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시설은 사회와 괴리된 별천지이자 인권의 사각지대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얼음장 밑을 흐르는 물소리를 통해 봄을 느끼듯 최근 교정행정에도 상당한 변화가 찾아오고 있다.
개방형 시설과 환경정비 그리고 수용자에 대한 처우개선까지 변화는 이미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시작됐다.
여기에는 김승규 법무장관 등 수뇌부 의지가 강하게 배어있다. 본지는 매주 1회씩 달라지고 있는 교정행정의 현장을 찾아보기로 했다. /편집자주
이두용 감독의 영화 제목처럼 ‘청송 가는 길’은 멀었다. 45돌을 맞은 흐린 4·19.
청송 가는 길은 그렇게 시작됐다. 미리 예상했지만 역시 만만치 않았다. 중부고속도로에서 영동고속도로로 옮겨 타고, 다시 중앙고속도로를 거쳐 서안동 인터체인지에서 내렸다.
끝이 보이나 했더니 국도를 한 시간 이상 더 달려야 했다. 구불구불한 34번 국도를 달리다보니 먼발치서 드디어 이정표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웬 걸 이건 또 뭔가.
하나가 아니다. 교도소를 안내하는 표지판에는 청송교도소, 청송직업훈련원, 청송보호감호소, 청송2교도소가 적혀 있다. 반변천이 흐르고, 광덕산이 병풍처럼 휘감은 요새와 같은 위용으로 청송은 그렇게 서 있었다. 3킬로미터를 더 달려 도착한 최종목적지는 청송2교도소.
오전 9시를 조금 지나 출발한 일정이 어느새 오후 1시를 훌쩍 넘기고 있었다. 청송 가는 길은 그렇게 멀고도 낯설었다.
◆담장부터 다르다 = 천안개방교도소가 사실상 담장조차 없는 열린교정의 상징이라면, 청송2교도소는 그 정반대 편에 서 있는 경우다. 가장 엄중한 경비시설인 초중구금 시설이 바로 이곳이다. 전국에서 유일하다.
청송2교도소는 담장부터 달랐다. 통상 일반교도소 담장은 4미터가 조금 넘는 수준이다. 이 정도만 돼도 탈출은 불가능하다. 그런데 이곳 담장은 가장 낮은 곳이 6미터, 높은 곳은 8미터가 넘는다. 보기만 해도 까마득하다는 느낌이 절로 난다.
‘날고 긴다’는 온갖 범죄자들에게도 이곳만은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음을 웅변하는 듯한 분위기다. 신동윤 보안과장은 “요즘은 담장을 넘어 탈출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면서도 “높은 담장이 주는 상징적인 의미는 있다”고 전했다.
◆엽기적인 기록 보유자들 = 청송2교도소는 특별관리대상이라고 불리는 문제수 전용 시설이다. 전국 일반교도소에서 각종 문제를 상습적으로 일으킨 수형자들이 그 대상이다. 상습적인 폭행 전력자, 소란 등 기물파괴 전력자, 이물질 취식 및 자해 전력자, 고소·고발 진정으로 공권력을 무력화 시키려는 자 등이 대표적이다. 전국 교정시설의 재소자 가운데서도 가장 문제가 많은 골치 아픈 존재들이다.
마치 엽기시리즈 같은 기록도 속출하고 있다. 김 모씨의 경우 이물질 최다취식자로 철사 등 이물질을 26번이나 먹었고, 전 모씨는 사고를 워낙 많이 쳐 37번이나 징벌을 받은 기록을 갖고 있다.
전과기록이 가장 많은 경우는 18범이나 되고, 자해를 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일반수를 제외하고 현재 수용돼 있는 특별관리대상은 39명. 그런데 이들이 저지른 소란과 난동이 500건이 훨씬 넘는다.
1992년 8월에 신설된 제2교도소는 원래 문제수용자의 재교육을 전담하는 기관으로 출발했다. 이것이 지난 1월 법무부 교정행정 방침이 바뀌면서 일반교도소에서 교화개선이 어려운 문제수를 집중 수용하고 있다.
