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사랑하는 인간에게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고통을 준다고 했다는데…. 2004년 3월 어머니가 폐암 판정을 받고 투병 생활을 시작한 지 3개월, 이번에는 그에게 뇌종양이라는 진단이 내려졌다.
몇 년 전부터 이명현상과 함께 갑자기 멍해지는 증상이 나타나 심할 때는 대화가 거의 불가능할 정도였다. 음악 하는 사람에게 이런 증상은 치명적인 것. 그런데 6월 말 찾은 병원에서 내린 진단은 뇌종양이었다.
종양은 양성인데 신경세포 위에 돋아 있어 위험하다고 했다. 병리학적으로야 양성이지만 종양을 제거한다고 해도 청력을 잃을 확률이 95%가 넘는다고 했다.
레슨도 작곡도 전폐하고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던 그에게 한 지인이 뇌종양 수술에서 세계적인 권위가 있는 의사가 독일에 있다는 소식을 알려왔다. 5%의 확률을 기대하는 심정으로 의사에게 이메일을 보냈고 당장 수술을 받으러 오라는 연락이 왔지만 그의 사정은 여의치 않았다. 폐암으로 투병 중인 어머니 병원비도 만만치 않은 데다 수술 비용에 체류 비용까지 수천만 원이 필요했다.
비용 마련을 위해 고군분투하던 어느 날 아내에게 음악을 함께 했던 선·후배와 동창들이 십시일반으로 7천만 원이라는 거금을 모아줬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 말에 또다시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그 순간 그는 “가장 행복한 사람”이었다.
사랑을 보여준 이들에게 보답하는 길이 뭘까 생각했다. 수술 일정을 잡고 남은 두 달여 동안 해야 할 일이 많았다. 작업실로 학생들이 다시 찾아왔고 동료들의 공연과 8월 말 김동률 씨의 부산 공연에도 참여했다. 작곡을 다시 할 수 없게 될지 모른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곡도 만들었다.
“좀 바보 같은 얘기인데요,(웃음) ‘내일 인류가 멸망하더라도 사과나무 한 그루를 심겠다’는 그 말이 가슴에 와 닿더라고요. 정말 그렇구나 싶었어요.”
그는 “병 때문에 얻은 것이 너무 많다”고 했다. 오로지 음악만 보였던 그에게 다른 것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고 했다.
“수술대에 오르면서 기도했어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나를 도와주고 내게 사랑을 줬는데 그것도 모르고 산 나는 인생을 헛살았다고요. 그러니 이제 수술 결과가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고. 청력을 잃게 되더라도 괜찮다고 말이죠. 그랬더니 수술에 대한 걱정도 사라지더군요.”
수술을 끝내고 주치의를 만나던 날, 의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가 너무나 멀쩡했기 때문이다.
“내가 갖고 있던 뇌종양은 수술을 하더라도 십중팔구 청력을 잃고 안면근육 마비, 심지어 눈도 제대로 못 감게 되는 경우도 있어서 눈을 감게 하는 수술을 따로 해야 할 정도로 후유증이 굉장히 많아요. 그런 점에서 보면 나는 운이 좋았던 거죠.”
인터뷰가 있던 18일 아침, 그는 병원에서 청력검사를 했다. 담당 의사는 수술이 잘 됐다고 해도 30퍼센트 정도밖에 건질 수 없는데 어떻게 수술 받기 전이나 다름없이 청력을 유지하는지 신기하다고 했단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기적적으로 살아났다’고 말한다.
‘기적처럼’ 되돌아온 그에게 중요한 것은 이제 음악만이 아니다. 아내와 아들, 친지와 친구들 그리고 신앙생활, 모든 것이 소중하다. 가끔 나도 여유가 되면 남을 돕고 살아야지 마음만 가졌는데 이제는 그때그때 실천하며 살기로 했다. 인생이 너무 짧다는 걸 알게 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학을 그만둔 대신 탈북 청소년들을 위한 대안학교인 여명학교에서 음악을 가르친다. 아이들이 하루빨리 남쪽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함께 놀아준다. 또 요즘 재미있게 하는 일은 요리. 장을 직접 보고 밥도 짓는다. “장 한번 보는 데 돈이 너무 많이 들어요. 그동안 음악 한다고 밖으로 돌 동안 아내가 어떻게 살았을까 생각하니 많이 미안해요.” 그는 행복이 이렇게 가까이 있는 줄 이제야 알게 됐다고 했다.
“불행하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내 음악을 듣고 조금이라도 위안을 삼았으면 좋겠어요. 내 음악을 듣는 그 순간만이라도 즐거워하고 행복하기를 바라요.”
