방을 보호하는 전통적 인식을 넘어 중동을 장악해야 한다는 수정적 입장을 취했다. 향후 미국에 대한 위협이 중동지역 핵무기 개발과 확산에 있다고 내다봤다.
당시로는 내다보기 어려운 전망이다. 그가 정부와 대학에서 일하는 동안 그의 예측은 거의 빗나간 적이 없다. “이란에서 이슬람혁명이 일어날 것이다.”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하고 사우디아라비아를 위협할 수 있다.” 모두 그의 예측이다. 그가 국제사회로부터 비난을 받는 이유는 9.11 테러 이후 사담 후세인대통령 제거를 위해 테러위협과 이라크 침공을 연결하는 무리한 논리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네오콘의 이데올로그로서 그는 독재와 폭정은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는 신념을 지니고 있다.
울포위츠의 세계관에는 미국만 존재하지 다른 어느 나라도 끼어 있지 못하다. 미국패권주의다. 분쟁해결 수단으로 그는 군사력을 강조한다. 민주주의의 확산을 위해선 군사력을 동원해서라도 독재와 폭정은 제거해야 한다는 그가 ‘발전을 위한 지구파트너십’(global partnership for development)을 외치는 세계은행 총재에 과연 적합한 인물인지 회의적이다. 세계은행은 연200억 달라에 달하는 개발원조를 통해 개도국들의 국가정책 수립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만일 독재청산이라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 그가 세계은행의 개발원조를 사용한다면 개도국 경제발전의 행로는 뒤엉키게 마련이다.
울포위츠가 세계은행 총재에 떨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통상 유럽이 IMF 총재 그리고 미국이 세계은행 총재를 나눠가져 왔기 때문이다. 세계은행은 24개 이사국으로 구성되어 있다. 총재에 선출되기 위해서는 85%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이라크전의 기획자로 울포위츠를 지목하는 유럽국가의 반발이 변수다. 그러나 유럽의 표결권은 30%에 지나지 않는다. 유럽 또한 이라크전에 반대하면서도 세계금융질서의 통제와 국제개발자금의 배분에서 미국과 이해를 같이한다.
기로에 서있는 세계은행
세계은행은 한편으로 빈곤타파라는 경제발전의 목표와 다른 한편으로 원조자금 회수라는 은행 고유의 속성으로 인해 정체성의 혼란을 겪어 왔다. 변신이 필요한 이유다. 세계은행이 시장중심 발전 패러다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으로 인한 인간적 희생을 해결하기 위한 사회개발의 필요성을 경제발전의 중요성 못지않게 강조하고 있다.
울포위츠는 ‘열린 마음’으로 세계은행을 이끌 것을 약속했다. 그러나 그가 이끌 세계은행을 걱정하는 이유는 개발원조가 정치적 고려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하기 어렵다는데 있다. 그는 분쟁해결이 군비축소가 아니라 경제발전에 달려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만일 부시 대통령이 선언한 ‘자유의 성전’이란 기치아래 우방을 보상하고 적국을 처벌하기 위해 개발원조가 이용되면 ‘발전의 국제적 파트너십’은 깨지게 되어 있다. 미국식 민주주의를 따르는 나라들은 지원하고 그렇지 않은 나라들은 붕괴시키는 가운데 분쟁과 테러는 줄어들기보다 늘어날 공산이 크다. 포스트 9.11 이후 가장 걱정되는 시나리오다.
임 현 진 (서울대 기초교육원장.정치사회학)
미국 워싱턴의 백악관에서 가까운 펜실바니아가에 세계은행(IBRD)과 국제통화기금(IMF)이 이웃하고 있다. 세계금융질서를 통제하는 IMF, 국제개발자금을 배분하는 세계은행 모두 선진국의 이해를 대변하고 있지만 목적은 서로 다르다. IMF가 국제수지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선진국·중진국·개도국에게 단기 지원자금을 제공한다면, 세계은행은 주로 개도국의 경제발전을 위해 중단기 개발자금을 나눠준다.
