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스승, 그들의 모델]⑪ 강재섭 의원과 덩샤오핑

이념 넘는 ‘흑묘백묘’ 실용정치 배운다

지역내일 2005-04-19 (수정 2005-04-19 오전 11:11:13)
“중요한 말은 모두 한 글자로 끝납니다. 집 밥 옷 꿈 달 별… 이런 단어들을 보세요. 한 글자로 끝나는 쉬운 단어들이지만 세상에서 아주 중요한 것들 아닙니까. 강재섭은 바로 이런 중요하고도 쉬운 것을 위한 정치를 하겠습니다.”
한나라당 강재섭 원내대표가 지난해 말 자신의 팬클럽 ‘강프렌드’ 모임에 보낸 메시지 중 일부다. 강프렌드는 아직 모임 규모가 크진 않지만 강 대표를 믿어주는 소중한 모임이다. 이 메시지에서 복잡한 이념정치를 뛰어넘어 국민을 잘 살게 하는 실용정치에 대한 강 대표의 신념을 읽을 수 있다. 그가 정치적 스승으로 삼고 있는 덩샤오핑의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 실용주의를 연상시키는 것은 물론이다.

◆삼상삼하와 포용적 리더십 = 덩샤오핑이라는 존재가 강 대표에게 불쑥 다가온 것은 대학교 시절이다. 강 대표의 대학 시절은 덩이 이른바 ‘삼상삼하’를 겪고 있던 시절과 일부 겹친다.
중국의 중앙정치무대에서 마오쩌둥과 함께 2인자로 잘 나가던 덩은 실각과 복권을 반복해서 겪는다. 52년 산적한 국가건설 문제 해결을 위해 중앙정치 무대에 발탁된 덩은 마오의 전제권력과 함께 고속승진을 한다. 그러나 문화대혁명을 계기로 66년 실각했고 다시 73년도 임표 사후 낙후된 경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복권됐다. 그러나 곧 마오의 죽음과 함께 실각했으나 77년에는 4인방 제거 후 혼란해진 민심 수습과 제2혁명 수행을 위해 재복권됐다. 이후 18년 동안 중국의 최고 지도자로서 강력한 중국을 재건하게 된다.
덩의 이런 모습을 쭉 봐오면서 강 대표는 덩의 그 포용적 리더십과 오뚝이 같은 뚝심에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강 대표는 “덩샤오핑이라는 이름은 ‘작고 평범한 덩씨’라는 뜻이지만 실제로는 크고 위대한 일을 해낸 사람”이라면서 “그가 그럴 수 있었던 것은 마오는 권력유지 과정에서 과거 혁명동지들을 숙청한 반면 덩은 정적에 관대했고, 반대파를 용인·협력하는 포용적 리더십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강 대표는 또 “덩은 분열과 편가르기 정치가 아닌 모으는 정치를 하는 사람이었다”며 “난 아직 부족하지만 그런 정치를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강 대표의 인생·정치철학은 ‘대해불택세류 태산불양토양(大海不擇細流 泰山不讓土壤 )’이다. 큰 바다는 작은 물을 가리지 않고, 큰 산은 흙을 가리지 않는다는 말처럼 포용력있는 정치를 하겠다는 강 대표의 마음자세를 보여주는 것이다.

◆흑묘백묘 = 덩은 1미터 50센티미터의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독특한 정치적 개성과 열정으로 13억 중국인의 운명과 세계사의 흐름을 바꾸어 놓았다. 그런 업적을 이루는데 덩이 견지했던 태도 중 중요한 것은 바로 ‘흑묘백묘론’이다.
덩은 마오쩌둥의 대약진운동과 인민공사운동이 실패로 끝난 뒤 62년 흑묘백묘론을 내세워 현실주의에 입각한 생산력 우선주의를 중요시했다. 당시 굶주림에 시달리던 중국이 현재의 중국으로 발돋음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덩의 이런 실용적 사상 때문이었다. ''마오의 사상을 죽여서 마오 사상을 살렸다''는 평가를 듣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강 대표는 “물론 지금의 한국과 마오쩌둥 사후의 중국을 바로 비교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지금은 3김정치에서 새로운 정치로 나아가는 과도기이자, 종파주의 극단적 대결주의 선동주의 등 이념이 점철된 시대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상황에서 역사의 새 물꼬를 텄던 덩처럼 정치의 새 패러다임을 만들고 싶다는 것이 내 포부”라고 밝혔다.
덩샤오핑이 삼상삼하를 거쳐 무대를 자기 것으로 만들었듯이 강 대표도 지금에 오기까지 나름의 시련을 겪었다. 98년 총재경선, 2002년 최고위원 경선, 2003년 당대표 경선에서 3번의 고배를 마셨다. 그런 시련을 겪은 뒤에야 얻은 무대이기 때문에 더욱 값지다.
그래서인지 강 대표는 요즘 의욕이 넘친다. 본인 스스로도 지금까지 한번도 무대에 서지 못하다가 이제서야 제대로 무대에 서서 제 실력을 보여주고 있는 느낌이기 때문이다.
강 대표의 원내대표로서의 역할 수행은 아직은 합격점이다. 당이 사분오열의 위기를 맞았을 때 대표의 직무를 맡아 수도지키기투쟁위원회 의원들을 다독이는 한편 박근혜 대표의 리더십을 확고히 세우는 데도 한몫을 했다.
강 대표가 과연 새로운 중국을 만들었던 덩처럼, 새로운 한나라당과 새로운 정치의 물꼬를 트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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