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시설은 사회와 괴리된 별천지이자 인권의 사각지대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얼음장 밑을 흐르는 물소리를 통해 봄을 느끼듯 최근 교정행정에도 상당한 변화가 찾아오고 있다.
개방형 시설과 환경정비 그리고 수용자에 대한 처우개선까지 변화는 이미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시작됐다.
여기에는 김승규 법무장관 등 수뇌부 의지가 강하게 배어있다. 본지는 매주 1회씩 달라지고 있는 교정행정의 현장을 찾아보기로 했다. /편집자주
얼마 전 개봉해 관심을 모으고 있는 영화 <주먹이 운다="">(감독 류승완). 두 명의 주인공 가운데 배우 류승범이 연기한 19세 소년복서 유상환은 실존 인물이다.
천안소년교도소에서 권투를 배워 각종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낸 뒤 현재는 이종격투기로 종목을 바꾼 서 철(24) 선수다. 그는 지난 98년 폭행사건으로 징역 4년형을 선고 받아 천안소년교도소에서 복역했다. 입소 한 달 만에 복싱을 시작한 그는 2000년 10월 전국체전 일반부 헤비급에서 은메달을 땄다. 또한 모범적인 수형 생활을 인정받아 출소 1년을 남겨둔 2001년 3월에 가석방 된 뒤 그해 10월 열린 전국체전에서도 은메달을 땄다.
2002년 11월 프로에 데뷔한 서 철은 2003년 10월 이종격투기 선수로 종목을 바꿔 활발히 활동했다. 영화 곳곳에 나오는 주요한 촬영 장소는 실제 천안소년교도소다.
◆전국 유일 소년교도소 = 충남 천안시 성거읍 신월리에 위치한 천안소년교도소는 국내 유일의 청소년수형자 수용교도소다. 원래 소년교도소는 이곳 천안과 경북 김천 두 곳이었다. 그러다가 김천소년교도소가 올 초 성인시설인 김천교도소로 바뀌었다. 김천에 있던 100여명의 소년수형자들은 모두 이곳으로 옮겨왔다. 이제 소년교도소는 이곳이 유일하다.
◆“우린 선생님과 학생 사이”=
천안 소년교도소는 교도소라기 보다 학교 같은 느낌을 먼저 준다. 소년 수형자라는 특징 때문이다. 한때 실수로 범법행위를 한 청소년들에게 범죄와 연결고리를 끊게 하고 새로운 가치관을 세울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최우선이다.
곳곳에 학습분위기를 갖추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각 교실에는 ‘교습장’이라는 이름과 ‘담임선생님 000’라는 명패가 붙어있다. 청소년 재소자들도 교도관에 대해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쓰는 게 훨씬 자연스럽다. 형식만이 아니다. 내용까지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이를 위해 알게 모르게 존재했던 재소자들 간의 위계질서를 완전히 깨버렸다. 반장이네 빵장이네 하면서 특수한 지위와 권리를 누리던 사람들이 설 곳이 없어졌다. 모두 똑같이 배우는 학생일 뿐이다.
이경영 보안과장은 “이런 변화에 대해 특수한 지위를 누렸던 일부는 불만이 있지만 대다수 아이들은 만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도소 안에 있는 대학 캠퍼스 = 이곳 교육프로그램은 다양하다. 여러 청소년 수형자들에게 고른 혜택을 주기 위해서다. 지난 1월에 설치된 백석대학 신월캠퍼스는 상당히 유명하다. 관학협력의 새로운 유형으로 현재 사회복지학과 2개반 64명(수형자 30명, 직원 34명)이 수학하고 있다.
백석대학과 후농청소년문화재단에서 졸업 때까지 전액 장학금을 지급한다. 정규 고등학교 과정도 있다. 천안중앙고등학교 부설로 방송통신고등학교가 설치돼 있다. 매년 20여명씩 졸업생을 배출하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학과교육반이 따로 편성돼 있어 고입 및 고졸 검정고시와 대학입시를 준비한다. 이곳에서 2002년에 17명, 2003년에 6명이 4년제와 2년제 대학에 합격했다.