세계은행은 IMF에 비해 개도국으로부터 원성을 덜 듣는 편이다. IMF가 시장중심의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강요함으로써 개도국의 입장을 헤아려주지 않는 반면, 세계은행은 개도국의 빈곤, 기아, 위생, 건강, 질병, 환경 등을 개선하기 위한 개발원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세계은행 차기 총재에 부시대통령이 폴 울포위츠 국방부 부장관을 지명하면서 국제사회가 들끓고 있다. 그러잖아도 미국 행정부의 매파 중 매파라 할 존 볼튼 국무부 차관을 차기 유엔대사로 지명하여 국제사회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던 차에 또 다른 매파 핵심 울포위츠의 지명이 미국이 세계를 정치적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확고히 장악하겠다는 의구심을 낳고 있기 때문이다.
네오콘 최고 이론가 울포위츠
울포위츠가 누구인가. 이라크전을 기획한 대표적 네오콘이다. 그의 이력을 보면 왜 그가 네오콘의 최고 이론가인가를 알 수 있다. 폴란드계 유대인 출신인 그는 시카고대에서 1972년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일찍이 석유라는 중요한 천연자원이 있는 중동지역에 주목했다. 현실주의자로서 우방을 보호하는 전통적 인식을 넘어 중동을 장악해야 한다는 수정적 입장을 취했다. 향후 미국에 대한 위협이 중동지역 핵무기 개발과 확산에 있다고 내다봤다.
당시로는 내다보기 어려운 전망이다. 그가 정부와 대학에서 일하는 동안 그의 예측은 거의 빗나간 적이 없다. “이란에서 이슬람혁명이 일어날 것이다.”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하고 사우디아라비아를 위협할 수 있다.” 모두 그의 예측이다. 그가 국제사회로부터 비난을 받는 이유는 9.11 테러 이후 사담 후세인대통령 제거를 위해 테러위협과 이라크 침공을 연결하는 무리한 논리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네오콘의 이데올로그로서 그는 독재와 폭정은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는 신념을 지니고 있다.
울포위츠의 세계관에는 미국만 존재하지 다른 어느 나라도 끼어 있지 못하다. 미국패권주의다. 분쟁해결 수단으로 그는 군사력을 강조한다. 민주주의의 확산을 위해선 군사력을 동원해서라도 독재와 폭정은 제거해야 한다는 그가 ‘발전을 위한 지구파트너십’(global partnership for development)을 외치는 세계은행 총재에 과연 적합한 인물인지 회의적이다. 세계은행은 연200억 달라에 달하는 개발원조를 통해 개도국들의 국가정책 수립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만일 독재청산이라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 그가 세계은행의 개발원조를 사용한다면 개도국 경제발전의 행로는 뒤엉키게 마련이다.
울포위츠가 세계은행 총재에 떨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통상 유럽이 IMF 총재 그리고 미국이 세계은행 총재를 나눠가져 왔기 때문이다. 세계은행은 24개 이사국으로 구성되어 있다. 총재에 선출되기 위해서는 85%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이라크전의 기획자로 울포위츠를 지목하는 유럽국가의 반발이 변수다. 그러나 유럽의 표결권은 30%에 지나지 않는다. 유럽 또한 이라크전에 반대하면서도 세계금융질서의 통제와 국제개발자금의 배분에서 미국과 이해를 같이한다.
기로에 서있는 세계은행
세계은행은 한편으로 빈곤타파라는 경제발전의 목표와 다른 한편으로 원조자금 회수라는 은행 고유의 속성으로 인해 정체성의 혼란을 겪어 왔다. 변신이 필요한 이유다. 세계은행이 시장중심 발전 패러다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으로 인한 인간적 희생을 해결하기 위한 사회개발의 필요성을 경제발전의 중요성 못지않게 강조하고 있다.
울포위츠는 ‘열린 마음’으로 세계은행을 이끌 것을 약속했다. 그러나 그가 이끌 세계은행을 걱정하는 이유는 개발원조가 정치적 고려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하기 어렵다는데 있다. 그는 분쟁해결이 군비축소가 아니라 경제발전에 달려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만일 부시 대통령이 선언한 ‘자유의 성전’이란 기치아래 우방을 보상하고 적국을 처벌하기 위해 개발원조가 이용되면 ‘발전의 국제적 파트너십’은 깨지게 되어 있다. 미국식 민주주의를 따르는 나라들은 지원하고 그렇지 않은 나라들은 붕괴시키는 가운데 분쟁과 테러는 줄어들기보다 늘어날 공산이 크다. 포스트 9.11 이후 가장 걱정되는 시나리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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