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을 맞아 찾아간 ‘항일의 섬’ 소안도

작은 섬에 독립운동가 88명

지역내일 2005-02-28
20명이 독립유공자 포상 … 2002년부터 성역화 사업 한창
해방후 보도연맹사건으로 276명 죽어 … 진실규명 간절히 바래

사람들은 ‘전남 완도’하면 가사문학의 보고인 보길도, 장보고의 근거지였던 청해진을 먼저 떠올린다. 또 영화 서편제를 촬영한 청산도가 있다. 그러나 완도는 소안도가 있음으로 해서 그 이름값을 한다.
소안도는 행정구역으로 전라남도 완도군 소안면이다. 완도 화흥포항에서 뱃길로 한 시간을 가는데, 보길도와 청산도 사이에 자리 잡고 있다. ▶관련기사 20면

◆주민 800명이 ‘불령선인’ = 일제치하 때 섬 주민 8000명 중에서 800명이 이른바 ‘불령선인’으로 감시를 받았다. 일제 36년 동안 섬 주민이 투옥된 기간을 추산하면 300년이 된다.
섬 주민들은 이웃이 감옥에 가면 그들을 생각하며 겨울에도 요를 깔지 않고 잤고, 손가락을 베어 투쟁의지를 다진 사람도 여럿이다. ‘해방의 섬’이라는 말이 부끄럽지 않은 곳이다.
이들의 항일투쟁은 좁은 섬에 머물지 않았다. 송내호(1895∼1928) 라는 걸출한 지도자를 중심으로 청년 교육 노농 사상 비밀결사운동을 벌여 운동역량을 축적한 소안면 사람들은 상해임시정부, 중국, 일본 등지로 투쟁의 무대를 넓혀나갔다.
일제 당시 전국 13도 218개 군 중 가장 작은 완도군에서도 제일 작은 면인 소안면에서 20명이 독립유공자로 서훈됐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다. 이는 27명의 독립유공자를 배출한 의성 김씨 내앞(川前) 문중과 견줄 만하다. 내앞 문중이 경상도 안동을 근거지로 한 양반가문이라면, 소안면 사람들은 전라도 작은 섬에 기반을 둔 평민들이다.
송내호 정남국 김남두 김사홍 김통안 박흥곤 송기호 이각재 이정동 정석규 최형천 김경천 강정태 신준희(이상 1990년 독립유공자 서훈) 신만희 이갑준 박기숙 김홍기 백형기(이상 1993년 서훈) 정창남(2005년 서훈)이 그 자랑스러운 이름이다.
소안 항일운동기념관에는 소안도가 배출한 독립운동지도자 88명의 부조와 사진이 모셔져 있다. 독립유공자로 서훈된 분들은 부조를 만들어 놓았다.
88명은 일제하에서 민족주의 노선을 걷기도 했고, 사회주의 노선을 선택하기도 했다. 일부 인물은 해방 후 인민위원회에 참여했다. 소안면 사람들은 이 분들이 식민통치 시절에 조국의 독립을 위해 헌신했다는 점에서는 모두 하나였다고 말한다.

◆사회주의 계열주도 … 1990년부터 재평가 = 사회주의 계열의 항일운동가들이 주도한 소안항일투쟁사가 제대로 평가받는데 해방 후 수십 년 세월이 필요했다. 소안에 대한 합당한 평가는 잃어버린 반쪽의 독립운동사를 복원하는 과정과 일치했다.
해방 후 이념대립에 휘말린 소안 사람들은 1989년 전까지는 감히 ‘항일’이야기를 꺼내지 못했다. 수많은 소안사람들이 연좌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소안사람들은 독립유공자 김사홍 김경천의 후손인 김진택(2000년 사망)씨와 정병호(현 완도군항일운동기념사업회장)씨를 중심으로 선조들의 항일운동을 인정받기 위한 노력을 벌였다.
소안항일투쟁이 세상에 널리 알려진 것은 1989년 이후다. 1990년 소안면에 조그만 항일운동기념탑이 세워졌다. 이 때 처음으로 송내호 등 14명이 독립유공자로 서훈됐다. 1990년부터는 해마다 소안학교 설립일인 5월 16일에 맞춰 기념행사를 열고 있다.
2001년에는 방대한 분량의 ‘완도군 항일운동’이 출간됐다. 2002년부터 도비와 군비 30억 원을 투입하는 성역화사업을 벌여 옛 소안학교 교사를 복원하고 그 옆에 항일운동기념관을 세웠다. 기념관 앞 바다에 해상관광시설도 세울 계획이다. 기념관을 세울 때 면민들은 십시일반으로 1억4000만원을 모금했다.

◆명예회복은 아직도 미완 = 소안 사람들의 명예회복은 이제 절반만 이루어졌을 뿐이다. 1950년 소안 사람 276명이 국민보도연맹 사건에 휘말려 집단 처형됐다.
소안항일운동기념사업회장을 맡고 있는 김장수 완도군의원은 “김이나 전복을 양식해서 생활수준도 높아졌고, 항일 공적도 인정을 받았지만, 소안사람들은 해방 후 가족들이 왜 떼죽음을 당했는지 알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지난 100년 동안 소안사람들이 겪은 고통은 우리 사회가 함께 풀지 않으면 안 되는 큰 짐이다.

/전남 소안도= 신명식 기자 mssh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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