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진 칼럼>독도사랑에 가려진 한일관계 진상(2005.04.21)

지역내일 2005-04-20 (수정 2005-04-21 오후 12:10:42)
독도사랑에 가려진 한일관계 진상
임 현 진 (서울대학교 기초교육원장. 정치사회학)

올해 2월 2일 수교 20주년을 기념해 이스라엘을 방문한 독일의 쾰러대통령은 국회연설에서 과거사를 사죄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엄청난 反독일 정서로 인해 독일 대통령의 이스라엘 국회 연설은 애초 무산될 뻔했다. 그러나 쾰러 대통령의 화해를 위한 감동적 연설은 이스라엘 국민을 설득하고도 남았다.
독일은 나치 치하에서 관련국 국민들에게 저지른 과거 잘못을 사죄하고 용서를 구하는데 주저하지 않아 왔다. 일본과 대비되는 점이다. 지난달 이스라엘의 야드바셈 유대인학살박물관의 개관식에 세계 40여개 국가들의 귀빈들이 초청받았으나 유독 일본만이 빠졌다. 과거사에 대해 진지한 반성을 보이지 않는 일본을 이스라엘이 의도적으로 배제하였기 때문이다. 보편적 역사인식을 갖추지 못한 일본의 망신이다.
엎친대 덮친 격으로 미국의 위세를 등에 업고 올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진출하려던 일본의 야망이 쉽게 이뤄질 것 같지 않다. 일본의 식민지 지배에 관한 역사왜곡이 한중일 갈등을 야기함으로써 동아시아 안정을 해칠 수 있다는 미국의 우려 때문이다. 경제대국이자 정치소국 일본의 현주소다.

일본 불법을 면책한 한일협정
역사에 가정법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만일 일본 수상이 한국의 국회에서 진실을 인정하고 과거를 반성하는 눈물을 흘렸다면, 한일 갈등이 지금처럼 심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최근 독도를 둘러싼 한일간 열전과 우리의 뜨거운 독도사랑을 보면서 한일관계의 이면에 감추어진 우리의 부끄러운 모습이 떠오른다. 일본이 그토록 줄기차게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배경에는 국제사법심판소를 통해 사태의 반전을 꾀하려는 얕은 계산 못지않게, 한일관계 정상화 이후 한국 정부가 일본과의 외교적 협상 과정에서 보인 일련의 약점을 일본이 간파하고 있기 때문이다. 돌이켜 보면, 올해가 광복 60년이라 하지만 100년전 을사조약에 의한 불법침략과 40년전 한일협정에 따른 매국협정을 여전히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숨길 수 없는 현실이다.
을사조약은 일본이 조선 외무대신의 관인을 무력으로 훔쳐내어 조약문서에 날인한 불법이었다. 국제법상의 조인과 비준 절차가 전적으로 무시되어 있다. 명백한 범죄행위다. 일본이 고종을 황제자리에서 쫓아버린 이유도 그가 끝내 조약문서에 옥새를 찍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을사조약이 유효하지 않다는 점에서 일본은 36년 식민지 지배에 대한 보상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
지난 1월 17일 한일협정 청구권관련 문서 공개는 한국 정부가 일본 정부에 대해 취한 굴욕적 자세의 일단을 잘 보여준다. 아직 모든 문건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한일협정의 반민족적 성격이 분명히 드러나고 있다. 바꿔 말해 당시 한일굴욕외교반대투쟁의 정당성을 웅변해 주는 것이다. 한일협정이 갖는 문제는 을사조약이 무효임을 천명할 뿐 불법임을 확인하지 않음으로써 과거사 진실 규명과 배상 책임을 어렵게 하는데 있다. 한일협정 제2조에 의하면, “1910년 8월 22일 및 그 이전에 체결된 대한제국과 대일본제국간에 체결된 모든 조약은 이미 무효임을 확인한다”로 되어 있다. 작금 역사왜곡을 미화하는 일본 정관계 인사들의 뻔뻔스러울 만치 당당한(?) 태도는 1965년의 한일협정을 통해 일본이 과거사 책임문제에서 벗어나 있다는 확신에 기인한다.

일본은 독일에서 배워야 한다
한일협정이 일본 정부에 대해 과거사 책임과 보상 문제에 관한한 면죄부를 준 꼴이다. 일본이 과거사 사과는커녕 망언을 일삼고 역사교과서를 왜곡하고 강제 징병징용·종군위안부 문제에 침묵하는 배경이다. 지난날 한국 정부가 ‘재산 및 청구권과 경제협력’이라는 미명아래 일본으로부터 자금과 물자를 받는 대신 결국 우리 국민의 피해보상 권리를 없애 버린 못난 짓거리를 한 것이다. 국가가 지녀야 할 최소한의 자존심마저 져버린 한국정부를 일본이 얕잡아 볼 수밖에 없다.
우리로서는 한일협정의 재협상이 최선의 선택이나 일본 정부가 응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북한이라도 남한의 전철을 밟지 않길 바랄 뿐이다. 남한이 북한을 돕기 위해서는 ‘유일정부’론을 정정해 줄 필요가 있다. 두개의 한국을 현실적으로 인정하는 일본으로서는 북한의 과거배상 요구를 거부하기 어렵다. 그러나 현재의 껄끄러운 북일관계로 볼 때 일본이 북한을 호의의 협상대상으로 삼을 것 같지 않다.
마지막 희망은 일본의 양식이다. 과거사에 대한 통절한 반성을 통해 독일은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독일 안팎에서 사과, 참회, 속죄가 지속되고 있다. 일본이 독일로부터 배울 점이다. 일본이 고립을 면하려면 국제양식을 가져야 한다. 국수주의적 민족주의를 통해 바깥으로 뻗어나가려는 일본의 변신이 요구되는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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