◆철통같은 3중감시 = 특별한 수용자들에게는 특별한 대우와 시설이 불가피하다. 언제 어디서 사고가 날지 모르는 위험성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3중 감시를 하고 있다. 이동통로와 사각지대에 CCTV와 DVR 및 감청기를 설치했다. CCTV는 각 거실과 관구실, 그리고 중앙통제실까지 3중으로 설치돼 있다.
자살소란과 난동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처다. 수용거실 벽에는 특수처리를 했다. 발포폴리스티렌을 설치한 뒤 합판을 덧대어 충격방지 효과를 뒀다. 자살과 자해를 막기 위한 방편이다. 물론 전부 독거실이다. 혼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교도직원들 근무방식 또한 남다르다. 취침시간 이외에 상시 담당근무자를 복수로 배치했고, 사동별 관리방식을 도입해 책임임무제를 실시하고 있다. 워낙 어디로 튈지 예측할 수 없는 수용자들이기 때문에 만에 하나 작은 가능성에도 대비하기 위해서다.
◆포상제도 적절히 결합 = 그렇다고 채찍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나름의 당근도 있다. 특별관리대상자들의 소내 생활 적응을 유도하기 위해 일정한 포상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수용태도와 복장 두발 등을 검사해 환경심사 우수자로 포상하며, 수용생활이 우수한 사람을 뽑아 이달의 노력수용자를 선정한다. 포상카드로 외부에 전화를 제한허용하며, 영치금을 일부 지원받기도 한다. 엄한 교정질서를 기본으로 하면서도 이렇게 숨통을 틔어 주는 제도를 적절히 결합하고 있다.
물론 기본은 엄중한 교정질서다. 이런 시설과 처우를 통해 누구든 죄를 짓고 뉘우치지 않으면 청송에 갈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다. 그래서 이곳 직원들은 전국 교정시설의 최후보루로써 엄정한 교정질서를 세우고 있다는 자긍심이 크다.
김문하 소장은 “양질의 교정교화는 수용질서가 확립된 기초 위에서 가능하다”며 “인권과 질서가 함께하는 교정행정을 구현하겠다”고 밝혔다.
/청송=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개방형 시설과 환경정비 그리고 수용자에 대한 처우개선까지 변화는 이미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시작됐다.
여기에는 김승규 법무장관 등 수뇌부 의지가 강하게 배어있다. 본지는 매주 1회씩 달라지고 있는 교정행정의 현장을 찾아보기로 했다. /편집자주
이두용 감독의 영화 제목처럼 ‘청송 가는 길’은 멀었다. 45돌을 맞은 흐린 4·19.
청송 가는 길은 그렇게 시작됐다. 미리 예상했지만 역시 만만치 않았다. 중부고속도로에서 영동고속도로로 옮겨 타고, 다시 중앙고속도로를 거쳐 서안동 인터체인지에서 내렸다.
끝이 보이나 했더니 국도를 한 시간 이상 더 달려야 했다. 구불구불한 34번 국도를 달리다보니 먼발치서 드디어 이정표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웬 걸 이건 또 뭔가.
하나가 아니다. 교도소를 안내하는 표지판에는 청송교도소, 청송직업훈련원, 청송보호감호소, 청송2교도소가 적혀 있다. 반변천이 흐르고, 광덕산이 병풍처럼 휘감은 요새와 같은 위용으로 청송은 그렇게 서 있었다. 3킬로미터를 더 달려 도착한 최종목적지는 청송2교도소.
오전 9시를 조금 지나 출발한 일정이 어느새 오후 1시를 훌쩍 넘기고 있었다. 청송 가는 길은 그렇게 멀고도 낯설었다.
◆담장부터 다르다 = 천안개방교도소가 사실상 담장조차 없는 열린교정의 상징이라면, 청송2교도소는 그 정반대 편에 서 있는 경우다. 가장 엄중한 경비시설인 초중구금 시설이 바로 이곳이다. 전국에서 유일하다.
