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꽁꽁 얼어붙었던 서민들의 소비심리가 1분기가 마무리되면서 조금씩 살아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일신문이 지역 중소 자영업자 등 서민들의 체감경기를 탐문한 결과, 대부분의 지역에서 “저점을 찍었다. 더 이상 나빠지기는 하겠냐”는 답변이 나왔다.
그러나 정부와 기관에서 발표한 수치에 대한 신뢰도는 떨어졌다. 성급한 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지역별 상황에 따라 체감경기 회복 속도도 다르게 나타났다.
◆수도권, 분당 ‘봄날’ 일산 ‘초봄’ 인천 ‘아직은 겨울’ = 경기도 분당에서는 서민들의 체감경기에 봄날이 찾아오고 있다. 분당의 자영업자들은 소비심리 회복세가 본격적으로 가시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 전집을 판매하는 한 주부는 “12월 말부터 어린이용 전집 주문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이제 장사가 좀 된다”고 말했다.
수내동 파크타운 인근 주민들 사이에서 “아직 날씨가 풀리지 않았는데 이사하는 집도 많고 뭔가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전자제품 대리점을 운영하는 김 모씨는 “에어컨 예약판매가 예상보다 너무 잘 돼서 예정일에 앞서 행사를 조기마감했다”고 말했다.
분당에서 광주로 넘어가는 태재고개에서 한정식집을 운영하는 한 모씨는 “불황에는 매운 음식이 잘 팔렸는데 이제 빨간 음식들의 색깔이 분홍색으로 바뀌어야 할 것”이라는 우스개 소리로 경기를 난관적으로 전망했다.
같은 수도권이지만 일산의 경기는 ‘초봄’ 정도의 기운이다.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높지만, 자영업자들의 실제 소득으로 이어지는 매출이 크게 오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산의 자영업자 이 모씨는 “지난해 이맘때면 가구점, 커튼점 등 이른바 ‘이사 특수’를 누리는 업체들과 대형 학원, 병원들의 영업전이 활발한데 올해는 작년보다 그 움직임이 다소 약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씨는 “1, 2월보다 3월이 나았으니 4월이 되면 장사가 더 잘될 것 같다”고 기대했다.
반면 인천은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 회복 속도가 느린 편이다.
인천지역 중소기업 ㄴ사 마케팅실의 이 모씨는 “중간 소득자가 많은 지역이므로 백화점 매출 증가 등의 수치는 서민 체감경기와 괴리가 있다"고 말했다.
인천의 한 학원의 김 모 원장은 “아직은 경기회복을 느낄 수 없다. 수강료 못내는 학생들도 여전히 있다”며 “다만 경기가 좋아진다고 말이 나오니까 위안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조사한 ‘2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에서 전국 평균은 ‘106’이었지만, 인천 지역은 ‘93’으로 기준치를 밑돌았다.
RBSI는 백화점, 할인점, 수퍼마켓 등 소매유통업체들의 체감 경기를 수치화한 것으로, 100을 넘으면 이번 분기 경기가 전분기에 비해 호전될 것으로 예상하는 기업이 더 많음을 의미하며 100미만이면 그 반대이다.
◆대전, 개발 특수 기대감으로 소비심리 회복세 = 대전 지역은 아파트 매매가 활발히 진행되고 임대 가격이 오르는 등 각 분야에서 소비심리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특히 서남북권 개발에 따른 토지보상가로 1조원 이상의 돈이 앞으로 지역에 풀릴 것으로 예상, 이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대전에서 사업체를 운영하는 김 모씨는 “지난해 행정수도 위헌 결정 이후 대전 지역 전체 소비심리가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며 “최근 들어서는 정부의 행정중심 복합도시 정책이 진행되면서 심리적으로 위축됐던 부분이 많이 풀렸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은행 대전충남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1월에 지역내 창업 활동이 잇따라 진행되면서 월별 신설 법인 수가 최근 2년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충남 지역과는 대조적으로 충북지역의 소비심리는 아직 겨울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청주에서 대형 음식점을 운영하는 임 모씨는 “큰 음식점은 버티고 있지만, 작은 음식점들은 불황을 못견디고 문을 닫고 있다”고 말했다.
