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문제 해법은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주도로 노·사·정이 연일 만나 협상을 진행중이다. 가능하면 비정규직 관련법안을 4월 임시국회에서 합의·처리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것이 성사된다하더라도 비정규직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노·사·정 각각의 인식이 다르고, 문제 해결을 위한 원칙이나 방식 또한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국가인권위원회가 ‘법안 수정’ 의견을 제시하자, 같은 정부기관인 노동부가 “잘 모르면 용감해진다”고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낼 정도로 ‘이견의 골’이 깊은 편이다.
우파는 비정규직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해 이들의 채용을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야 기업이 경영환경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처할 수 있고, 경쟁력을 높여 결국 일자리도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속내는 “자르고 싶을 때 마음껏 자르게 해 달라”는 것에 다름 아니다. 사회안전망이 부실한 우리나라에선 고용의 불안정성이 사회통합력을 저해하고 국난을 초래할 수 있음을 애써 간과하는 셈이다.
좌·우파 모두 한쪽면만 바라보는 한계
좌파 역시 한쪽면만 바라보긴 우파와 마찬가지이다. ‘비정규직 완전 철폐’를 주장하는 이들이 대표적인 인사들이다. 비정규직이 없는 나라가 없는데도, 이들에겐 현실은 뒷전이고 꿈속에서 살기를 주저치 않는다.
좌·우파 모두 세계경제의 변화를 정확히 꿰뚫어보지 못한 탓이다. 소련의 붕괴 이후 사회주의체제를 포함한 전 세계가 단일한 시장경제로 재편되면서, 기왕의 분석 틀로는 설명이나 예측이 불가능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경제도 세계화되는 과정에서 IMF 외환위기를 겪어야 했고, 이전엔 큰 관심 없었던 비정규직 문제가 노동시장의 핵심 쟁점중 하나로 불거졌다. 한편으론 우리 기업들이 ‘세계시장 속 경쟁력 갖추기’ 일환으로, 정규직보다 비용이 적게 드는 비정규직을 선호했다는 뜻이다.
그 결과 IMF 이후 비정규직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1주일에 36시간 미만 일하는 ‘불완전 취업자’ 동향만 봐도 확연히 드러난다. 97년 154만4000명에 그쳤던 취업자 수가 2005년 3월 현재 290만7000명으로 늘어나 무려 88.3%(136만3000명)나 증가했다. 특히 최근 1년 동안 늘어난 수가 49만7000명(32.2%)이라는 것은 대책 마련의 시급성을 상징한다.
더구나 한국경제처럼 ‘압축·초고속 성장’을 한 경우, 문제가 극단으로 치닫곤 한다. 2003년 10월 근로복지공단 계약직원의 분신자살을 비롯해 지난 2004년 12월까지 3명 이상의 노동자가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철폐와 인간다운 삶의 보장’을 촉구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차별 대우에 대한 저항의 의미가 컸다고 할 수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직영과 하청 간의 역할을 뚜렷하게 구분했다면 생기지 않았을 일이었다. 물론 간단치 않은 일이다. 오죽했으면 노동문제에 관한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노동부조차 자체 계약직원(직업상담원)들의 파업(2003년 10월)을 막지 못했을까.
더불어 정규직에겐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가 요구된다. ‘20 대 80의 사회’가 되면서 정규직, 특히 대기업 정규직은 고귀한 신분이 돼 버렸다.
대기업 정규직 ‘노블레스 오블리주’ 요구돼
초기 로마의 왕과 귀족들은 평민보다 앞서 솔선수범과 절제된 행동으로 제국의 초석을 다졌다. 고귀한 신분을 지닌 이들은 세금이나 기부를 평민보다 먼저 더 많이 했고, 전쟁터에도 먼저 나가서 목숨을 바쳤다. 정규직이 비정규직보다 먼저 출근해서 더럽고 힘들고 어려운 일을 앞장서 수행해 나가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정규직이 외면한 3D업무를 비정규직이나 하청노동자가 수행한다면 정규직보다 더 좋은 대우를 받게 할 필요가 있다. ‘열심히 일하는 비정규직’이 ‘일하지 않는 정규직’보다 훨씬 낫다는 사실에 대한 적극적인 공론화가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지금은 분명 비정규직을 ‘필요한 존재’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정규직만의 순혈주의로는 노동시장의 침체는 불을 보듯 뻔해, 비정규직과의 바람직한 수혈구조를 고민할 때이다. 노동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어 ‘신명나게 일할 수 있는 기회’를 국민에게 안겨주자는 것이다.
