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구속력은 없어....수용률 92% … 해당기관 반발도 거세
인권위 "국가 차원 인권 가이드라인 제시할 뿐"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조영황)의 권고나 의견표명은 얼마나 영향력이 있을까.
최근 인권위가 사형제와 비정규직 문제 등 민감한 현안과 관련해 제시한 의견에 대해 정부기관과 관련단체들의 반발이 잇따르면서 인권위의 권한과 영향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행 국가인권위원회법 25조는 ‘인권위는 인권의 보호와 향상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관계기관 등에 대해 정책과 관행의 개선 또는 시정을 권고하거나 의견을 표명할 수 있으며 대상기관은 이를 존중하고 이행하기 위해 노력해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해당기관이 인권위의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아도 특별한 제재수단이 없고 언제까지 조치를 취해야하는지 명확한 기간을 설정해 두지 않아 해당기관이 무기한 검토만 한다고 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따라서 법률상으로만 보면 인권위는 아무런 강제력이 없는 셈이다.
하지만 인권위의 실질적인 영향력은 만만치 않다.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해도 국가기관인 인권위가 내린 판단을 대상 기관이 무시하기는 쉽지 않다. 인권위가 출범 3주년을 맞아 지난해 11월 조사한 바에 따르면 3년간 권고 및 의견표명 307건 중 수용여부를 통보해온 건이 232건이었고, 이중 187건이 부분 또는 대체수용 의견을 보내와 수용률이 92.2%에 달했다.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개선 권고, 테러방지법 제정에 대한 반대 의견표명, 삼청교육 피해보상특별법 제정 권고, 북파공작원 관련 특별법 제정 권고, 외국인노동자 인권침해를 시정하기 위한 산업연수생제도 폐지 및 개선방안 권고 등은 인권위 결정을 해당기관에서 수용한 대표적 사례들이다.
물론 인권위 권고나 의견표명에 대한 반대도 적지 않았다. 특히 인권위가 최근 사회적으로 민감한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내놓으면서 이같은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지난달 23일 인권위가 일반직 공무원의 직급에 따른 정년차등이 차별행위라며 개선을 권고하자 중앙인사위원회가 즉각 반박자료를 내고 수용불가 방침을 밝힌 것은 대표적인 예다.
지난 6일에는 인권위가 국회에 사형제 폐지의견을 표명하자 법무부에서 강한 불만을 드러냈고, 다음날 초등학교 교사가 학생 일기장을 검사하는 것은 아동인권 침해라며 개선의견 밝힌데 대해서는 교육부 뿐 아니라 일부 학부모들까지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얼마전 경찰 소방 교정직 소년보호직 철도공안직 공무원 채용시 응시자격으로 키와 몸무게를 제한하는 것은 신체조건에 의한 차별이라며 개선의견을 표명한 것에도 해당기관들은 난색인 상황이다.
14일 정부와 노동계가 첨예하게 대립해온 비정규직 법안 문제에 대해 노동계 손을 들어준 인권위 의견표명에 대해 노동부와 여당이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얼마나 영향력을 발휘할 지 주목된다.
인권위는 정부 부처들의 반발에도 소수자의 인권 보호라는 인권위의 특성상 앞으로도 이같은 권고와 의견표명을 계속한다는 방침이어서 마찰은 계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조영황 위원장도 최근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인권위 의견은 국가 차원의 새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인권위는 의견표명이나 권고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국회에 계류중인 국가인권위원회법 개정안에서 피진정기관의 조치가 없을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고 권고에 대한 각 기관의 반응기한을 60일로 제한하는 것을 고려중이다.
정부의 비정규입법안과 관련한 14일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이 노동시장 흐름에 역행할 뿐만 아니라 결과적으로 보호의 대상인 비정규 근로자들이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정부와 재계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김 대환 노동부 장관은 15일 아침 서울 웨스턴조선호텔에서 한국노동재단 초청으로 열린 외국인 투자기업 최고 경영자 대상 조찬간담회에서 “인권위는 부적절한 시기에 불필요하고 균형을 잃은 일종의 정치적 행위로 스스로 위상을 실추시켰다”며 “정부는 인권위의 의견을 많은 의견중 하나로 치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는 아예 이번 인권위 결정이 권한을 넘어선 월권행위로 규정짓는 분위기다.
경총은 반박 성명을 통해 “비정규 법안과 관련해 인권위가 의견을 발표한 것은 업무범위를 벗어난 것”이라며 “비정규직과 정규직간의 무조건적인 차별해소라는 편협된 시각”이라고 반발했다.
한마디로 시장흐름을 무시한 채 법을 통해 일방적으로 비정규직을 보호하려는 시도가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여기에 국회에서 입법을 위해 논란을 벌이고 있는 현안에 대해서 국가기관이 공개적으로 내용을 수정할 것으로 권고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에 대한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이목희 열린우리당 의원은 14일 기자회견을 갖고 “황당하고, 매우 부적절한 처사”라며 “인권위 결정과 관계없이 국회는 국회의 길을 가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인권위 결정을 입법기관인 국회의 권능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번 인권위 권고가 사회적으로 약자의 위치에 있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노동권과 인권적 가치라는 기본 정신과 취지자체를 무시해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높다.
한국노동연구원 관계자는 “인권위 권고사항을 국회가 따를 의무도 없고, 그럴 수도 없다”면서도 “제기된 현안들의 기본 취지와 정신을 살려 입법과정에서 현실에 맞게 반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인권위 "국가 차원 인권 가이드라인 제시할 뿐"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조영황)의 권고나 의견표명은 얼마나 영향력이 있을까.
