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전동차가 다니기 시작한지 벌써 30여년이 지났다. 시민들은 땅속을 누비는 전동차 안에서 긴장감을 늦출 수가 없다. 달리는 전동차에 몸을 던졌다는 뉴스를, 가끔 멈춰선 전동차 속에서 공포에 싸우기도 해야 한다. 또한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화재공포를 숙명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낡은 전동차와 역사, 불편한 환승체계에서 언제쯤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 최근 서울지하철공사(사장 강경호)는 흑자경영과 승객만족이라는 대변신을 위한 도약을 꿈꾸고 있다. 지하철공사의 변신과정과 고객중심 흑자경영을 뿌리내린 싱가폴 지하철을 찾아본다. 또한 일본 지하철의 승객만족 운영 비법과 역세권 개발의 성공조건 현장을 찾아간다.
“승객들을 빠르고 안전하게 이동시키고 이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게 싱가폴 지하철의 정책입니다. 모든 정책과 시스템은 고객중심으로 움직입니다” 20일 싱가폴 지하철 시청역에서 만난 SMRT(Singapore''s first Mass Rapid Transit) 위생츄 부장은 싱가폴 지하철 시스템과 정책에 대해 막힘없이 설명했다.
시청역사는 조용했고 한산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시원하고 쾌적한 공기가 시민들은 지하공간으로 끌어들였다. 전동차를 기다리는 손님들이 많았지만 역사의 크기 때문인지 복잡하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잠시 후 전동차가 미끄러지듯 조용히 역사로 들어왔다. 전동차가 멈춤과 동시에 스크린도어가 열리고 승객들이 타고 내렸다. 승객들은 지체하거나 머뭇거리지 않고 개찰구를 빠져나가거나 다른 노선으로 갈아타기 위해 에스컬레이터에 몸을 실었다. 이동속도가 무척 빨랐다. 환승시간은 우리나라와 달리 1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승객들이 빠져나가자 휠체어를 탄 승객이 남았다. 10여초가 지났을까 역무원들이 달려왔다.
역무원들은 휠체어를 밀고 장애인을 엘리베이터에 실었다. 장애인은 장애인용 개찰구(일반 개찰구보다 더 넓게 만듬)를 지나 버스나 택시를 탈 수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전동차에서 내려 지상으로 빠져 나오는 시간은 일반 승객들과 거의 같았다.
◆스크린 도어설치로 1석 3조 효과 = 싱가폴도 서울시처럼 2개의 회사가 지하철을 운영하고 있다. SMRT와 SBS가 3개노선을 통해 남북과 동서노선을 달린다.
싱가폴 SMRT는 1987년에 지하철을 건설하면서 모든 역에 스크린도어를 설치했다. 스크린도어 설치로 1석3조의 효과를 얻었다고 직원들이 설명했다. 천정에서 바닥까지 지하역을 유리벽으로 밀폐했다. 전동차가 다니는 선로나 외부 공기와 차단되기 때문에 시원하고 쾌적함을 유지한다. 한국과 달리 전동차가 달리는 선로에 뛰어들거나 승객에 떠밀려 떨어질 염려도 없다.
SMRT에서 근무하는 스크린도어 전문 엔지니어인 츄이웨이씨는 “소음 진동 공기정화 승객 안정 등에서 탁월한 효과가 있다”며“고객을 지하철로 끌어들이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스크린도어는 18년 동안 단 한건의 사고가 없었고 문이 열리고 닫히는 레일에 들어가는 소비성 부품 일부만을 교체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스크린도어는 광고 수입으로 경영에 크게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유리벽면을 활용한 광고 수입을 분석한 결과 일반 벽이나 전동차 내부 광고수입보다 훨씬 커 흑자경영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3개 노선중 2개 노선의 전동차는 중앙통제실에서 관리하는 무인시스템으로 운영하고 있다. 싱가폴은 세계적인 추세로 가고 있는 무인기관사 시스템을 도입, 향후 모든 전동차에 적용할 계획이다. 싱가폴지하철 운영회사인 SMRT는 고객과의 약속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
2분에서 4분간격으로 역에 도착하는 전동차 운행시간은 철저히 지킨다. 지난해는 정부가 요구하는 94%를 넘어 98%라는 운행시간 엄수 기록을 세웠다.
