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초점- 고개숙인 ‘은행원’

지역내일 2005-04-21

“안파는 게 없는 백화점 직원”
펀드부터 핸드폰까지 상시캠페인... 실적․자리 경쟁에 탈모증 환자 많아져

시중은행 서울 모지점에 근무하는 김 모씨는 끝없이 쏟아지는 영업할당에 정신이 없다. 카드, 대출, 예금 등은 원래 있던 것이지만 요즘엔 펀드, 보험까지 겹쳐 눈코뜰새가 없다. 그야말로 백화점 직원이나 외판원이 따로 없다. 식사시간에 잠시 숨을 돌릴때나 저녁에 동료와 소주 한잔 기울이면서는 “우리는 백화점 직원”이라는 푸념을 늘어놓기 일쑤다.
문제는 이게 잘 팔리지 않는다는 것. 가장 힘든 게 보험이다. 특히 요즘 같아서는 금감원 등에서 ‘꺾기’조사를 강화하고 있는 데다 인터넷이 발달돼 행여 은행이나 감독당국에 걸리게 되면 그날로 ‘끝’이다.
펀드나 보험은 정해진 전문직원들만 팔게 돼 있지만 지점마다 떨어지는 ‘할당’과 매월 그래프로 비교하는 실적평가는 몇몇 직원에게만 이를 맡길 수 없게 만든다. 전 지점원들이 발벗고 나서야 겨우 목표를 맞출 만하다.
지점장이 매주있는 지점장 회의에 갔다 오는 날이면 초상집분위기다. 실적 올리라는 ‘교시’와 함께 더 많아진 할당량이 떨어진다.
예전에는 캠페인기간을 정해놓고 했다. 친구나 친척에게 일단 들었다가 해지하면 된다면서 단기실적을 올리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이젠 ‘상시 캠페인’이다. 일년 365일을 캠페인처럼 해야 한다. 안정적이고 편하다는 ‘은행원의 좋았던 시절’은 지나간 지 오래다.

◆“제발 하나만 들어주세요” = 고객에게 큰 소리를 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대출을 받아가는 사람들도 꺾기엔 곧바로 거부의사를 밝히기도 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꺾기’는 이제 옛말이 돼 버렸다”면서 “이젠 고객에게 하나만 사달라고 애걸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점장에게 전결권이 있어야 대출을 해주면서 보험이라도 들게 하는데 요즘엔 대출을 모두 본사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지점장의 권한이 없다. 실제로 ‘꺾기’를 하기 위한 환경이 많이 사라진 셈.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은행으로부터 대출받은 후 보험에 가입한 1500명에게 전화로 ‘강제가입’을 물었으나 1명만 그렇다고 대답했고 3000명을 대상으로 이번엔 설문을 해 봤더니 20명정도만 ‘꺾기’로 보험에 가입했다고 밝혔다”면서 “실제 꺾기 관행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어떻게든 살아남자 ‘생존경쟁’= 은행과 안정직장의 사이에 등호가 빠진 지 오래다. 실적평가에 의한 임금, 인사때문이다. 지점이 꼴등을 하게 되면 연수와 교육이 이뤄진다. 임금도 크게 깎인다.
하나은행에서 시행하고 있는 직무성과급제는 냉엄한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이 제도에 따르면 성과에 따라 기본급이 크게 달라진다. 성과가 곧바로 임금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직원들은 눈에 불을 켜고 일을 할 수 밖에 없다.
명예퇴직 등 구조조정이 상시구조조정으로 변한 것도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우리은행은 전직프로그램도 항상 실시하고 있다. 예보와 MOU를 체결해 직원을 많이 뽑기 어려운 우리은행은 매년 명예퇴직을 받고 그만큼 신규직원을 채용할 정도다. 올해도 76명이 명예퇴직 의사를 밝혔다.
다른 은행도 마찬가지다. 실적이 나쁘면 곧바로 후선으로 빼는 제도도 국민, 조흥, 우리, 하나은행 등은 노사합의로 만들어 놓은 상태다. 후선으로 일단 빠지면 회복되기 쉽지 않다.

◆야근 일요일에도 근무= 상황이 이렇게 되니 당연히 야근과 일요일 근무도 마다할 수 없다. 최근 은행원들에게 탈모증이 유행하고 있다. 30대인데도 머리가 빠져 고민하는 직원들이 많다. 이를 그들은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상시 캠페인, 실적평가, 임금차등지급 등은 말 그대로 피를 말리는 일”이라며 “직원들 내에 최근들어 더욱 탈모증세가 많아지는 것도 이런 것들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