오는 29~30일 홍익대 앞 롤링홀 라이브소극장에서 그를 아끼고 사랑하는 이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내가 받은 선물’을 주제로 라이브 무대를 갖는다. ‘지친 어깨를 쉴 수 있게 해주는 음악가’로 기억되고 싶다는 그의 무대가 기다려진다. (공연 문의 1544-1555)
/신민경 기자 mkshin@naeil.com·사진 이의종 기자
몇 년 전부터 이명현상과 함께 갑자기 멍해지는 증상이 나타나 심할 때는 대화가 거의 불가능할 정도였다. 음악 하는 사람에게 이런 증상은 치명적인 것. 그런데 6월 말 찾은 병원에서 내린 진단은 뇌종양이었다.
종양은 양성인데 신경세포 위에 돋아 있어 위험하다고 했다. 병리학적으로야 양성이지만 종양을 제거한다고 해도 청력을 잃을 확률이 95%가 넘는다고 했다.
레슨도 작곡도 전폐하고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던 그에게 한 지인이 뇌종양 수술에서 세계적인 권위가 있는 의사가 독일에 있다는 소식을 알려왔다. 5%의 확률을 기대하는 심정으로 의사에게 이메일을 보냈고 당장 수술을 받으러 오라는 연락이 왔지만 그의 사정은 여의치 않았다. 폐암으로 투병 중인 어머니 병원비도 만만치 않은 데다 수술 비용에 체류 비용까지 수천만 원이 필요했다.
비용 마련을 위해 고군분투하던 어느 날 아내에게 음악을 함께 했던 선·후배와 동창들이 십시일반으로 7천만 원이라는 거금을 모아줬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 말에 또다시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그 순간 그는 “가장 행복한 사람”이었다.
사랑을 보여준 이들에게 보답하는 길이 뭘까 생각했다. 수술 일정을 잡고 남은 두 달여 동안 해야 할 일이 많았다. 작업실로 학생들이 다시 찾아왔고 동료들의 공연과 8월 말 김동률 씨의 부산 공연에도 참여했다. 작곡을 다시 할 수 없게 될지 모른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곡도 만들었다.
“좀 바보 같은 얘기인데요,(웃음) ‘내일 인류가 멸망하더라도 사과나무 한 그루를 심겠다’는 그 말이 가슴에 와 닿더라고요. 정말 그렇구나 싶었어요.”
그는 “병 때문에 얻은 것이 너무 많다”고 했다. 오로지 음악만 보였던 그에게 다른 것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고 했다.
“수술대에 오르면서 기도했어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나를 도와주고 내게 사랑을 줬는데 그것도 모르고 산 나는 인생을 헛살았다고요. 그러니 이제 수술 결과가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고. 청력을 잃게 되더라도 괜찮다고 말이죠. 그랬더니 수술에 대한 걱정도 사라지더군요.”
수술을 끝내고 주치의를 만나던 날, 의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가 너무나 멀쩡했기 때문이다.
“내가 갖고 있던 뇌종양은 수술을 하더라도 십중팔구 청력을 잃고 안면근육 마비, 심지어 눈도 제대로 못 감게 되는 경우도 있어서 눈을 감게 하는 수술을 따로 해야 할 정도로 후유증이 굉장히 많아요. 그런 점에서 보면 나는 운이 좋았던 거죠.”
인터뷰가 있던 18일 아침, 그는 병원에서 청력검사를 했다. 담당 의사는 수술이 잘 됐다고 해도 30퍼센트 정도밖에 건질 수 없는데 어떻게 수술 받기 전이나 다름없이 청력을 유지하는지 신기하다고 했단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기적적으로 살아났다’고 말한다.
‘기적처럼’ 되돌아온 그에게 중요한 것은 이제 음악만이 아니다. 아내와 아들, 친지와 친구들 그리고 신앙생활, 모든 것이 소중하다. 가끔 나도 여유가 되면 남을 돕고 살아야지 마음만 가졌는데 이제는 그때그때 실천하며 살기로 했다. 인생이 너무 짧다는 걸 알게 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학을 그만둔 대신 탈북 청소년들을 위한 대안학교인 여명학교에서 음악을 가르친다. 아이들이 하루빨리 남쪽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함께 놀아준다. 또 요즘 재미있게 하는 일은 요리. 장을 직접 보고 밥도 짓는다. “장 한번 보는 데 돈이 너무 많이 들어요. 그동안 음악 한다고 밖으로 돌 동안 아내가 어떻게 살았을까 생각하니 많이 미안해요.” 그는 행복이 이렇게 가까이 있는 줄 이제야 알게 됐다고 했다.
“불행하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내 음악을 듣고 조금이라도 위안을 삼았으면 좋겠어요. 내 음악을 듣는 그 순간만이라도 즐거워하고 행복하기를 바라요.”
오는 29~30일 홍익대 앞 롤링홀 라이브소극장에서 그를 아끼고 사랑하는 이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내가 받은 선물’을 주제로 라이브 무대를 갖는다. ‘지친 어깨를 쉴 수 있게 해주는 음악가’로 기억되고 싶다는 그의 무대가 기다려진다. (공연 문의 1544-1555)
/신민경 기자 mkshin@naeil.com·사진 이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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