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칼럼>노무현 정권도 언론도 변해야 한다(장 행 훈 2005.02.28)

지역내일 2005-02-28
노무현 정권도 언론도 변해야 한다
장 행 훈 언론인

노무현 대통령은 25일 국회에서 행한 취임 2주년 국정연설에서 우리 언론이 많이 달라졌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그는 언론이 변했다는 자신의 판단을 확인 받으려는 듯 “국민 여러분, 요즘 우리 언론이 많이 달라진 것 같지 않습니까? 의원 여러분도 언론 대하기가 훨씬 편해졌다고 느끼지 않습니까?” 고 되물었다. 국민이나 국회의원들이 대통령의 인식에 동의하는지 그 여부는 모르겠다. 그러나 대통령의 진단이 사실이었으면 하는 것이 모든 국민의 바람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노무현 대통령이 ‘적대관계’에 있던 언론을 보는 눈이 달라지고 있는 느낌이다. 정권도 변해야 한다. 그러나 언론은 더 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취임 2주년을 앞두고 각 신문사가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운영 평가는 아주 낮다. 불행히도 그의 취임 후 경기는 계속 침체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 결과 실업인구가 늘고 서민들의 생활이 힘들게 됐다. 빈부격차도 전 보다 더 벌어졌다. 모든 원인이 대통령의 탓은 아닐지 모르지만 국정의 최고 책임자로서 책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런데다 진보정권의 개혁정책을 본능적으로 거부하는 기득권 세력과 이들과 생각이 같은 주류 보수 신문들의 ‘좌익’정권에 대한 공세가 끈질기게 이어졌다.

기득권세력·보수신문의 공세
보수 신문들은 경기가 활성화하지 못하고 실업이 느는 것은 노 정권이 ‘시장경제’를 반대하고 반(反)기업정책을 펴고 있기 때문이라고 귀가 따갑도록 되풀이해서 주장했다. 신문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거대 신문들의 ‘캠페인’ 위력이 얼마나 가공한 것인가는 설명이 필요치 않다. 이 같은 2중 역경 속에서 노무현 정권의 국정 운영에 여론의 긍정적인 평가를 기대한다면 그것은 환상이다.
작년 일본에서 신문이 여론에 미치는 영향력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연구서가 나왔다. 소피아(上智)대학 언론학 교수 이시가와 사가에(石川 旺)박사가 저술한 ‘패로팅이 초래하는 위기’라는 책이다. 일본의 3대 주류신문이라고 할 수 있는 아사히(朝日)신문 요미우리(讀賣)신문 마아나찌(每日)신문이 독자의 의견 형성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것이다. 2003년 3월 도쿄의 세다가야 구(區)와 스기나미 구 두 곳의 고이즈미(小泉) 내각 지지도 조사 분석이다. 고이즈미 내각은 전체적으로 51.2%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같은 조사대상을 구독하는 신문을 기준으로 의견을 물었더니 진보성향의 아사히 신문 독자층은 지지 44.5% 불(不)지지 46.3%, 친(親)정부 우익신문 요미우리 독자층은 지지 58% 불지지 29%이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이 지지하는 사람 보다 2% 가량 많은 사회와 반대로 내각 지지자가 불(不)지지자보다 2배나 많은 사회는 전혀 다른 사회다. 아사히 독자와 요미우리 독자들은 이처럼 생각이 달랐다.
이시가와 교수는 이 같은 결과를 독자의 패로팅 현상이라고 부른다. 신문을 꼼꼼히 읽지 않는 대부분의 독자는 누가 중요 쟁점에 관해 의견을 물으면 구독하는 신문에서 읽은 제목 정도의 지식을 앵무새처럼 옮기면서(패로팅) 그것이 마치 자신의 의견인양 착각한다는 것이다. 여론 조사에서 구독하는 신문의 논조나 주장이 독자의 의견으로, 그래서 여론으로 둔갑한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사회쟁점에 관해 매체 별 독자 의견조사를 해본다면 흥미로운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된다. 예를 들어 3월1일 서울 시청 광장에서 <국민행동 본부="">가 주관하는 <북한해방 3.1="" 국민대회="">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주로 어떤 신문을 구독하고 있는지 알아 본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참가자들 가운데 다수가 3대 보수지 독자는 아닐까?

‘선진한국’ 건설에 눈돌려야
일본에서처럼 한 가구에서 한 신문 만을 보는 경우 구독하는 신문의 논조가 독자의 정치적 판단이나 이념형성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민주사회에서 신문 시장의 다변화를 역설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신문의 독과점이 곧 여론형성과 이념형성의 독과점으로 이어지기 쉽기 때문이다. 한국도 만약 인터넷이 발달해서 주류 보수 신문들의 영향을 어느 정도 중화시키지 못했다면 노무현 정권이 보수 신문의 공세를 견디어 내기가 훨씬 더 힘들었을 것이다. 이제 보수 언론의 위력도 한계에 이른 감이 없지 않다. 노무현 정권은 보수 신문들의 끈덕진 공격에 꺾이지 않고 살아남았다. 이제 권력과 언론은 양보 없는 ‘권력 투쟁’을 지양하고 여야가 모처럼 이심전심 공통 목표로 채택한 ‘선진 한국’건설에 눈을 돌리기 바란다. 지난 2년의 과거는 묻고 앞으로 3년의 미래 설계를 위해 경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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