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시설은 사회와 괴리된 별천지이자 인권의 사각지대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얼음장 밑을 흐르는 물소리를 통해 봄을 느끼듯 최근 교정행정에도 상당한 변화가 찾아오고 있다.
개방형 시설과 환경정비 그리고 수용자에 대한 처우개선까지 변화는 이미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시작됐다.
여기에는 김승규 법무장관 등 수뇌부 의지가 강하게 배어있다. 본지는 매주 1회씩 달라지고 있는 교정행정의 현장을 찾아보기로 했다. /편집자주
영동고속도로를 타고가다 이천IC에서 내려 장호원 방면으로 10여킬로미터를 달리다보면 왼쪽 먼발치에 연구소 같은 건물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곳이 바로 여주교도소다. 안을 들여다봐도 마찬가지다. 현대식 건물에 첨단 장비를 두루 갖춰 전국 교정기관 가운데 가장 편한 시설을 갖추고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때문에 국내외에서 법과대학생 법무연수원생 등 다양한 참관자들이 몰리고 있다. 지난해에 2000여명이 참관했고, 올해 만해도 벌써 12회에 235명이 다녀갔다.
◆‘철커덕’ 열쇠 따는 소리 없어 = 여주교도소의 첫째 장점은 시설과 환경이다. 가장 최근에 지어진 시설이다 보니 현대적 기술의 이점을 십분 활용했다.
외국 영화처럼 자동개폐시설을 갖춘 곳은 여주교도소가 국내 최초다. 전동제어식 개폐기 하나로 신분을 자동 인식해 모든 사동을 다닐 수 있다.
장정현 보안과장은 “다른 교도소의 경우 각 사동을 돌아다니려면 한 꾸러미의 열쇠가 있어야 하는데 여기서는 신분증 하나로 모든 것이 해결된다”고 말했다. 교도관들이 지나가고 나면 문은 자동으로 닫힌다.
또 폐쇄회로카메라(CCTV)를 통한 중앙통제 및 자동감시시스템을 도입했다. 수용자 거실의 문이 임의로 열리면 카메라 줌 렌즈가 자동으로 줌인하면서 중앙통제실에 그 곳 화면을 비춘다.
수용사동 천장에 햇빛이 들 수 있도록 천창을 설치해 일조권까지 확보했다.
다른 교도소에 보면 수용자들이 옷을 말리기 위해 창밖으로 빨래를 널어놓는 경우가 많은데 여주교도소는 그럴 필요가 없다. 건물가운데로 햇볕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거실 바닥에 난방용 히팅을 설치한 것이나 수세식 화장실과 세면대 등 현대시설의 장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기업과 공생하는 최첨단 작업 = 건물과 시설만 첨단이 아니다. 작업까지 현대식이다. 여주 교도소에는 공장이 하나 입주해 있다.
그런데 이곳은 다른 교도소처럼 종이가방이나 만드는 등 단순 수작업만 주로 하는 곳이 아니다. 실제 사회에서 첨단을 달리는 분야의 기업이 입주했다. 휴대폰 액정화면 조립을 하는 IS 하이텍(주)이다. 기업에서는 저렴한 노동력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아 좋다. 재소자들은 사회에 나가서 쓸 수 있는 기술을 익혀서 득이 된다.
실제 지난해 이 업체는 출소자 가운데 두 명을 채용하기도 했다. 이른바 윈윈(Win-Win)이다. IS 하이텍의 이창현 팀장은 “지난해까지는 불량을 줄이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면서 “올해는 조금 숙련된 사람들이 많아 기대를 해 볼 만한데 반도체 전체시장이 침체돼 약간 걱정이다”고 말했다.
◆대학생 배출하는 교도소 = 여주교도소에는 다른 곳에는 없는 특징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지난해부터 전국 최초로 신설된 수형자들의 방송통신대학 과정이다.
법학과 등 11개 학과에 전국 교정기관에서 선발된 28명이 현재 대학과정을 이수중에 있다. 이들에게는 컴퓨터 교육을 병행하고 있으며, 어학 및 자습실을 만들어줘 학습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의외로 성적도 우수하다. 교육생 28명 가운데 15명(54%)이 장학금을 받고 있을 정도다.
