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체마다 실시하고 있는 정신교육 등이 본래 의도와는 무관하게 강압적으로 진행돼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지난 13일 KT직원이 무리한 집체교육을 받다 사망하는 사고까지 발생해 본래 의도와 달리 ‘군기 잡기 일환으로 흐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사망사고를 낸 KT 직장교육은 변화와 혁신이라는 주제로 전남 나주에서 1박2일동안 진행됐다.
노조는 이번 교육에 대해 “KT가 민간기업으로 바뀌면서 ‘직원들 사이에 남아 있는 공기업의 찌든 물을 뺀다’는 것이 경영진 의도였다”고 밝혔다. 의도가 이렇다 보니 대부분 교육 프로그램도 해병대식 극기훈련이 중심이었다. 서울에서 새벽에 출발해 도착하면 식사후 외부강사를 초빙해 정신교육을 받은 후 바로 극기훈련 코스에 투입됐다.
이번에 숨진 강 모(46)씨도 극기훈련에 투입돼 군대 유격훈련에서 실시하는 일명 PT체조를 마치고 이동도중 사망했다. KT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간부직 전체가 교육을 받았고, 일반직 3만여명도 순차적으로 받을 예정이었다.
이 교육장에는 매일 200여명이 입소해 교육을 받아왔다. 훈련 교관은 해병대 및 특수부대 출신을 비롯해 표준협회가 추천한 강사진으로 짜여있다. 노조측은 “이번 교육은 경영진이 노조와 합의 없이 진행한 측면이 있다”며 “지난해 3급이상 간부를 대상으로 실시했는데 올 들어 슬그머니 전 직원으로 확대했다”고 주장했다.
또 “훈련 성격이 군대식이어서 교육 강도를 낮추어 달라고 요구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회사측 관계자는 “이번 교육 훈련은 누구나 받아야 하는 교육이지만 힘들면 쉬게 해 준다”며 “사망한 강 모씨는 평소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노조측은 “회사측이 개개인의 특성을 무시하고 전직원을 상대로 강압적 형태의 교육훈련을 실시하다 사망사건까지 발생하게 됐다”며 “교육을 이수하게 되면 수료증을 지급하는데 이 또한 사내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으려면 갖추어야 할 자격증 같은 것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육체적인 훈련과정은 필수 = 최근 들어 군대식 교육훈련은 유행처럼 번져 대부분 기업체가 비슷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대기업 중 교육이 많기로 소문난 삼성그룹은 신입사원 연수 강도가 높기로 정평이 나 있다. 산악행군을 비롯해 유격 훈련 등 다양한 훈련이 기다리고 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보통 조를 짜서 진행되는데 조원 중 한 명이라도 낙오를 하면 조원 전체가 불이익을 받기 때문에 죽기 살기로 한다”고 말했다. 또 “정식 사원들도 예외 없이 집체교육을 실시하고 낙오자들은 엠블런스에 타고 따라 오는 경우가 있지만 교육에서 제외되는 경우는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집체교육이 강도 높기로 소문이 자자하다. 전 직원이 ‘혁신학교’에 입소해야 한다. 혁신학교는 5일 동안 진행되는데 너무 힘들어 참가자들은 혀를 내 두른다. 한 직원은 “혁신 10계명을 동작으로 만들어서 시험을 보는데 통과되지 않으면 잠을 안 재운다”며 “통과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 “육체적 정신적으로 극한까지 몰고 가기도 하는데 잠을 자지 못해 비몽사몽간에 임무를 수행하는 식”이라며 “포스트마다 과제를 주는데 한겨울에 산에서 양복 입고 넥타이 매고 물고기를 잡아오라는 과제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점수로 환산해 인사고과에 반영하지는 않지만 참가여부는 중요하다”며 “일단 참가하면 과제를 반드시 수행해야 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그러다 무리해서 병원에 실려 가는 경우도 생긴다”고 말했다.
이 직원은 “개인적으로 혁신학교에 대해 하나의 관문정도로 생각한다”며 “끝나고 나서 업무능력을 향상시키는데 그리 도움되지는 않았다”고 토로했다.
◆사이버 이수제 통해 능력 향상 기업도 = 기업체가 학점제를 도입해 한해 동안 이수해야 하는 학점을 만들어 강도 높은 교육을 실시하는 경우도 있다.
효성은 사이버 연수를 통한 학점 이수제로 유명하다. 1년에 60학점을 이수해야 하는데 주로 영업이나 마케팅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어학이나 컴퓨터 프로그램 과목이 주종을 이룬다.
효성의 한 직원은 “학점을 이수하지 못하면 인사고과에 반영된다는 말은 있지만 큰 영향은 없는 것 같다”며 “다만 사이버 강의료는 회사에서 주지만 학점을 이수하지 못하면 개인이 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평소에는 업무가 많아 교육을 받지 못하는 직원은 연말에 몰아서 연수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털어 놨다.
