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난 가져도 너희는 안돼!”
학급에서 제일 키 크고 힘 센 아이가 작고 약한 아이를 괴롭힌다. 그 아이가 위험할 때에 대비해 딱총을 만들어 가지려는 것을 방해하려는 것이다. 힘 센 아이는 부자여서 싸움에 필요한 도구는 무엇이든 다 있다. 심지어 폭약까지 갖고 있지만 약한 아이가 딱총을 갖게 되면 자기를 해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약한 애를 못 견디게 괴롭힌다. 다른 애들도 힘센 아이가 부당하다는 것을 알지만 보복이 두려워 약한 아이 편을 들지 못한다.
북한 핵 문제에 관한 뉴스를 들을 때마다 어려서 누구나 겪었을 동급생 폭력이 떠오른다. 책에서는 도덕과 정의를 말하지만 실제로는 힘이 교실을 지배하는 이 부조리는 이 세상의 부조리이기도 하다.
미국이 KEDO사업 중단하자 북한은 다시 벼랑끝 전술로 복귀
북한의 핵개발을 중지시키기 위해 북한에 경수로발전소를 지어주기로 한 1994년 제네바 합의는 벼랑 끝에서 이루어진 약속이었다. 한국과 일본이 발전소 건설자금을 대고, 발전소 완공 때까지 미국이 북한에 중유를 제공하는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프로젝트가 가동될 때는 한반도에 평화기운이 번졌다. 북한에 유엔 핵사찰 팀이 들어가 핵물질 관리상황을 체크했다. 남북관계도 개선되어 남북 정상회담, 금강산 관광 같은 꿈같은 일이 일어났다.
그러다가 미국은 갑자기 북한이 핵개발을 재개했다는 이유로 KEDO 사업을 중단하고 이 문제를 핫이슈로 몰고 갔다. 북한은 다시 벼랑 끝 전술로 복귀했다. 핵무기 보유를 공식선언하는가 하면, 원전가동을 중단시켜 또 다른 카드를 준비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최근에는 핵실험 얘기까지 나왔다. 미국이 함북 길주군에서 지하 핵실험을 하려는 징후를 포착했다는 것이다. 이 지역은 제네바 합의 이후 영변의 중요 시설을 이전한 곳이라는 탈북자의 증언이 있었던 곳이다.
우리 정부도 이례적으로 긴장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반기문 외교장관이 4일 언급한 ‘중대국면’은 지금까지 느긋하던 목소리와는 사뭇 다른 어조였다. “상당히 우려할 정도로 전개되는 최근상황”이란 말에서 무언가 있구나 하는 위기의식이 묻어났다.
상황이 이렇게 긴박하게 돌아가는데도 미국은 그리 급할 것 없다는 태도다. 6자회담 실패 이후를 상정한 ‘플랜 B’라는 계획과 함께, 북핵문제를 유엔 안보리에 상정시켜 유엔의 이름으로 조치하려는 계획을 6자회담 당사국들과 논의 중이라는 보도다.
이런 강경 일변도의 비타협적 정책은 미국 안에서도 최근 집중적인 비판을 받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최근 논설위원 칼럼을 통해 “클린턴 정권 8년 동안 북한은 핵개발을 동결해 핵무기를 하나도 만들지 않았지만, 부시정권은 북한이 6개의 핵무기를 만들도록 손을 놓고 있었다”고 비판하면서, 북한과의 직접대화만이 실패를 만회하는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제임스 레이니 전 주한 미국대사는 4월 23일자 <보스턴 글로브=""> 기고를 통해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완전히 포기하면 그 후에 보상을 해주겠다는 미국의 대북정책은 김정일 입장에서는 전혀 받아들일 수 없는 협상조건”이라고 지적하고, 역시 포용정책만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지구상에서 있었던 핵실험 중 절반이 미국이 한 것
5월 4일자 <워싱턴 포스트="">는 사설을 통해 부시의 핵전략이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했다. 미국이 앞으로 몇 년 동안 새 핵무기를 만들고 실험까지 하려고 하면서 다른 나라들의 핵무기 제조기술 획득을 금지시키려는 것은 모순이라는 것이다. 핵확산금지조약(NPT) 개선방안을 마련하려는 뉴욕 외무장관 평가회의에 라이스 국무장관이 가지 않고 중간급 관리가 참석한 일을 두고 한 말이다.
1996년 유엔총회에서는 지하 핵실험까지를 포함해 어떤 핵실험도 하지 말자는 ‘포괄적인 핵실험 금지조약’이 통과됐다. 그러나 미국은 가입하지 않았다. 나는 핵실험을 계속할 테니 너희들끼리 핵무기 개발 금지를 잘 의논하라는 고압적인 자세다.
지금까지 지구상에서 있었던 핵실험은 2050회였는데, 이 가운데 1030회가 미국 실험이었다. 핵무기를 버리기는커녕 개발을 계속하면서, 남의 것만 버리라는 것은 강자의 억지일 뿐이다.