중국어 교육 또한 특징 있는 프로그램이다. 교정시설 가운데 시범실시 기관으로 지정돼 있다. 의정부 교도소와 마찬가지로 전국 교정기관에서 선발한 30명의 교육생이 한국관광대학 중국어과 교수 1명과 원어민 강사 1명, 그리고 자체강사 2명으로부터 교육을 받고 있다.
◆대학 캠퍼스 연상시키는 전경 = 여주교도소는 변신을 거듭해 온 교정시설이다. 1949년 영등포교도소 수원농장으로 출발했다. 이것이 54년에 수원교도소로 개청해 62년부터는 1급수들을 수용하는 모범교도소로 운영했다.
90년부터는 구치소 기능을 병행했다. 다시 96년에 수원구치소로 미결수용자들이 옮겨가고 교도소 기능을 회복한뒤 2001년 현재 위치로 신축 이전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외견상 보면 대학 캠퍼스를 연상시킬 만큼 교도소 분위기를 쇄신했다.
◆눈물로 씻는 아버지 발 = “수인이 된 지금에서야 내 잘못을 되돌아보게 된다.(수용자)”“이제 당신의 발을 씻으면서 당신이 진정으로 아버지의 자리로 되돌아가길 기원합니다.(봉사자)” 눈물의 세족식(洗足式) 행사다.
여주교도소의 교정교화 프로그램 가운데 감동적인 것이 바로 영상편지와 세족식을 정점으로 하는 아버지 학교다. 선교단체인 두란노 아버지학교 운동본부와 연계해 지난 2003년부터 매년 120명의 수료생을 배출하고 있다.
아버지 학교는 6명이 한 조가 돼 4주동안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눈에 띄는 것으로는 2주차에 자신의 과거 잘못을 모두 종이에 적어 항아리에 담은 뒤 태우는 행사가 있다. 마지막 4주차가 세족식과 영상편지다. 가족이 직접 와서 발을 씻겨 주기 힘든 수용시설의 특수성 때문에 봉사자들이 세족을 대신한다. 가족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하면서 세족식을 거행하는 동안 이들은 범죄자가 아니라 아버지로 다시 돌아가게 된다.
이국주 소장은 지난 19일 6기 아버지 학교 개설식에서 “이번 기회를 통해 잃어버린 나를 다시 찾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여주=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개방형 시설과 환경정비 그리고 수용자에 대한 처우개선까지 변화는 이미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시작됐다.
여기에는 김승규 법무장관 등 수뇌부 의지가 강하게 배어있다. 본지는 매주 1회씩 달라지고 있는 교정행정의 현장을 찾아보기로 했다. /편집자주
영동고속도로를 타고가다 이천IC에서 내려 장호원 방면으로 10여킬로미터를 달리다보면 왼쪽 먼발치에 연구소 같은 건물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곳이 바로 여주교도소다. 안을 들여다봐도 마찬가지다. 현대식 건물에 첨단 장비를 두루 갖춰 전국 교정기관 가운데 가장 편한 시설을 갖추고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때문에 국내외에서 법과대학생 법무연수원생 등 다양한 참관자들이 몰리고 있다. 지난해에 2000여명이 참관했고, 올해 만해도 벌써 12회에 235명이 다녀갔다.
◆‘철커덕’ 열쇠 따는 소리 없어 = 여주교도소의 첫째 장점은 시설과 환경이다. 가장 최근에 지어진 시설이다 보니 현대적 기술의 이점을 십분 활용했다.
외국 영화처럼 자동개폐시설을 갖춘 곳은 여주교도소가 국내 최초다. 전동제어식 개폐기 하나로 신분을 자동 인식해 모든 사동을 다닐 수 있다.
장정현 보안과장은 “다른 교도소의 경우 각 사동을 돌아다니려면 한 꾸러미의 열쇠가 있어야 하는데 여기서는 신분증 하나로 모든 것이 해결된다”고 말했다. 교도관들이 지나가고 나면 문은 자동으로 닫힌다.
또 폐쇄회로카메라(CCTV)를 통한 중앙통제 및 자동감시시스템을 도입했다. 수용자 거실의 문이 임의로 열리면 카메라 줌 렌즈가 자동으로 줌인하면서 중앙통제실에 그 곳 화면을 비춘다.
수용사동 천장에 햇빛이 들 수 있도록 천창을 설치해 일조권까지 확보했다.