그는 “교육효과는 있지만 너무 많은 강의는 직원들에게 부담감으로도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석용 이경기 정원택 구본홍 기자 syjung@naeil.com
사망사고를 낸 KT 직장교육은 변화와 혁신이라는 주제로 전남 나주에서 1박2일동안 진행됐다.
노조는 이번 교육에 대해 “KT가 민간기업으로 바뀌면서 ‘직원들 사이에 남아 있는 공기업의 찌든 물을 뺀다’는 것이 경영진 의도였다”고 밝혔다. 의도가 이렇다 보니 대부분 교육 프로그램도 해병대식 극기훈련이 중심이었다. 서울에서 새벽에 출발해 도착하면 식사후 외부강사를 초빙해 정신교육을 받은 후 바로 극기훈련 코스에 투입됐다.
이번에 숨진 강 모(46)씨도 극기훈련에 투입돼 군대 유격훈련에서 실시하는 일명 PT체조를 마치고 이동도중 사망했다. KT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간부직 전체가 교육을 받았고, 일반직 3만여명도 순차적으로 받을 예정이었다.
이 교육장에는 매일 200여명이 입소해 교육을 받아왔다. 훈련 교관은 해병대 및 특수부대 출신을 비롯해 표준협회가 추천한 강사진으로 짜여있다. 노조측은 “이번 교육은 경영진이 노조와 합의 없이 진행한 측면이 있다”며 “지난해 3급이상 간부를 대상으로 실시했는데 올 들어 슬그머니 전 직원으로 확대했다”고 주장했다.
또 “훈련 성격이 군대식이어서 교육 강도를 낮추어 달라고 요구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회사측 관계자는 “이번 교육 훈련은 누구나 받아야 하는 교육이지만 힘들면 쉬게 해 준다”며 “사망한 강 모씨는 평소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노조측은 “회사측이 개개인의 특성을 무시하고 전직원을 상대로 강압적 형태의 교육훈련을 실시하다 사망사건까지 발생하게 됐다”며 “교육을 이수하게 되면 수료증을 지급하는데 이 또한 사내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으려면 갖추어야 할 자격증 같은 것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육체적인 훈련과정은 필수 = 최근 들어 군대식 교육훈련은 유행처럼 번져 대부분 기업체가 비슷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대기업 중 교육이 많기로 소문난 삼성그룹은 신입사원 연수 강도가 높기로 정평이 나 있다. 산악행군을 비롯해 유격 훈련 등 다양한 훈련이 기다리고 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보통 조를 짜서 진행되는데 조원 중 한 명이라도 낙오를 하면 조원 전체가 불이익을 받기 때문에 죽기 살기로 한다”고 말했다. 또 “정식 사원들도 예외 없이 집체교육을 실시하고 낙오자들은 엠블런스에 타고 따라 오는 경우가 있지만 교육에서 제외되는 경우는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집체교육이 강도 높기로 소문이 자자하다. 전 직원이 ‘혁신학교’에 입소해야 한다. 혁신학교는 5일 동안 진행되는데 너무 힘들어 참가자들은 혀를 내 두른다. 한 직원은 “혁신 10계명을 동작으로 만들어서 시험을 보는데 통과되지 않으면 잠을 안 재운다”며 “통과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 “육체적 정신적으로 극한까지 몰고 가기도 하는데 잠을 자지 못해 비몽사몽간에 임무를 수행하는 식”이라며 “포스트마다 과제를 주는데 한겨울에 산에서 양복 입고 넥타이 매고 물고기를 잡아오라는 과제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점수로 환산해 인사고과에 반영하지는 않지만 참가여부는 중요하다”며 “일단 참가하면 과제를 반드시 수행해야 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그러다 무리해서 병원에 실려 가는 경우도 생긴다”고 말했다.
이 직원은 “개인적으로 혁신학교에 대해 하나의 관문정도로 생각한다”며 “끝나고 나서 업무능력을 향상시키는데 그리 도움되지는 않았다”고 토로했다.
◆사이버 이수제 통해 능력 향상 기업도 = 기업체가 학점제를 도입해 한해 동안 이수해야 하는 학점을 만들어 강도 높은 교육을 실시하는 경우도 있다.
효성은 사이버 연수를 통한 학점 이수제로 유명하다. 1년에 60학점을 이수해야 하는데 주로 영업이나 마케팅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어학이나 컴퓨터 프로그램 과목이 주종을 이룬다.
효성의 한 직원은 “학점을 이수하지 못하면 인사고과에 반영된다는 말은 있지만 큰 영향은 없는 것 같다”며 “다만 사이버 강의료는 회사에서 주지만 학점을 이수하지 못하면 개인이 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평소에는 업무가 많아 교육을 받지 못하는 직원은 연말에 몰아서 연수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털어 놨다.
그는 “교육효과는 있지만 너무 많은 강의는 직원들에게 부담감으로도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석용 이경기 정원택 구본홍 기자 sy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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