이밖에 정보화 교육과 직업훈련, 일본어·영어 회화반 등 다양한 과정이 마련돼 있다. 이강용 소장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한문교육 또한 빼놓을 수 없는 프로그램이다.
◆“부모님이 너무 기뻐하셨죠” = 정규 교육 프로그램 외에 진행되는 특별활동 가운데 하나인 권투반은 이미 명성이 자자하다. 지난해 재소자로는 처음으로 한국챔피언이 된 현주환 선수나 영화의 실제 모델이 된 이종격투기 서 철 선수 등이 모두 이곳 출신이다. 선수층이 두터워 2001년, 2002년 전국신인아마복싱 선수권대회에서 연이어 종합우승을 차지했으며, 지난 3월 열린 제 58회 전국신인선수권대회에서도 6명이 출전해 종합우승을 거머쥐었다.
일반부 64kg급에서 최우수 선수상을 차지한 김형식(가명·20)씨는 “상을 받은 것에 대해 부모님이 너무 기뻐하셨다”면서 “시작한 지 9개월 밖에 안됐지만 앞으로도 계속 운동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늘 말썽꾸러기로만 인식돼 오다가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 더할 수 없이 기쁜 것이다. 김씨에게 권투반 출신 선배인 현주환 선수나 서 철 선수는 새로운 인생의 좌표 같은 인물들이다.
◆주민들과 함께 하는 예술제 = 권투뿐만이 아니다. 악대와 농악부 등은 매년 정기연주회를 가질 정도로 수준급이다.
특히 이런 특별활동을 통해 그동안 갈고 닦은 기량을 맘껏 발휘한 ‘충의소년예술제’는 지역사회의 새로운 종합예술제로 호평 받고 있다.
지난해 10월 25일 천안시민회관에서 열린 행사에는 시장을 비롯한 지역내 주요 인사들과 시민 1500명이 참석해 뜨거운 호응을 보이기도 했다.
/천안=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주먹이>
개방형 시설과 환경정비 그리고 수용자에 대한 처우개선까지 변화는 이미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시작됐다.
여기에는 김승규 법무장관 등 수뇌부 의지가 강하게 배어있다. 본지는 매주 1회씩 달라지고 있는 교정행정의 현장을 찾아보기로 했다. /편집자주
얼마 전 개봉해 관심을 모으고 있는 영화 <주먹이 운다="">(감독 류승완). 두 명의 주인공 가운데 배우 류승범이 연기한 19세 소년복서 유상환은 실존 인물이다.
천안소년교도소에서 권투를 배워 각종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낸 뒤 현재는 이종격투기로 종목을 바꾼 서 철(24) 선수다. 그는 지난 98년 폭행사건으로 징역 4년형을 선고 받아 천안소년교도소에서 복역했다. 입소 한 달 만에 복싱을 시작한 그는 2000년 10월 전국체전 일반부 헤비급에서 은메달을 땄다. 또한 모범적인 수형 생활을 인정받아 출소 1년을 남겨둔 2001년 3월에 가석방 된 뒤 그해 10월 열린 전국체전에서도 은메달을 땄다.
2002년 11월 프로에 데뷔한 서 철은 2003년 10월 이종격투기 선수로 종목을 바꿔 활발히 활동했다. 영화 곳곳에 나오는 주요한 촬영 장소는 실제 천안소년교도소다.
◆전국 유일 소년교도소 = 충남 천안시 성거읍 신월리에 위치한 천안소년교도소는 국내 유일의 청소년수형자 수용교도소다. 원래 소년교도소는 이곳 천안과 경북 김천 두 곳이었다. 그러다가 김천소년교도소가 올 초 성인시설인 김천교도소로 바뀌었다. 김천에 있던 100여명의 소년수형자들은 모두 이곳으로 옮겨왔다. 이제 소년교도소는 이곳이 유일하다.
