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폐장 유치 경쟁
김 진 동 (본사 객원 논설위원)
자그마치 19년 동안이나 표류해온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리장(방폐장)이 이번에는 순조롭게 성사될까?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유치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라는 제법 긴 이름의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포항시 영덕군 울진군 군산시 경주시 등 5개 지방자치단체가 유치경쟁을 벌이는 양상을 띠고 있다. 특히 경주시의회는 압도적인 찬성으로 유치를 결의함으로써 유치경쟁에서 한발 앞서 불을 지폈다.
지난 2001~2004년에 걸친 ‘부안사태’를 떠올리면 유치희망 지역이 늘어 경쟁을 벌인다고 해서 결코 순탄하게 진행될 것으로 속단하기는 이를 것 같다. ‘전쟁’으로까지 표현되는 부안사태는 극한적인 찬반대립과 갈등으로 140회 이상의 촛불시위가 열렸고 주무 장관 목이 달아났으며 ‘반핵 민주광장’이라는 ‘명소’까지 탄생하는 등 심한 정신적 물질적 몸살을 앓아야 했고 지금도 그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별지원금 등 ‘당근’ 많아
그럼에도 영남과 호남의 지방자치단체가 앞다투어 유치경쟁을 벌이고 있는 까닭은 큼직한 ‘당근’ 때문이다. 특별법 제정으로 유치지역에 적지않은 인센티브가 제공되게 되면서 상황은 완전히 뒤바뀐 것이다. 3,000억원 규모의 특별지원금과 월 50억~100억원의 반입수수료에다가 직원 900명의 한국수력원자력 본사가 이전된다. 이에 따른 지방세와 주민세도 연간 4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더하여 양성자 가속기 유치도 유리하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로서는 결코 눈감기 어려운 매력이 아닐 수 없다. 방폐장만 들어서면 일거에 서울의 어느 구청이 부럽지 않을 부자 지자체가 되는데 부족함이 없을 수준이다. 충청권의 신행정도시 말고는 지역발전의 새로운 모델로서 그만한 인센티브를 찾아보기 어렵다 할 것이다. 이와 관련 포항시장이 한 말처럼 지역발전을 30년 앞당길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의 안전성은 ‘부안사태’에서 알려진 것처럼 그렇게 위험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증언이다. 우리가 추진중인 방폐장엔 원자력발전소에서 쓰인 덧신 모자 작업복 등 오염도가 비교적 낮은 폐기물을 드럼통에 담아 지하 깊은 동굴에 저장한다. 30년이 지나면 방사성 강도가 반감되고 300년 이후에는 방사성물질의 생명이 소멸된다고 한다. 이처럼 안전성은 이미 검증된 것이다.
방폐장은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니고 필수 과제다. 원자력발전소가 있는 한 폐기물은 나오기 마련이고 외국으로 내보낼 수 없는 상황인만큼 국내 어디엔가 처리시설을 세우지 않으면 안된다. 경제규모가 팽창하고 삶의 질이 높아지면서 전력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수력은 한계에 부딪혔고 화력은 교토의정서 발효나 석유자원 고갈과 가격폭등으로 축소해야 할 형편에 직면했다. 대체 에너지 개발이 획기적으로 진전되지 않는 한 유일한 대안은 원전의 확대밖에 다른 수단이 없는 게 현실이다. 기존 원전에서 나온 방사성폐기물도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러 방폐장 건설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한다. 방폐장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가 되어버렸고 더 이상 미적거릴 수도 없는 과제가 된 것이다.
그런데도 방폐장은 ‘악의 시설’로 또는 ‘재앙의 씨앗’으로 인식되어왔고 막연하고 근거 없는 혐오와 거부감의 대상이 되어 님비와 극열한 반대투쟁으로 20년 가까이 표류를 거듭해왔다.
선진국 성공사례 참고할 필요
오래 전의 얘기이지만, 원전에서 출발한 고압선에 이슬이 맺혀 떨어지는 지역의 밭 주인이 그 이슬에 방사성 물질이 섞여 있을 것이니 보상하라고 원자력발전소 앞에서 시위를 벌인 적이 있었다고 한다. 지금이야 그 같은 무지와 생떼가 통하지 않을 것이지만 무지에서 비롯된 오해과 선입견이 전염되어 님비와 반대투쟁을 부추긴 측면이 전혀 없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그 같은 선입견을 설득하고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하여 주민을 이해시키기에 앞서 밀어붙이기로 추진한 정부의 책임도 적지 않다.
이제 경쟁 시군간 뒷탈이 없도록 공정하게 선정하는 일이 과제가 됐다. 그러나 아직은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아 낙관하기는 이르다. 유치 희망 지역 주민 사이에도 찬반의견이 팽팽히 맞서 있고 환경단체의 반발도 거세 ‘부안사태’의 재판이 없으리라고 보장하기 어렵다. 정부의 찬찬한 추진과 지역주민의 성숙된 지혜가 요구된다.
이럴 때일수록 선험지역의 성공과 실패담을 곰곰이 살피고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로카쇼무라나 프랑스의 로브 처분장이 어떤 과정과 절차를 거쳐 안전성을 확보하고 주민의 자발적 동의을 얻어 성공적으로 자리 잡게 되었는지 연구하고 현장 학습을 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만큼은 아니지만, 그들도 많은 인고의 세월과 노력 끝에 일궈낸 성공사례이기 때문이다.
