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에도 없는 나라 ‘소말리랜드’
91년 독립선포했는데 영국이 국가인정 안해…치안유지 잘 되고 문화유적 풍부하게 갖춘 나라
지역내일
2005-05-05
(수정 2005-05-06 오전 11:41:13)
지구상에는 약 200개의 국가가 있다. 그러나 국가의 형태와 기능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독립국가로 인정 받지 못하는 나라들이 있다. 이런 나라들은 의회도 있고 국가를 대표하는 통치자도 있으며 경찰과 군대까지 있지만 지도상에는 나타나지 않는다.
소말리아랜드도 그런 국가들 가운데 하나다. 지도에도 없는 나라. 그래서 찾아오는 외국인도 거의 없는 나라지만 그곳에도 찬란한 문화유적과 숨막히게 아름다운 자연, 그리고 평화와 안정을 갈구하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BBC가 3일 전했다.
소말리아 북부에 위치하고 있는 나라 소말리랜드를 BBC 기자들이 방문하자 관광부 장관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손수 “소말리랜드의 보물을 보여주겠다”고 제안했다.
선뜻 받아들이기를 망설이는 기자에게 장관은 “걱정마라, 길에서 내려 조금만 걸어가면 정말 아름다운 그림을 볼 수 있다”면서 수도 하르게이사 교외의 라스갈에서 발견된 선사시대의 암각화로 안내했다.
라스갈로 가는 비포장도로는 건조한 잡초지대를 가로질러 나있었다. 이름만 도로일 뿐 길은 곳곳이 움푹움푹 패여 있었다. 불길한 예감이 적중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무렵 일행은 거대한 바위언덕 아래 도착했다. 거친 관목숲을 지나 바위산을 기다시피 올라가자 수천 년 전 어느 예술가의 섬세하고 아름다운 암각화가 눈앞에 나타났다. 소를 숭배하던 고대 원주민들의 모습을 묘사한 그 그림들은 열대의 작열하는 태양 아래서도 강렬한 색상과 뚜렷한 윤곽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라스갈의 암각화는 소말리랜드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전체에서도 가장 뛰어난 신석기시대 암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소말리랜드는 관광지도뿐만 아니라 어떤 지도에도 표시되어 있지 않다. 국제사회의 기준에 따르면 소말리랜드라는 나라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소말리랜드는 소말리아보다 훨씬 질서가 잡힌 나라다.
오히려 경찰도 없고 진정한 의미에서 정부도 없는 소말리아가 국제사회로부터 공식적인 국가로 인정 받고 있다.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도 한때 아름답기로 유명한 도시였으나 오랜 내전으로 피폐해져서 이제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도시로 전락했다. 시장을 가는데도 10여명의 경호원을 대동해야 한다. 그리고 시장에서 ‘미스터 털보’를 찾으면 소말리아 여권도 살 수 있다.
반면 소말리랜드에 도착하면 깔끔하게 제복을 차려 입은 출입국관리 직원이 여권을 확인한다. 그 관리의 모습만 보더라도 이 나라의 질서가 얼마나 잘 서있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정부, 의회, 경찰, 군대, 교통신호등 등 모든 면에서 훨씬 더 국가다운 모습을 갖추고 있지만 독립국가로 인정 받지 못하고 있다.
◆나라로 인정받지 못할 뿐 자랑거리 많아 = 소말리랜드는 영국의 식민지 지배를 받았으나 2차 대전 중 영국군대와 협력하여 1960년 독립을 얻었다. 바로 닷새 후에는 이탈리아령 소말리아가 독립했고 두 나라는 자발적으로 통합하여 소말리아공화국을 건설했다.
그러나 1969년 모하메드 시아드 바레 장군이 쿠데타로 집권하면서 상황은 돌변했다. 바레의 야만적 통치는 소말리랜드 주민들의 저항을 불러왔고 바레를 축출하기 위한 저항운동은 1988년 내전으로 번졌다.엄청난 희생을 치른 끝에 1991년 바레 정부를 무너뜨린 소말리랜드 주민들은 독립을 선포했다.
그 후 소말리랜드는 안정적인 정부를 수립하고. 2001년 국민투표를 통해 헌법을 채택함으로써 독립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국민투표에는 유권자들의 삼분의 이가 참여하고 97%가 찬성하여 민주주의의 초석을 놓는데도 성공했다. 그러나 지금도 영국은 소말리랜드를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이 나라 국민들은 그런 영국을 이해하지 못한다.
비록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지 못하고 지원도 없지만 소말리랜드 국민들은 단호한 의지와 자신감으로 그들의 국가를 맨바닥에서부터 다시 일으켜 세우고 있다. 이디오피아로 피신했던 난민들도 속속 돌아오고 있다.