충북지역에서는 반도체와 통신장비 등 지역 내 주력 업종들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어음부도율이 지난해 12월 0.34%에서 올 1월 0.32%로 소폭 낮아졌지만 2월에는 0.69%로 무려 0.37% 포인트 상승했다.
◆강원도 춘천 “지갑 열어야 할 지 고민중” = 뚜렷한 산업 기반이 없는 춘천의 서민들은 경제 상황에 대해 유보적 태도를 보이고있다.
시민들이 느끼는 체감 온도도 엇갈린다. 대형 호프집을 운영하다 최근 레스토랑으로 업종을 변경한 이 모씨는 “손님들이 지갑을 열려는 움직임이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재래시장에서 상가를 운영하는 박 모씨는 “춘천 주민은 공무원, 학생, 소상공인이 대부부인데 이 사람들이 돈을 써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라도 광주, 아직은 겨울 = 전라도 광주 지역에서는 경기 회복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내에 기아자동차, 금호타이어, 삼성전자 광주공장 등이 위치해 있지만 기업이 이익을 내더라도 서민들의 소비심리 회복에는 현재까지 영향을 미치지 못한 상태다. 부동산 업체를 운영하는 강 모씨는 “건설 경기 의존도가 높은데 아파트 1만호가 미분양 상태”라며 “그만큼 서민들의 체감경기도 낮다”고 말했다.
◆경상도 대구 “갑자기 좋아질 일이 있노” = 대구의 경우 지표상으로 나타나는 경기회복 속도와 서민들의 체감경기 회복 속도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지역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최모씨는 “뭘 보고 경기가 좋아진다카노, 언론에서만 그러는거 아니냐”고 의문을 나타냈다. 택시운전사인 배모씨는 “손님수가 느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뾰족히 수입이 늘어날 일도 없으니 당분간은 힘들지 않겠냐”고 말했다.
반면 부산에서는 완만한 소비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식당을 운영하는 최모씨는 “납작 엎드려있다가 이제 뭘 좀 해봐야 될 것 같아서, 묵혀놨던 식당 광고를 좀 해볼라 칸다”고 말했다.
/전예현·정애선 기자 전국종합 newslove@naeil.com
내일신문이 지역 중소 자영업자 등 서민들의 체감경기를 탐문한 결과, 대부분의 지역에서 “저점을 찍었다. 더 이상 나빠지기는 하겠냐”는 답변이 나왔다.
그러나 정부와 기관에서 발표한 수치에 대한 신뢰도는 떨어졌다. 성급한 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지역별 상황에 따라 체감경기 회복 속도도 다르게 나타났다.
◆수도권, 분당 ‘봄날’ 일산 ‘초봄’ 인천 ‘아직은 겨울’ = 경기도 분당에서는 서민들의 체감경기에 봄날이 찾아오고 있다. 분당의 자영업자들은 소비심리 회복세가 본격적으로 가시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 전집을 판매하는 한 주부는 “12월 말부터 어린이용 전집 주문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이제 장사가 좀 된다”고 말했다.
수내동 파크타운 인근 주민들 사이에서 “아직 날씨가 풀리지 않았는데 이사하는 집도 많고 뭔가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전자제품 대리점을 운영하는 김 모씨는 “에어컨 예약판매가 예상보다 너무 잘 돼서 예정일에 앞서 행사를 조기마감했다”고 말했다.
분당에서 광주로 넘어가는 태재고개에서 한정식집을 운영하는 한 모씨는 “불황에는 매운 음식이 잘 팔렸는데 이제 빨간 음식들의 색깔이 분홍색으로 바뀌어야 할 것”이라는 우스개 소리로 경기를 난관적으로 전망했다.
같은 수도권이지만 일산의 경기는 ‘초봄’ 정도의 기운이다.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높지만, 자영업자들의 실제 소득으로 이어지는 매출이 크게 오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산의 자영업자 이 모씨는 “지난해 이맘때면 가구점, 커튼점 등 이른바 ‘이사 특수’를 누리는 업체들과 대형 학원, 병원들의 영업전이 활발한데 올해는 작년보다 그 움직임이 다소 약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씨는 “1, 2월보다 3월이 나았으니 4월이 되면 장사가 더 잘될 것 같다”고 기대했다.