김 진 동 (본사 객원 논설위원)
자그마치 19년 동안이나 표류해온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리장(방폐장)이 이번에는 순조롭게 성사될까?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유치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라는 제법 긴 이름의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포항시 영덕군 울진군 군산시 경주시 등 5개 지방자치단체가 유치경쟁을 벌이는 양상을 띠고 있다. 특히 경주시의회는 압도적인 찬성으로 유치를 결의함으로써 유치경쟁에서 한발 앞서 불을 지폈다.
지난 2001~2004년에 걸친 ‘부안사태’를 떠올리면 유치희망 지역이 늘어 경쟁을 벌인다고 해서 결코 순탄하게 진행될 것으로 속단하기는 이를 것 같다. ‘전쟁’으로까지 표현되는 부안사태는 극한적인 찬반대립과 갈등으로 140회 이상의 촛불시위가 열렸고 주무 장관 목이 달아났으며 ‘반핵 민주광장’이라는 ‘명소’까지 탄생하는 등 심한 정신적 물질적 몸살을 앓아야 했고 지금도 그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별지원금 등 ‘당근’ 많아
그럼에도 영남과 호남의 지방자치단체가 앞다투어 유치경쟁을 벌이고 있는 까닭은 큼직한 ‘당근’ 때문이다. 특별법 제정으로 유치지역에 적지않은 인센티브가 제공되게 되면서 상황은 완전히 뒤바뀐 것이다. 3,000억원 규모의 특별지원금과 월 50억~100억원의 반입수수료에다가 직원 900명의 한국수력원자력 본사가 이전된다. 이에 따른 지방세와 주민세도 연간 4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더하여 양성자 가속기 유치도 유리하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로서는 결코 눈감기 어려운 매력이 아닐 수 없다. 방폐장만 들어서면 일거에 서울의 어느 구청이 부럽지 않을 부자 지자체가 되는데 부족함이 없을 수준이다. 충청권의 신행정도시 말고는 지역발전의 새로운 모델로서 그만한 인센티브를 찾아보기 어렵다 할 것이다. 이와 관련 포항시장이 한 말처럼 지역발전을 30년 앞당길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의 안전성은 ‘부안사태’에서 알려진 것처럼 그렇게 위험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증언이다. 우리가 추진중인 방폐장엔 원자력발전소에서 쓰인 덧신 모자 작업복 등 오염도가 비교적 낮은 폐기물을 드럼통에 담아 지하 깊은 동굴에 저장한다. 30년이 지나면 방사성 강도가 반감되고 300년 이후에는 방사성물질의 생명이 소멸된다고 한다. 이처럼 안전성은 이미 검증된 것이다.
방폐장은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니고 필수 과제다. 원자력발전소가 있는 한 폐기물은 나오기 마련이고 외국으로 내보낼 수 없는 상황인만큼 국내 어디엔가 처리시설을 세우지 않으면 안된다. 경제규모가 팽창하고 삶의 질이 높아지면서 전력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수력은 한계에 부딪혔고 화력은 교토의정서 발효나 석유자원 고갈과 가격폭등으로 축소해야 할 형편에 직면했다. 대체 에너지 개발이 획기적으로 진전되지 않는 한 유일한 대안은 원전의 확대밖에 다른 수단이 없는 게 현실이다. 기존 원전에서 나온 방사성폐기물도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러 방폐장 건설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한다. 방폐장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가 되어버렸고 더 이상 미적거릴 수도 없는 과제가 된 것이다.
그런데도 방폐장은 ‘악의 시설’로 또는 ‘재앙의 씨앗’으로 인식되어왔고 막연하고 근거 없는 혐오와 거부감의 대상이 되어 님비와 극열한 반대투쟁으로 20년 가까이 표류를 거듭해왔다.
선진국 성공사례 참고할 필요
오래 전의 얘기이지만, 원전에서 출발한 고압선에 이슬이 맺혀 떨어지는 지역의 밭 주인이 그 이슬에 방사성 물질이 섞여 있을 것이니 보상하라고 원자력발전소 앞에서 시위를 벌인 적이 있었다고 한다. 지금이야 그 같은 무지와 생떼가 통하지 않을 것이지만 무지에서 비롯된 오해과 선입견이 전염되어 님비와 반대투쟁을 부추긴 측면이 전혀 없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그 같은 선입견을 설득하고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하여 주민을 이해시키기에 앞서 밀어붙이기로 추진한 정부의 책임도 적지 않다.
이제 경쟁 시군간 뒷탈이 없도록 공정하게 선정하는 일이 과제가 됐다. 그러나 아직은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아 낙관하기는 이르다. 유치 희망 지역 주민 사이에도 찬반의견이 팽팽히 맞서 있고 환경단체의 반발도 거세 ‘부안사태’의 재판이 없으리라고 보장하기 어렵다. 정부의 찬찬한 추진과 지역주민의 성숙된 지혜가 요구된다.
이럴 때일수록 선험지역의 성공과 실패담을 곰곰이 살피고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로카쇼무라나 프랑스의 로브 처분장이 어떤 과정과 절차를 거쳐 안전성을 확보하고 주민의 자발적 동의을 얻어 성공적으로 자리 잡게 되었는지 연구하고 현장 학습을 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만큼은 아니지만, 그들도 많은 인고의 세월과 노력 끝에 일궈낸 성공사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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