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 = 친환경’ 등식은 아니다

환경부 ‘터널 도입 관련 환경지침’ 없어 … “상식에 맡겨야 한다”

지역내일 2005-02-25 (수정 2005-02-25 오후 12:09:17)
“터널로 설계할 것이냐 지상구간으로 설계할 것이냐, 어느 쪽이 친환경적인지 정확한 기준은 없다. 다만 지상구간 식생훼손이나 생태계 단절이 없는 터널이 친환경적인 경우가 많다고 본다.”
- 환경부 국토환경보전과 관계자

“산악이 많은 우리나라의 지형 특성상 터널과 교량을 많이 건설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공사비가 많이 드는 터널과 교량을 무한정 만들 수는 없으므로, 운행효율과 건설비용의 최적화 지점을 찾아 고속선로를 건설하고 있다.”
- 고속철도건설공단

“1999년 3월 프랑스 몽블랑터널 차량 화재사건(40명 사망), 2000년 11월 오스트리아 키츠슈타인호른 화재사건(3시간만에 150명 질식사)과 같은 대형 화재사고 이후 장대터널은 세계적으로 건설을 피하고 있는 추세다.”
- 서울강남순환고속도 반대위

‘친환경 도로’의 대명사처럼 여겨졌던 ‘터널’이 격렬한 반대운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북한산국립공원을 관통하는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서울 남쪽의 산들을 세로로 길게 관통하는 서울강남고속도로, 경주-부산을 30km의 터널로 관통하는 경부고속철도 천성산·금정산 구간 …
이처럼 ‘반환경적 터널’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으나 사전환경성검토를 해야 할 환경부에는 터널 도입 여부에 대한 정확한 환경기준이나 지침이 없다.
물론 환경영향평가 단계에서 △터널 입·출구 녹화 △터널 내부 환기 기준 등 ‘터널 시공시 환경설계 지침’은 있지만, 이는 터널 구간의 환경영향을 최소화하는 사후조치일 뿐이다.

◆노선 자체의 환경성 검토 불가능= ‘동해안을 따라 북상하는 철도를 설계할 경우, 해안을 따라가는 지상노선과 낙동정맥과 백두대간을 종단(세로로 통과)하는 터널 중 어떤 노선을 선택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해 환경부 국토환경보전과 관계자는 “해안이 넓은 경우, 도시가 있는 경우, 해안이 급경사 산악지형으로 이루어진 경우 등에 따라 다를 것”이라며 “상식에 맞게 고려할 문제이지 명확한 기준은 있을 수 없다”고 답변했다.
환경부가 이처럼 애매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동안, 동해안을 따라 포항에서 강릉을 잇는 ‘동해북부선’ 기본설계는 이미 진행 중이다.
이 노선은 시속 160km를 낼 수 있는 ‘2급 철로’로 설계되고 있고 대부분 구간이 교량과 터널로 건설될 계획이다.
이들 교량과 터널은 결코 ‘환경 문제’를 고려한 조치가 아니다. 고속으로 열차를 운행하기 위해서는 곡선(커브)과 구배(오르막과 내리막)를 최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도입됐을 뿐이다.
사전환경성검토가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부산-블라디보스토크를 잇는 동해고속철 건설 여부 △현 노선 고속화 가능성 등을 포함, ‘노선 자체의 환경성’부터 검토해야 하는데 이미 시기를 놓치고 있는 셈이다.

◆터널 도입 판단기준도 왔다갔다= 명확한 기준이 없다보니 터널화냐 지상화냐를 놓고 판단이 엇갈리는 경우도 많다.
경부고속철도의 경우 천성산을 길이 14km의 장대터널로 관통하는 노선으로 지율 스님의 단식 등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경부고속철도는 그러나 천성산 구간보다 훨씬 더 고밀도 개발이 이루어진 대구 도심은 지상노선으로 통과할 예정이다.
경부고속철 대구 도심 통과방안 심의위원회는 지난해 10월 KTX 통과방식에 대해 안전성과 소음, 사업비 등 5개 부문의 평가기준에 따라 심의를 진행했는데, 표결에 부친 결과 심의위원 13명 중 10명이 지상화를 선택했다.
심의위는 고속철 대구 도심 통과 구간(20km)이 지하터널로 건설될 경우 △열차가 지하터널을 통과할 때 과다한 소음이 생기며 △안전사고 발생 때 대처가 어렵고 △과다한 사업비용 등이 예상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한국도로공사의 경우 북한산국립공원을 4km가 넘는 장대터널로 관통, 시민·종교단체의 거센 반대운동에 부딪쳤다.
그러나 도로공사는 중부내륙고속도로 여주-양평 구간 실시설계를 하면서 마을 앞산으로 우회해달라(주민 요구는 약 600m의 터널임)는 양평군 옥천면 아신리 주민들에게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들어 터널화에 반대하고 있다.
△터널 내 화재나 각종 사고시 대형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고 △경미한 사고라도 발생시 신속한 대처가 어렵고 통행마비 현상이 초래될 수 있으며 △터널 관리동 운영, 조명등 교체 및 청소, 전력료 등으로 연간 유지관리비가 상대적으로 과다 투입된다는 것.
터널 구간에서 나타날 수밖에 없는 문제점들이다.
이런 문제점은 NGO들이 북한산국립공원 관통터널을 반대하면서 제시했던 논리와 거의 유사한 수준이다.

◆“주거지 우회시 적극 도입” = ‘반환경적 터널’에 대한 고민은 NGO 차원에서 먼저 시작됐다.
‘도로와 환경’이란 일관된 주제로 3년 동안 포럼을 진행 중인 ‘우이령포럼’(공동대표 노익상 지영선)은 오는 3월 ‘친환경적 도로와 터널’이란 소주제로 포럼을 갖는다.
아직 문제의식이 완벽하게 정리되지는 않았지만 다음과 같은 몇가지 원칙은 정해진 상태이다.

‘우이령포럼’이 검토중인 터널공사 원칙

△‘터널=친환경’이란 등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고갯길 아래를 ‘횡단’하는 터널(대관령터널, 죽령터널 등) 은 용인할 수 있다.
△고갯길 아래가 아니라 큰 산 자체를 관통하는 터널(사패산터널 등)은 반대한다.
△산줄기를 ‘종단’하는(세로로 관통) 긴 터널(경부고속철 천성산·금정산 터널, 서울강남고속도로 등)은 절대 피한다.
△짧은 터널로 산줄기를 종단할 경우, 산 중심부 관통을 피하고 가능한 한 가장자리로 통과한다.
△해안·강변 절벽지대, 주거지 우회를 위해 필요한 경우 적극적으로 터널 공법을 도입할 수 있다.
△인근에 다른 도로계획이 있는 경우(중부내륙고속도로 개통 후 무용지물이 된 이화령터널 등) 반드시 연계해서 터널 공사 여부를 결정한다.

/글 사진 남준기 기자 jkna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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