아직은 소말리아와 소말리랜드 사이에 다시 전쟁이 발발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지만, ‘아프리카의 뿔’에 살고 있는 사람들도 언젠가는 평화와 안정을 구가할 수 있을 것이며 외국인 관광객들도 소말리랜드의 숨겨진 보물들을 찾아올 것이다.
/김광호 리포터 holhol@naeil.com
소말리아랜드도 그런 국가들 가운데 하나다. 지도에도 없는 나라. 그래서 찾아오는 외국인도 거의 없는 나라지만 그곳에도 찬란한 문화유적과 숨막히게 아름다운 자연, 그리고 평화와 안정을 갈구하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BBC가 3일 전했다.
소말리아 북부에 위치하고 있는 나라 소말리랜드를 BBC 기자들이 방문하자 관광부 장관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손수 “소말리랜드의 보물을 보여주겠다”고 제안했다.
선뜻 받아들이기를 망설이는 기자에게 장관은 “걱정마라, 길에서 내려 조금만 걸어가면 정말 아름다운 그림을 볼 수 있다”면서 수도 하르게이사 교외의 라스갈에서 발견된 선사시대의 암각화로 안내했다.
라스갈로 가는 비포장도로는 건조한 잡초지대를 가로질러 나있었다. 이름만 도로일 뿐 길은 곳곳이 움푹움푹 패여 있었다. 불길한 예감이 적중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무렵 일행은 거대한 바위언덕 아래 도착했다. 거친 관목숲을 지나 바위산을 기다시피 올라가자 수천 년 전 어느 예술가의 섬세하고 아름다운 암각화가 눈앞에 나타났다. 소를 숭배하던 고대 원주민들의 모습을 묘사한 그 그림들은 열대의 작열하는 태양 아래서도 강렬한 색상과 뚜렷한 윤곽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라스갈의 암각화는 소말리랜드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전체에서도 가장 뛰어난 신석기시대 암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소말리랜드는 관광지도뿐만 아니라 어떤 지도에도 표시되어 있지 않다. 국제사회의 기준에 따르면 소말리랜드라는 나라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소말리랜드는 소말리아보다 훨씬 질서가 잡힌 나라다.
오히려 경찰도 없고 진정한 의미에서 정부도 없는 소말리아가 국제사회로부터 공식적인 국가로 인정 받고 있다.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도 한때 아름답기로 유명한 도시였으나 오랜 내전으로 피폐해져서 이제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도시로 전락했다. 시장을 가는데도 10여명의 경호원을 대동해야 한다. 그리고 시장에서 ‘미스터 털보’를 찾으면 소말리아 여권도 살 수 있다.
반면 소말리랜드에 도착하면 깔끔하게 제복을 차려 입은 출입국관리 직원이 여권을 확인한다. 그 관리의 모습만 보더라도 이 나라의 질서가 얼마나 잘 서있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정부, 의회, 경찰, 군대, 교통신호등 등 모든 면에서 훨씬 더 국가다운 모습을 갖추고 있지만 독립국가로 인정 받지 못하고 있다.
◆나라로 인정받지 못할 뿐 자랑거리 많아 = 소말리랜드는 영국의 식민지 지배를 받았으나 2차 대전 중 영국군대와 협력하여 1960년 독립을 얻었다. 바로 닷새 후에는 이탈리아령 소말리아가 독립했고 두 나라는 자발적으로 통합하여 소말리아공화국을 건설했다.
그러나 1969년 모하메드 시아드 바레 장군이 쿠데타로 집권하면서 상황은 돌변했다. 바레의 야만적 통치는 소말리랜드 주민들의 저항을 불러왔고 바레를 축출하기 위한 저항운동은 1988년 내전으로 번졌다.엄청난 희생을 치른 끝에 1991년 바레 정부를 무너뜨린 소말리랜드 주민들은 독립을 선포했다.
그 후 소말리랜드는 안정적인 정부를 수립하고. 2001년 국민투표를 통해 헌법을 채택함으로써 독립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국민투표에는 유권자들의 삼분의 이가 참여하고 97%가 찬성하여 민주주의의 초석을 놓는데도 성공했다. 그러나 지금도 영국은 소말리랜드를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이 나라 국민들은 그런 영국을 이해하지 못한다.
비록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지 못하고 지원도 없지만 소말리랜드 국민들은 단호한 의지와 자신감으로 그들의 국가를 맨바닥에서부터 다시 일으켜 세우고 있다. 이디오피아로 피신했던 난민들도 속속 돌아오고 있다.
아직은 소말리아와 소말리랜드 사이에 다시 전쟁이 발발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지만, ‘아프리카의 뿔’에 살고 있는 사람들도 언젠가는 평화와 안정을 구가할 수 있을 것이며 외국인 관광객들도 소말리랜드의 숨겨진 보물들을 찾아올 것이다.
/김광호 리포터 holhol@naeil.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