다른 교도소에 보면 수용자들이 옷을 말리기 위해 창밖으로 빨래를 널어놓는 경우가 많은데 여주교도소는 그럴 필요가 없다. 건물가운데로 햇볕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거실 바닥에 난방용 히팅을 설치한 것이나 수세식 화장실과 세면대 등 현대시설의 장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기업과 공생하는 최첨단 작업 = 건물과 시설만 첨단이 아니다. 작업까지 현대식이다. 여주 교도소에는 공장이 하나 입주해 있다.
그런데 이곳은 다른 교도소처럼 종이가방이나 만드는 등 단순 수작업만 주로 하는 곳이 아니다. 실제 사회에서 첨단을 달리는 분야의 기업이 입주했다. 휴대폰 액정화면 조립을 하는 IS 하이텍(주)이다. 기업에서는 저렴한 노동력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아 좋다. 재소자들은 사회에 나가서 쓸 수 있는 기술을 익혀서 득이 된다.
실제 지난해 이 업체는 출소자 가운데 두 명을 채용하기도 했다. 이른바 윈윈(Win-Win)이다. IS 하이텍의 이창현 팀장은 “지난해까지는 불량을 줄이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면서 “올해는 조금 숙련된 사람들이 많아 기대를 해 볼 만한데 반도체 전체시장이 침체돼 약간 걱정이다”고 말했다.
◆대학생 배출하는 교도소 = 여주교도소에는 다른 곳에는 없는 특징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지난해부터 전국 최초로 신설된 수형자들의 방송통신대학 과정이다.
법학과 등 11개 학과에 전국 교정기관에서 선발된 28명이 현재 대학과정을 이수중에 있다. 이들에게는 컴퓨터 교육을 병행하고 있으며, 어학 및 자습실을 만들어줘 학습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의외로 성적도 우수하다. 교육생 28명 가운데 15명(54%)이 장학금을 받고 있을 정도다.
중국어 교육 또한 특징 있는 프로그램이다. 교정시설 가운데 시범실시 기관으로 지정돼 있다. 의정부 교도소와 마찬가지로 전국 교정기관에서 선발한 30명의 교육생이 한국관광대학 중국어과 교수 1명과 원어민 강사 1명, 그리고 자체강사 2명으로부터 교육을 받고 있다.
◆대학 캠퍼스 연상시키는 전경 = 여주교도소는 변신을 거듭해 온 교정시설이다. 1949년 영등포교도소 수원농장으로 출발했다. 이것이 54년에 수원교도소로 개청해 62년부터는 1급수들을 수용하는 모범교도소로 운영했다.
90년부터는 구치소 기능을 병행했다. 다시 96년에 수원구치소로 미결수용자들이 옮겨가고 교도소 기능을 회복한뒤 2001년 현재 위치로 신축 이전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외견상 보면 대학 캠퍼스를 연상시킬 만큼 교도소 분위기를 쇄신했다.
◆눈물로 씻는 아버지 발 = “수인이 된 지금에서야 내 잘못을 되돌아보게 된다.(수용자)”“이제 당신의 발을 씻으면서 당신이 진정으로 아버지의 자리로 되돌아가길 기원합니다.(봉사자)” 눈물의 세족식(洗足式) 행사다.
여주교도소의 교정교화 프로그램 가운데 감동적인 것이 바로 영상편지와 세족식을 정점으로 하는 아버지 학교다. 선교단체인 두란노 아버지학교 운동본부와 연계해 지난 2003년부터 매년 120명의 수료생을 배출하고 있다.
아버지 학교는 6명이 한 조가 돼 4주동안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눈에 띄는 것으로는 2주차에 자신의 과거 잘못을 모두 종이에 적어 항아리에 담은 뒤 태우는 행사가 있다. 마지막 4주차가 세족식과 영상편지다. 가족이 직접 와서 발을 씻겨 주기 힘든 수용시설의 특수성 때문에 봉사자들이 세족을 대신한다. 가족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하면서 세족식을 거행하는 동안 이들은 범죄자가 아니라 아버지로 다시 돌아가게 된다.
이국주 소장은 지난 19일 6기 아버지 학교 개설식에서 “이번 기회를 통해 잃어버린 나를 다시 찾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여주=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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