최근 인권위가 사형제와 비정규직 문제 등 민감한 현안과 관련해 제시한 의견에 대해 정부기관과 관련단체들의 반발이 잇따르면서 인권위의 권한과 영향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행 국가인권위원회법 25조는 ‘인권위는 인권의 보호와 향상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관계기관 등에 대해 정책과 관행의 개선 또는 시정을 권고하거나 의견을 표명할 수 있으며 대상기관은 이를 존중하고 이행하기 위해 노력해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해당기관이 인권위의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아도 특별한 제재수단이 없고 언제까지 조치를 취해야하는지 명확한 기간을 설정해 두지 않아 해당기관이 무기한 검토만 한다고 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따라서 법률상으로만 보면 인권위는 아무런 강제력이 없는 셈이다.
하지만 인권위의 실질적인 영향력은 만만치 않다.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해도 국가기관인 인권위가 내린 판단을 대상 기관이 무시하기는 쉽지 않다. 인권위가 출범 3주년을 맞아 지난해 11월 조사한 바에 따르면 3년간 권고 및 의견표명 307건 중 수용여부를 통보해온 건이 232건이었고, 이중 187건이 부분 또는 대체수용 의견을 보내와 수용률이 92.2%에 달했다.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개선 권고, 테러방지법 제정에 대한 반대 의견표명, 삼청교육 피해보상특별법 제정 권고, 북파공작원 관련 특별법 제정 권고, 외국인노동자 인권침해를 시정하기 위한 산업연수생제도 폐지 및 개선방안 권고 등은 인권위 결정을 해당기관에서 수용한 대표적 사례들이다.
물론 인권위 권고나 의견표명에 대한 반대도 적지 않았다. 특히 인권위가 최근 사회적으로 민감한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내놓으면서 이같은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지난달 23일 인권위가 일반직 공무원의 직급에 따른 정년차등이 차별행위라며 개선을 권고하자 중앙인사위원회가 즉각 반박자료를 내고 수용불가 방침을 밝힌 것은 대표적인 예다.
지난 6일에는 인권위가 국회에 사형제 폐지의견을 표명하자 법무부에서 강한 불만을 드러냈고, 다음날 초등학교 교사가 학생 일기장을 검사하는 것은 아동인권 침해라며 개선의견 밝힌데 대해서는 교육부 뿐 아니라 일부 학부모들까지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얼마전 경찰 소방 교정직 소년보호직 철도공안직 공무원 채용시 응시자격으로 키와 몸무게를 제한하는 것은 신체조건에 의한 차별이라며 개선의견을 표명한 것에도 해당기관들은 난색인 상황이다.
14일 정부와 노동계가 첨예하게 대립해온 비정규직 법안 문제에 대해 노동계 손을 들어준 인권위 의견표명에 대해 노동부와 여당이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얼마나 영향력을 발휘할 지 주목된다.
인권위는 정부 부처들의 반발에도 소수자의 인권 보호라는 인권위의 특성상 앞으로도 이같은 권고와 의견표명을 계속한다는 방침이어서 마찰은 계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조영황 위원장도 최근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인권위 의견은 국가 차원의 새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인권위는 의견표명이나 권고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국회에 계류중인 국가인권위원회법 개정안에서 피진정기관의 조치가 없을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고 권고에 대한 각 기관의 반응기한을 60일로 제한하는 것을 고려중이다.
정부의 비정규입법안과 관련한 14일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이 노동시장 흐름에 역행할 뿐만 아니라 결과적으로 보호의 대상인 비정규 근로자들이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정부와 재계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김 대환 노동부 장관은 15일 아침 서울 웨스턴조선호텔에서 한국노동재단 초청으로 열린 외국인 투자기업 최고 경영자 대상 조찬간담회에서 “인권위는 부적절한 시기에 불필요하고 균형을 잃은 일종의 정치적 행위로 스스로 위상을 실추시켰다”며 “정부는 인권위의 의견을 많은 의견중 하나로 치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는 아예 이번 인권위 결정이 권한을 넘어선 월권행위로 규정짓는 분위기다.
경총은 반박 성명을 통해 “비정규 법안과 관련해 인권위가 의견을 발표한 것은 업무범위를 벗어난 것”이라며 “비정규직과 정규직간의 무조건적인 차별해소라는 편협된 시각”이라고 반발했다.
한마디로 시장흐름을 무시한 채 법을 통해 일방적으로 비정규직을 보호하려는 시도가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여기에 국회에서 입법을 위해 논란을 벌이고 있는 현안에 대해서 국가기관이 공개적으로 내용을 수정할 것으로 권고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에 대한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이목희 열린우리당 의원은 14일 기자회견을 갖고 “황당하고, 매우 부적절한 처사”라며 “인권위 결정과 관계없이 국회는 국회의 길을 가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인권위 결정을 입법기관인 국회의 권능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번 인권위 권고가 사회적으로 약자의 위치에 있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노동권과 인권적 가치라는 기본 정신과 취지자체를 무시해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높다.
한국노동연구원 관계자는 “인권위 권고사항을 국회가 따를 의무도 없고, 그럴 수도 없다”면서도 “제기된 현안들의 기본 취지와 정신을 살려 입법과정에서 현실에 맞게 반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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