문 창 재 객원 논설위원워싱턴>보스턴>뉴욕>
학급에서 제일 키 크고 힘 센 아이가 작고 약한 아이를 괴롭힌다. 그 아이가 위험할 때에 대비해 딱총을 만들어 가지려는 것을 방해하려는 것이다. 힘 센 아이는 부자여서 싸움에 필요한 도구는 무엇이든 다 있다. 심지어 폭약까지 갖고 있지만 약한 아이가 딱총을 갖게 되면 자기를 해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약한 애를 못 견디게 괴롭힌다. 다른 애들도 힘센 아이가 부당하다는 것을 알지만 보복이 두려워 약한 아이 편을 들지 못한다.
북한 핵 문제에 관한 뉴스를 들을 때마다 어려서 누구나 겪었을 동급생 폭력이 떠오른다. 책에서는 도덕과 정의를 말하지만 실제로는 힘이 교실을 지배하는 이 부조리는 이 세상의 부조리이기도 하다.
미국이 KEDO사업 중단하자 북한은 다시 벼랑끝 전술로 복귀
북한의 핵개발을 중지시키기 위해 북한에 경수로발전소를 지어주기로 한 1994년 제네바 합의는 벼랑 끝에서 이루어진 약속이었다. 한국과 일본이 발전소 건설자금을 대고, 발전소 완공 때까지 미국이 북한에 중유를 제공하는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프로젝트가 가동될 때는 한반도에 평화기운이 번졌다. 북한에 유엔 핵사찰 팀이 들어가 핵물질 관리상황을 체크했다. 남북관계도 개선되어 남북 정상회담, 금강산 관광 같은 꿈같은 일이 일어났다.
그러다가 미국은 갑자기 북한이 핵개발을 재개했다는 이유로 KEDO 사업을 중단하고 이 문제를 핫이슈로 몰고 갔다. 북한은 다시 벼랑 끝 전술로 복귀했다. 핵무기 보유를 공식선언하는가 하면, 원전가동을 중단시켜 또 다른 카드를 준비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최근에는 핵실험 얘기까지 나왔다. 미국이 함북 길주군에서 지하 핵실험을 하려는 징후를 포착했다는 것이다. 이 지역은 제네바 합의 이후 영변의 중요 시설을 이전한 곳이라는 탈북자의 증언이 있었던 곳이다.
우리 정부도 이례적으로 긴장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반기문 외교장관이 4일 언급한 ‘중대국면’은 지금까지 느긋하던 목소리와는 사뭇 다른 어조였다. “상당히 우려할 정도로 전개되는 최근상황”이란 말에서 무언가 있구나 하는 위기의식이 묻어났다.
상황이 이렇게 긴박하게 돌아가는데도 미국은 그리 급할 것 없다는 태도다. 6자회담 실패 이후를 상정한 ‘플랜 B’라는 계획과 함께, 북핵문제를 유엔 안보리에 상정시켜 유엔의 이름으로 조치하려는 계획을 6자회담 당사국들과 논의 중이라는 보도다.
이런 강경 일변도의 비타협적 정책은 미국 안에서도 최근 집중적인 비판을 받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최근 논설위원 칼럼을 통해 “클린턴 정권 8년 동안 북한은 핵개발을 동결해 핵무기를 하나도 만들지 않았지만, 부시정권은 북한이 6개의 핵무기를 만들도록 손을 놓고 있었다”고 비판하면서, 북한과의 직접대화만이 실패를 만회하는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제임스 레이니 전 주한 미국대사는 4월 23일자 <보스턴 글로브=""> 기고를 통해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완전히 포기하면 그 후에 보상을 해주겠다는 미국의 대북정책은 김정일 입장에서는 전혀 받아들일 수 없는 협상조건”이라고 지적하고, 역시 포용정책만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지구상에서 있었던 핵실험 중 절반이 미국이 한 것
5월 4일자 <워싱턴 포스트="">는 사설을 통해 부시의 핵전략이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했다. 미국이 앞으로 몇 년 동안 새 핵무기를 만들고 실험까지 하려고 하면서 다른 나라들의 핵무기 제조기술 획득을 금지시키려는 것은 모순이라는 것이다. 핵확산금지조약(NPT) 개선방안을 마련하려는 뉴욕 외무장관 평가회의에 라이스 국무장관이 가지 않고 중간급 관리가 참석한 일을 두고 한 말이다.
1996년 유엔총회에서는 지하 핵실험까지를 포함해 어떤 핵실험도 하지 말자는 ‘포괄적인 핵실험 금지조약’이 통과됐다. 그러나 미국은 가입하지 않았다. 나는 핵실험을 계속할 테니 너희들끼리 핵무기 개발 금지를 잘 의논하라는 고압적인 자세다.
지금까지 지구상에서 있었던 핵실험은 2050회였는데, 이 가운데 1030회가 미국 실험이었다. 핵무기를 버리기는커녕 개발을 계속하면서, 남의 것만 버리라는 것은 강자의 억지일 뿐이다.
문 창 재 객원 논설위원워싱턴>보스턴>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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