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칼럼>대학의 ‘교양’과 백화점의 ‘교양’(심재웅 2005.03.04)

지역내일 2005-03-03 (수정 2005-03-04 오후 1:29:08)
대학의 ‘교양’과 백화점의 ‘교양’
심재웅 (한국리서치 상무이사)

새해들어 경기추이를 보여주는 지표가 다소 나아지는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가장 체감도가 높은 고용지표만큼은 아직도 답답한 수준에 있다. 최근 발표된 청년실업률은 8%에 육박하는 수준이며 잠재실업자를 포함한 체감실업률은 15%에 이른다고 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고용을 창출하려는 정책을 추진 중이지만 아무리 역량이 있는 정부라도 정부주도의 고용창출은 한계가 있으며 결국 시장경제에서 지속적으로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유일한 조직은 기업이다.
기업이 기술을 개발하고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개척하여 시장에 진출하는 과정에서 사업을 확대하고 새로운 고용이 창출되는 것이다.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주문이 많이 있지만 양질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수익을 올려 더 많은 고용을 창출하는 것 보다 더 중요한 기업의 역할은 없다.
흔히 말하길 3년 동안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고 신기술을 개척하지 않는 기업은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신입사원을 꾸준히 채용하고 훈련시켜 육성하지 않는 기업은 조직의 활력을 상실하고 내부적으로 정체될 우려가 있다.
고교졸업자의 80% 이상이 대학에 진학하고 경력자 위주의 채용이 선진국만큼 보편화되지 않은 여건에서 기업 신규채용의 상당수는 대학과 대학원의 교육을 마친 지원자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많은 기업의 인사담당자들과 기업인들은 대학졸업자의 기초역량과 전문역량에 대하여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기업의 인사담당자가 대학출신자의 역량에 내린 평가점수는 60점을 밑도는 수준이며 상당수의 기업이 대졸 신입사원의 기초역량과 전문역량을 다지는 교육훈련에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대학 교과과정 문제 있다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요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실제로 기업현장에서 신입사원을 심사하고 선발하는 입장에 있는 필자의 경험으로는 대학졸업자의 교과과정에 상당한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각각의 대학졸업자가 실제로 이수한 과목을 자세히 보면 그 내용이 다소 부실하다는 느낌을 받는 경우가 많다.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전공이수과목이 양적으로 ‘빈약’하다는 점과 교양과목으로 이수한 과목들이 ‘경량급’이라는 점이다.
특히 인문사회과학분야의 교양과목은 문학, 사학, 철학과 같은 기초학문분야보다는 대중적인 주제의 과목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전공 관련 과목의 경우에도 졸업에 필요한 최소한의 과목외에 여러 가지 고시관련 과목들이 산재해 있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다.
기업에서 신입사원이 부딪히는 문제는 지금까지 한 번도 출제된 적이 없는 경우가 상당수다. 현장에서 새로운 문제에 부딪힐 경우 가장 필요한 역량은 문제해결능력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인 경우가 많고 결국 이러한 능력의 상당부분은 문학, 철학, 사학 등의 인문학 분야이거나 수학, 통계학, 논리학과 같은 기초분야이다.
반면에 상당수 대학은 많은 학생을 확보하기 위하여 그리고 학생들은 수월한 학점관리를 위하여 실용적인 주제의 과목에 더 관심을 두는 경향이다. 생활인으로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실용적인 분야의 지식은 물론 중요하지만, 그러나 대학의 ‘교양’과 백화점이나 문화센터의 ‘교양’은 달라야 한다.
21세기에 콘텐츠 산업과 소프트웨어 산업이 중요하다는 점을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콘텐츠 산업의 기반이 역사와 문학과 신화이며 소프트웨어 산업의 기반이 수학과 통계학과 논리학이라는 것을 인식하는 면은 부족한 것 같다.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자’
유행과 실용만 중시할 경우 단기적으로는 효용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현실사회의 문제가 더 어려워지고 과학기술이 점점 더 복잡해 질수록 새롭고 창의적인 해결방안을 만들어 내는 힘은 이러한 기초적인 분야에 있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과학과 기술을 선도하고 실용주의를 주창하는 미국에서도 학부교육만큼은 철저한 기초학문 중심이며 법학, 경영학, 의학과 같은 응용분야는 대학원 과정에 설치되어 있는 것이다.
지식기반사회에서 우리 나라가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잠재적인 국가경쟁력의 원천은 궁극적으로 대학의 경쟁력이다. 우리 대학과 기업 더 나아가서는 우리 나라의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하는 길은 어설픈 ‘첨단’과 ‘실용’을 내세우기 보다 역설적으로 말하면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자’라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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