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밸리의 꿈이 사라졌다

지역내일 2001-01-16 (수정 2001-01-17 오후 3:34:08)
테헤란밸리에는 활기가 없다. 사무실임대 플랜카드만 겨울 바람에 휘달릴뿐이다. 사람들도 줄어들
고 있다.
자발적 실업과 명예퇴직이라는 이름으로 100만 실업 대열에 참여 하고있다. 수많은 정보기술(IT)업
계의 인재들은 ‘비전’을 찾아 벤처 청룡열차를 탔지만 코스닥 폭락으로 나락에 떨어졌다.
기업의 자금줄 역할을 담당했던 코스닥의 폭락은 공격적으로 사업을 전개하던 신생 벤처기업에겐 지
뢰밭을 밟은 것과 같았다. 그 파편은 회사의 생사를 갈랐다. 그곳에 몸담았던 사람들도 예외는 아니
었다.‘밥’이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과 ‘꿈’을 찾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테헤란
밸리를 떠났다.
강형란씨(33)는 지난해 방송국 시나리오 작가라는 이름 대신 게임작가라는 새로운 직함을 얻었다.
현실보다는 비전을 선택한 것이다. 그러나 1년이 지난 1월 16일 그녀는 자발적 실업자다. 몇 달째
월급이 나오지 않자 사람들은 하나 둘 회사를 떠났다. 투자 받은 자금이 바닥나자 프로그램 개발자
와 마케팅 담당자는 다른 곳으로 회사를 옮겼다. 자금 여력이 없어 회사에서도 인원을 충원하지 않
아 회사는 간판만 있는 허깨비로 변해 버린 것이다.
전자상거래업체인 A사에서 마케팅팀장으로 근무했던 심재석씨(35)도 최근 게임관련 벤처로 자리를
옮겼다. 회사가 대규모 인력 감축을 추진하고 있는 데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비전이 보이지 않았
기 때문이다. 그는 보안회사로 이직한 뒤 아끼는 부하직원도 불러들였다.
국내 유수의 IT 장비업체에 근무하다 벤처 컨설팅업체로 자리를 옮긴 한승현팀장(33)도 사직서를
제출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다.
예전과는 달리 요즘에는 취업 제의도 잘 안 들어온다. 안정성을 입사 제 1순위로 꼽고 인력회사에 이
력서를 내밀고 있다.
이종규 글로벌휴먼네트워크이사는 “얼마 전부터 예약 없이 무작정 이력서를 들고 방문하는 CEO급
이나 팀장급들이 늘고 있다”며 “이들 대부분은 벤처 또는 신생 기업에 있다가 비전이 없다는 이유
로 이직을 원하는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강이사는 또 비전과 거액의 스톡옵션을 제의 받고 벤처로 옮겨온 대기업 임원들이 떠나고 있다고 최
근 정보통신 인력 상황을 설명했다.
S그룹서 10년간 근무하다 벤처업체로 옮긴 그는 다시 안정적인 외국인회사로 자리를 옮겼다. 현재
하고 있는 일이 크게 선호하는 업무는 아니다. 그러나 회사가 안정적이라는 것이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김화수잡코리아 사장은 “지난해 6월 9월 12월 3개월 간격으로 구직자 등록 건수를 분석 한 결과,
6월 대비 9월과 12월 구직자 수는 각각 52.9%와 89%으로 급증했다”며 “지난해 하반기 들어 신입보
다는 경력 구직자들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돼 벤처기업간 인력 이동이 극심해지고 희망 연봉 수준도
점차 낮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 최신호에서 지난해 한국 고용인력은 설립된 지 3년이 안된 신생기업들이 9% 정
도를 차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같은 비율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치라고 분석했다. 내부사정을 잘 알지 못하는
외국 언론은 한국의 이같은 실업 정책에 대해 높은 점수를 주었다.
그러나 한국에서 살고 있는 벤처기업인들과 조직원, 예비 빌게이츠를 꿈꾸는 젊은이들은 실업자 대
열에 가세하고 있다.
정부는 구조조정을 실행하면서 발생하는 실업문제를 정보통신기술(IT)와 바이오벤처(BT) 산업 활성
화를 통해 해결하려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참담한 실패다. 일부 몰지각한 가짜벤처기업인들로 인해
벤처는 사기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썰물처럼 자금과 투자가들이 빠져나갔다. 그 결과 벤처기업들은
수익성을 낼 수 있는 구조를 갖추기도 전에 디지털 경제의 총아에서 골치덩어리로 전락하고 있다.
김춘효기자 monica@naeil.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