◆“우린 선생님과 학생 사이”=
천안 소년교도소는 교도소라기 보다 학교 같은 느낌을 먼저 준다. 소년 수형자라는 특징 때문이다. 한때 실수로 범법행위를 한 청소년들에게 범죄와 연결고리를 끊게 하고 새로운 가치관을 세울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최우선이다.
곳곳에 학습분위기를 갖추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각 교실에는 ‘교습장’이라는 이름과 ‘담임선생님 000’라는 명패가 붙어있다. 청소년 재소자들도 교도관에 대해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쓰는 게 훨씬 자연스럽다. 형식만이 아니다. 내용까지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이를 위해 알게 모르게 존재했던 재소자들 간의 위계질서를 완전히 깨버렸다. 반장이네 빵장이네 하면서 특수한 지위와 권리를 누리던 사람들이 설 곳이 없어졌다. 모두 똑같이 배우는 학생일 뿐이다.
이경영 보안과장은 “이런 변화에 대해 특수한 지위를 누렸던 일부는 불만이 있지만 대다수 아이들은 만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도소 안에 있는 대학 캠퍼스 = 이곳 교육프로그램은 다양하다. 여러 청소년 수형자들에게 고른 혜택을 주기 위해서다. 지난 1월에 설치된 백석대학 신월캠퍼스는 상당히 유명하다. 관학협력의 새로운 유형으로 현재 사회복지학과 2개반 64명(수형자 30명, 직원 34명)이 수학하고 있다.
백석대학과 후농청소년문화재단에서 졸업 때까지 전액 장학금을 지급한다. 정규 고등학교 과정도 있다. 천안중앙고등학교 부설로 방송통신고등학교가 설치돼 있다. 매년 20여명씩 졸업생을 배출하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학과교육반이 따로 편성돼 있어 고입 및 고졸 검정고시와 대학입시를 준비한다. 이곳에서 2002년에 17명, 2003년에 6명이 4년제와 2년제 대학에 합격했다.
이밖에 정보화 교육과 직업훈련, 일본어·영어 회화반 등 다양한 과정이 마련돼 있다. 이강용 소장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한문교육 또한 빼놓을 수 없는 프로그램이다.
◆“부모님이 너무 기뻐하셨죠” = 정규 교육 프로그램 외에 진행되는 특별활동 가운데 하나인 권투반은 이미 명성이 자자하다. 지난해 재소자로는 처음으로 한국챔피언이 된 현주환 선수나 영화의 실제 모델이 된 이종격투기 서 철 선수 등이 모두 이곳 출신이다. 선수층이 두터워 2001년, 2002년 전국신인아마복싱 선수권대회에서 연이어 종합우승을 차지했으며, 지난 3월 열린 제 58회 전국신인선수권대회에서도 6명이 출전해 종합우승을 거머쥐었다.
일반부 64kg급에서 최우수 선수상을 차지한 김형식(가명·20)씨는 “상을 받은 것에 대해 부모님이 너무 기뻐하셨다”면서 “시작한 지 9개월 밖에 안됐지만 앞으로도 계속 운동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늘 말썽꾸러기로만 인식돼 오다가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 더할 수 없이 기쁜 것이다. 김씨에게 권투반 출신 선배인 현주환 선수나 서 철 선수는 새로운 인생의 좌표 같은 인물들이다.
◆주민들과 함께 하는 예술제 = 권투뿐만이 아니다. 악대와 농악부 등은 매년 정기연주회를 가질 정도로 수준급이다.
특히 이런 특별활동을 통해 그동안 갈고 닦은 기량을 맘껏 발휘한 ‘충의소년예술제’는 지역사회의 새로운 종합예술제로 호평 받고 있다.
지난해 10월 25일 천안시민회관에서 열린 행사에는 시장을 비롯한 지역내 주요 인사들과 시민 1500명이 참석해 뜨거운 호응을 보이기도 했다.
/천안=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주먹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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