싱가폴 전동차는 고장이란 단어를 생각하지 않는다고 홍보 직원들이 설명했다. 전동차 안전율은 정부가 요구하는 98%를 넘어선 99.95%에 달했다. 운행중에 고장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해 지하철에서 승객 사고율은 0.01%. (정부요구는 0.4%)
싱가폴 지하철은 시간과 고장, 효율성 높은 수송비 등을 내세워 세계 1위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고객을 중심으로 사고하고 설계하고, 운영하면 고객들이 판단하고 선택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덕택에 SMRT는 싱가폴 인구 400여만명 중 매일 115만명을 실어 나른다. SBS가 실어나르는 승객까지 합치면 싱가폴 인구 절반 이상이 지하철을 이용하는 셈이다.
◆성공비결은 고객중심 경영 = 느RT는 싱가폴 정부로부터 지하철운영권을 위임받았다. 2000년에 상장하고 2001년에는 버스와 택시의 운영권까지 확보해 교통단일시스템을 구축했다. 계열사만 11개로 투자, 기술개발, 경전철 등 모든 분야에서 흑자기록을 세웠다.
싱가폴 지하철이 흑자경영을 할 수 있는 가장 큰 배경은 승객들을 위한 세심한 정책과 강한 정부의 결단력이다. 우선 시민들의 생활권을 역을 중심으로 묶었다는 점이다. 주거시설, 쇼핑, 직장이 역을 중심으로 짜여있다. 지하철을 이용한 승객이 버스나 택시로 갈아타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도록 설계했다는 것이다.
또한 시민들의 생활을 편리하도록 집약 집중시켜서 마케팅에 효율성을 높인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건물과 상가 임대수입은 싱가폴 지하철의 효자노릇을 하고 있다.
리플역의 경우 상가 임대사업으로 5개월 동안 700만달러(싱가폴달러)의 수입을 올렸다.
상가 면적도 1700㎡에서 2600㎡로 늘렸고, 점포는 추가로 53개를 더 만들고 있다.
철저한 전문가집단으로 구성된 지하철공사는 기술 컨설팅과 교육훈련 시스템을 수출해 돈을 벌어들인다. 지하철관련 기술수출은 대만 마닐라 중국을 넘어 아랍까지 발을 넓혔다.
싱가폴지하철공사는 지난해 6억7000만달러(싱가폴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세금을 낸 나머지 이익만 8950만 달러에 달했고, 주당 6센트의 순이익을 올려 주주들의 박수를 받았다.
SMRT 경영학박사인 위성츄 부장은 “흑자경영의 중심에는 항상 고객이 있고, 주주가 있고, 직원들이 있다”며 “조직내 어떠한 갈등이 존재하지 않는 게 흑자경영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싱가폴 = 전호성기자 hsjeon@naeil.com
“승객들을 빠르고 안전하게 이동시키고 이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게 싱가폴 지하철의 정책입니다. 모든 정책과 시스템은 고객중심으로 움직입니다” 20일 싱가폴 지하철 시청역에서 만난 SMRT(Singapore''s first Mass Rapid Transit) 위생츄 부장은 싱가폴 지하철 시스템과 정책에 대해 막힘없이 설명했다.
시청역사는 조용했고 한산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시원하고 쾌적한 공기가 시민들은 지하공간으로 끌어들였다. 전동차를 기다리는 손님들이 많았지만 역사의 크기 때문인지 복잡하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잠시 후 전동차가 미끄러지듯 조용히 역사로 들어왔다. 전동차가 멈춤과 동시에 스크린도어가 열리고 승객들이 타고 내렸다. 승객들은 지체하거나 머뭇거리지 않고 개찰구를 빠져나가거나 다른 노선으로 갈아타기 위해 에스컬레이터에 몸을 실었다. 이동속도가 무척 빨랐다. 환승시간은 우리나라와 달리 1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승객들이 빠져나가자 휠체어를 탄 승객이 남았다. 10여초가 지났을까 역무원들이 달려왔다.
역무원들은 휠체어를 밀고 장애인을 엘리베이터에 실었다. 장애인은 장애인용 개찰구(일반 개찰구보다 더 넓게 만듬)를 지나 버스나 택시를 탈 수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전동차에서 내려 지상으로 빠져 나오는 시간은 일반 승객들과 거의 같았다.
◆스크린 도어설치로 1석 3조 효과 = 싱가폴도 서울시처럼 2개의 회사가 지하철을 운영하고 있다. SMRT와 SBS가 3개노선을 통해 남북과 동서노선을 달린다.