이 강 연 정책팀장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주도로 노·사·정이 연일 만나 협상을 진행중이다. 가능하면 비정규직 관련법안을 4월 임시국회에서 합의·처리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것이 성사된다하더라도 비정규직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노·사·정 각각의 인식이 다르고, 문제 해결을 위한 원칙이나 방식 또한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국가인권위원회가 ‘법안 수정’ 의견을 제시하자, 같은 정부기관인 노동부가 “잘 모르면 용감해진다”고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낼 정도로 ‘이견의 골’이 깊은 편이다.
우파는 비정규직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해 이들의 채용을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야 기업이 경영환경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처할 수 있고, 경쟁력을 높여 결국 일자리도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속내는 “자르고 싶을 때 마음껏 자르게 해 달라”는 것에 다름 아니다. 사회안전망이 부실한 우리나라에선 고용의 불안정성이 사회통합력을 저해하고 국난을 초래할 수 있음을 애써 간과하는 셈이다.
좌·우파 모두 한쪽면만 바라보는 한계
좌파 역시 한쪽면만 바라보긴 우파와 마찬가지이다. ‘비정규직 완전 철폐’를 주장하는 이들이 대표적인 인사들이다. 비정규직이 없는 나라가 없는데도, 이들에겐 현실은 뒷전이고 꿈속에서 살기를 주저치 않는다.
좌·우파 모두 세계경제의 변화를 정확히 꿰뚫어보지 못한 탓이다. 소련의 붕괴 이후 사회주의체제를 포함한 전 세계가 단일한 시장경제로 재편되면서, 기왕의 분석 틀로는 설명이나 예측이 불가능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경제도 세계화되는 과정에서 IMF 외환위기를 겪어야 했고, 이전엔 큰 관심 없었던 비정규직 문제가 노동시장의 핵심 쟁점중 하나로 불거졌다. 한편으론 우리 기업들이 ‘세계시장 속 경쟁력 갖추기’ 일환으로, 정규직보다 비용이 적게 드는 비정규직을 선호했다는 뜻이다.
그 결과 IMF 이후 비정규직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1주일에 36시간 미만 일하는 ‘불완전 취업자’ 동향만 봐도 확연히 드러난다. 97년 154만4000명에 그쳤던 취업자 수가 2005년 3월 현재 290만7000명으로 늘어나 무려 88.3%(136만3000명)나 증가했다. 특히 최근 1년 동안 늘어난 수가 49만7000명(32.2%)이라는 것은 대책 마련의 시급성을 상징한다.
더구나 한국경제처럼 ‘압축·초고속 성장’을 한 경우, 문제가 극단으로 치닫곤 한다. 2003년 10월 근로복지공단 계약직원의 분신자살을 비롯해 지난 2004년 12월까지 3명 이상의 노동자가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철폐와 인간다운 삶의 보장’을 촉구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차별 대우에 대한 저항의 의미가 컸다고 할 수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직영과 하청 간의 역할을 뚜렷하게 구분했다면 생기지 않았을 일이었다. 물론 간단치 않은 일이다. 오죽했으면 노동문제에 관한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노동부조차 자체 계약직원(직업상담원)들의 파업(2003년 10월)을 막지 못했을까.
더불어 정규직에겐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가 요구된다. ‘20 대 80의 사회’가 되면서 정규직, 특히 대기업 정규직은 고귀한 신분이 돼 버렸다.
대기업 정규직 ‘노블레스 오블리주’ 요구돼
초기 로마의 왕과 귀족들은 평민보다 앞서 솔선수범과 절제된 행동으로 제국의 초석을 다졌다. 고귀한 신분을 지닌 이들은 세금이나 기부를 평민보다 먼저 더 많이 했고, 전쟁터에도 먼저 나가서 목숨을 바쳤다. 정규직이 비정규직보다 먼저 출근해서 더럽고 힘들고 어려운 일을 앞장서 수행해 나가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정규직이 외면한 3D업무를 비정규직이나 하청노동자가 수행한다면 정규직보다 더 좋은 대우를 받게 할 필요가 있다. ‘열심히 일하는 비정규직’이 ‘일하지 않는 정규직’보다 훨씬 낫다는 사실에 대한 적극적인 공론화가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지금은 분명 비정규직을 ‘필요한 존재’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정규직만의 순혈주의로는 노동시장의 침체는 불을 보듯 뻔해, 비정규직과의 바람직한 수혈구조를 고민할 때이다. 노동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어 ‘신명나게 일할 수 있는 기회’를 국민에게 안겨주자는 것이다.
이 강 연 정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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