청송2교도소는 담장부터 달랐다. 통상 일반교도소 담장은 4미터가 조금 넘는 수준이다. 이 정도만 돼도 탈출은 불가능하다. 그런데 이곳 담장은 가장 낮은 곳이 6미터, 높은 곳은 8미터가 넘는다. 보기만 해도 까마득하다는 느낌이 절로 난다.
‘날고 긴다’는 온갖 범죄자들에게도 이곳만은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음을 웅변하는 듯한 분위기다. 신동윤 보안과장은 “요즘은 담장을 넘어 탈출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면서도 “높은 담장이 주는 상징적인 의미는 있다”고 전했다.
◆엽기적인 기록 보유자들 = 청송2교도소는 특별관리대상이라고 불리는 문제수 전용 시설이다. 전국 일반교도소에서 각종 문제를 상습적으로 일으킨 수형자들이 그 대상이다. 상습적인 폭행 전력자, 소란 등 기물파괴 전력자, 이물질 취식 및 자해 전력자, 고소·고발 진정으로 공권력을 무력화 시키려는 자 등이 대표적이다. 전국 교정시설의 재소자 가운데서도 가장 문제가 많은 골치 아픈 존재들이다.
마치 엽기시리즈 같은 기록도 속출하고 있다. 김 모씨의 경우 이물질 최다취식자로 철사 등 이물질을 26번이나 먹었고, 전 모씨는 사고를 워낙 많이 쳐 37번이나 징벌을 받은 기록을 갖고 있다.
전과기록이 가장 많은 경우는 18범이나 되고, 자해를 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일반수를 제외하고 현재 수용돼 있는 특별관리대상은 39명. 그런데 이들이 저지른 소란과 난동이 500건이 훨씬 넘는다.
1992년 8월에 신설된 제2교도소는 원래 문제수용자의 재교육을 전담하는 기관으로 출발했다. 이것이 지난 1월 법무부 교정행정 방침이 바뀌면서 일반교도소에서 교화개선이 어려운 문제수를 집중 수용하고 있다.
◆철통같은 3중감시 = 특별한 수용자들에게는 특별한 대우와 시설이 불가피하다. 언제 어디서 사고가 날지 모르는 위험성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3중 감시를 하고 있다. 이동통로와 사각지대에 CCTV와 DVR 및 감청기를 설치했다. CCTV는 각 거실과 관구실, 그리고 중앙통제실까지 3중으로 설치돼 있다.
자살소란과 난동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처다. 수용거실 벽에는 특수처리를 했다. 발포폴리스티렌을 설치한 뒤 합판을 덧대어 충격방지 효과를 뒀다. 자살과 자해를 막기 위한 방편이다. 물론 전부 독거실이다. 혼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교도직원들 근무방식 또한 남다르다. 취침시간 이외에 상시 담당근무자를 복수로 배치했고, 사동별 관리방식을 도입해 책임임무제를 실시하고 있다. 워낙 어디로 튈지 예측할 수 없는 수용자들이기 때문에 만에 하나 작은 가능성에도 대비하기 위해서다.
◆포상제도 적절히 결합 = 그렇다고 채찍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나름의 당근도 있다. 특별관리대상자들의 소내 생활 적응을 유도하기 위해 일정한 포상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수용태도와 복장 두발 등을 검사해 환경심사 우수자로 포상하며, 수용생활이 우수한 사람을 뽑아 이달의 노력수용자를 선정한다. 포상카드로 외부에 전화를 제한허용하며, 영치금을 일부 지원받기도 한다. 엄한 교정질서를 기본으로 하면서도 이렇게 숨통을 틔어 주는 제도를 적절히 결합하고 있다.
물론 기본은 엄중한 교정질서다. 이런 시설과 처우를 통해 누구든 죄를 짓고 뉘우치지 않으면 청송에 갈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다. 그래서 이곳 직원들은 전국 교정시설의 최후보루로써 엄정한 교정질서를 세우고 있다는 자긍심이 크다.
김문하 소장은 “양질의 교정교화는 수용질서가 확립된 기초 위에서 가능하다”며 “인권과 질서가 함께하는 교정행정을 구현하겠다”고 밝혔다.
/청송=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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