반면 인천은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 회복 속도가 느린 편이다.
인천지역 중소기업 ㄴ사 마케팅실의 이 모씨는 “중간 소득자가 많은 지역이므로 백화점 매출 증가 등의 수치는 서민 체감경기와 괴리가 있다"고 말했다.
인천의 한 학원의 김 모 원장은 “아직은 경기회복을 느낄 수 없다. 수강료 못내는 학생들도 여전히 있다”며 “다만 경기가 좋아진다고 말이 나오니까 위안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조사한 ‘2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에서 전국 평균은 ‘106’이었지만, 인천 지역은 ‘93’으로 기준치를 밑돌았다.
RBSI는 백화점, 할인점, 수퍼마켓 등 소매유통업체들의 체감 경기를 수치화한 것으로, 100을 넘으면 이번 분기 경기가 전분기에 비해 호전될 것으로 예상하는 기업이 더 많음을 의미하며 100미만이면 그 반대이다.
◆대전, 개발 특수 기대감으로 소비심리 회복세 = 대전 지역은 아파트 매매가 활발히 진행되고 임대 가격이 오르는 등 각 분야에서 소비심리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특히 서남북권 개발에 따른 토지보상가로 1조원 이상의 돈이 앞으로 지역에 풀릴 것으로 예상, 이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대전에서 사업체를 운영하는 김 모씨는 “지난해 행정수도 위헌 결정 이후 대전 지역 전체 소비심리가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며 “최근 들어서는 정부의 행정중심 복합도시 정책이 진행되면서 심리적으로 위축됐던 부분이 많이 풀렸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은행 대전충남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1월에 지역내 창업 활동이 잇따라 진행되면서 월별 신설 법인 수가 최근 2년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충남 지역과는 대조적으로 충북지역의 소비심리는 아직 겨울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청주에서 대형 음식점을 운영하는 임 모씨는 “큰 음식점은 버티고 있지만, 작은 음식점들은 불황을 못견디고 문을 닫고 있다”고 말했다.
충북지역에서는 반도체와 통신장비 등 지역 내 주력 업종들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어음부도율이 지난해 12월 0.34%에서 올 1월 0.32%로 소폭 낮아졌지만 2월에는 0.69%로 무려 0.37% 포인트 상승했다.
◆강원도 춘천 “지갑 열어야 할 지 고민중” = 뚜렷한 산업 기반이 없는 춘천의 서민들은 경제 상황에 대해 유보적 태도를 보이고있다.
시민들이 느끼는 체감 온도도 엇갈린다. 대형 호프집을 운영하다 최근 레스토랑으로 업종을 변경한 이 모씨는 “손님들이 지갑을 열려는 움직임이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재래시장에서 상가를 운영하는 박 모씨는 “춘천 주민은 공무원, 학생, 소상공인이 대부부인데 이 사람들이 돈을 써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라도 광주, 아직은 겨울 = 전라도 광주 지역에서는 경기 회복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내에 기아자동차, 금호타이어, 삼성전자 광주공장 등이 위치해 있지만 기업이 이익을 내더라도 서민들의 소비심리 회복에는 현재까지 영향을 미치지 못한 상태다. 부동산 업체를 운영하는 강 모씨는 “건설 경기 의존도가 높은데 아파트 1만호가 미분양 상태”라며 “그만큼 서민들의 체감경기도 낮다”고 말했다.
◆경상도 대구 “갑자기 좋아질 일이 있노” = 대구의 경우 지표상으로 나타나는 경기회복 속도와 서민들의 체감경기 회복 속도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지역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최모씨는 “뭘 보고 경기가 좋아진다카노, 언론에서만 그러는거 아니냐”고 의문을 나타냈다. 택시운전사인 배모씨는 “손님수가 느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뾰족히 수입이 늘어날 일도 없으니 당분간은 힘들지 않겠냐”고 말했다.
반면 부산에서는 완만한 소비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식당을 운영하는 최모씨는 “납작 엎드려있다가 이제 뭘 좀 해봐야 될 것 같아서, 묵혀놨던 식당 광고를 좀 해볼라 칸다”고 말했다.
/전예현·정애선 기자 전국종합 newslove@naeil.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