싱가폴 SMRT는 1987년에 지하철을 건설하면서 모든 역에 스크린도어를 설치했다. 스크린도어 설치로 1석3조의 효과를 얻었다고 직원들이 설명했다. 천정에서 바닥까지 지하역을 유리벽으로 밀폐했다. 전동차가 다니는 선로나 외부 공기와 차단되기 때문에 시원하고 쾌적함을 유지한다. 한국과 달리 전동차가 달리는 선로에 뛰어들거나 승객에 떠밀려 떨어질 염려도 없다.
SMRT에서 근무하는 스크린도어 전문 엔지니어인 츄이웨이씨는 “소음 진동 공기정화 승객 안정 등에서 탁월한 효과가 있다”며“고객을 지하철로 끌어들이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스크린도어는 18년 동안 단 한건의 사고가 없었고 문이 열리고 닫히는 레일에 들어가는 소비성 부품 일부만을 교체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스크린도어는 광고 수입으로 경영에 크게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유리벽면을 활용한 광고 수입을 분석한 결과 일반 벽이나 전동차 내부 광고수입보다 훨씬 커 흑자경영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3개 노선중 2개 노선의 전동차는 중앙통제실에서 관리하는 무인시스템으로 운영하고 있다. 싱가폴은 세계적인 추세로 가고 있는 무인기관사 시스템을 도입, 향후 모든 전동차에 적용할 계획이다. 싱가폴지하철 운영회사인 SMRT는 고객과의 약속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
2분에서 4분간격으로 역에 도착하는 전동차 운행시간은 철저히 지킨다. 지난해는 정부가 요구하는 94%를 넘어 98%라는 운행시간 엄수 기록을 세웠다.
싱가폴 전동차는 고장이란 단어를 생각하지 않는다고 홍보 직원들이 설명했다. 전동차 안전율은 정부가 요구하는 98%를 넘어선 99.95%에 달했다. 운행중에 고장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해 지하철에서 승객 사고율은 0.01%. (정부요구는 0.4%)
싱가폴 지하철은 시간과 고장, 효율성 높은 수송비 등을 내세워 세계 1위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고객을 중심으로 사고하고 설계하고, 운영하면 고객들이 판단하고 선택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덕택에 SMRT는 싱가폴 인구 400여만명 중 매일 115만명을 실어 나른다. SBS가 실어나르는 승객까지 합치면 싱가폴 인구 절반 이상이 지하철을 이용하는 셈이다.
◆성공비결은 고객중심 경영 = 느RT는 싱가폴 정부로부터 지하철운영권을 위임받았다. 2000년에 상장하고 2001년에는 버스와 택시의 운영권까지 확보해 교통단일시스템을 구축했다. 계열사만 11개로 투자, 기술개발, 경전철 등 모든 분야에서 흑자기록을 세웠다.
싱가폴 지하철이 흑자경영을 할 수 있는 가장 큰 배경은 승객들을 위한 세심한 정책과 강한 정부의 결단력이다. 우선 시민들의 생활권을 역을 중심으로 묶었다는 점이다. 주거시설, 쇼핑, 직장이 역을 중심으로 짜여있다. 지하철을 이용한 승객이 버스나 택시로 갈아타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도록 설계했다는 것이다.
또한 시민들의 생활을 편리하도록 집약 집중시켜서 마케팅에 효율성을 높인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건물과 상가 임대수입은 싱가폴 지하철의 효자노릇을 하고 있다.
리플역의 경우 상가 임대사업으로 5개월 동안 700만달러(싱가폴달러)의 수입을 올렸다.
상가 면적도 1700㎡에서 2600㎡로 늘렸고, 점포는 추가로 53개를 더 만들고 있다.
철저한 전문가집단으로 구성된 지하철공사는 기술 컨설팅과 교육훈련 시스템을 수출해 돈을 벌어들인다. 지하철관련 기술수출은 대만 마닐라 중국을 넘어 아랍까지 발을 넓혔다.
싱가폴지하철공사는 지난해 6억7000만달러(싱가폴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세금을 낸 나머지 이익만 8950만 달러에 달했고, 주당 6센트의 순이익을 올려 주주들의 박수를 받았다.
SMRT 경영학박사인 위성츄 부장은 “흑자경영의 중심에는 항상 고객이 있고, 주주가 있고, 직원들이 있다”며 “조직내 어떠한 갈등이 존재하지 않는 게 흑자경영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싱가폴 = 전호성기자 hsjeon@naeil.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