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고령화 심각 … 저출산으로 노동력 고갈 위기
연공서열 급여체계 개선해야 … 정부 임금체계 혁신 나서
세계 경제는 초기 산업자본주의를 훌쩍 뛰어넘어 기왕의 분석 틀로는 예측이나 설명이 어려운 구조로 변화했다. 소련의 붕괴 이후 나머지 사회주의를 포함하는 전 세계가 단일 시장 경제로 편입되는 과정은 과거 시민혁명에 버금가는 의미를 지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시장 경제의 역할을 새롭게 이해할 필요가 높아지고 있다. 본지는 시장 경제의 위상 변화와 그에 따른 한국 경제와 노사의 대응 방식을, 총 8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 주
지난날의 빠른 경제 성장에는 근면과 열정에 찬 노동자들이 있었다. 최근 산업현장이 고령화되고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노동시장에서 활력이 사라진다는 우려가 확산되는 중이다. 더욱이 심각한 저출산 경향은 향후 10∼20년 후의 노동력 고갈상태마저 예견케 한다. 이 때문에 우리 사회가 지속가능한 성장기반을 구축하고 공정한 분배구조를 확립하려면, 무엇보다 노동시장을 합리적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난 2월 23일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제조업 생산직의 평균연령은 99년 35.5세에서 5년 뒤인 2004년 37.5세로 높아졌다. 특정 산업에서 격차는 더 커진다. 철강은 94년 37.6세에서 2003년 39.7세로 40세를 코앞에 두고 있다.
조선업종은 같은 시기 35.9세에서 38.6세로, 자동차는 32.9세에서 36.2세로, 섬유는 33세에서 38.2세로 늘어나, 경제의 근간을 형성하는 주요 산업에서 고령화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래 전망은 또 어떨까. 지난 2일 산업기술평가원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03년 제조업 취업자 가운데 40∼44세 연령대가 75만명으로 가장 비중이 컸으며, 다음으로 35∼39세(70만명), 30∼34세(67만명) 순이었다. 취업자의 중심축이 20∼30대 청년층에서 40∼50대 장년층으로 이동 중인 것이다.
이러한 경향을 출산율이 가속화시키고 있다. 2003년 우리나라 출산율은 1.19명인데, 이는 1970년 4.53명, 1980년 2.83명, 1990년 1.59명에 이어 지속적인 하락 추세를 반영한다.
이는 전 세계 평균 2.69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뿐더러 일본의 1.32명, 프랑스의 1.89명 등 선진국 평균 1.56명보다 적은 수다. 반면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2000년 7.2%에서 2010년 10.7%, 2020년에는 15.1%로 상승, 빠른 속도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는 중이다.
따라서 2020년이면 노동가능 인구 3명이 2명 이상의 노인을 부양해야 하므로 그에 따른 생산성 저하, 연금고갈 등 각종 사회·경제적 문제를 유발시킬 전망이다.
근로자 내부에서는 특히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가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이원화 실태분석’에 따르면, 2003년 비정규직의 임금은 정규직의 49.7%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2002년 53.4%에 비해 3.7%포인트 줄어든 수치다.
서구는 어떨까. 2002년 OECD 고용통계에 따르면 정규직에 대한 비정규직의 임금 비중은 독일이 83%에 달했으며, 영국 74%, 이탈리아 72%, 프랑스 71% 등으로 한국에 비해 임금격차가 훨씬 작은 것으로 드러났다.
통계청이 발표한 ‘2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실업률은 전년 동기대비 0.1%p 올라간 4%를 기록, 2001년 3월의 4.8% 이후 처음으로 4%를 돌파했다. 실업자는 92만5000명으로 100만명에 육박하고 있으며, 청년실업률은 42만5000명으로 8.6%에 달했다.
이보다 큰 문제는 실업상태를 간신히 모면했지만 고용이 불안한, 이른바 불완전 취업자가 증가추세라는 사실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월중 근로시간이 주당 17시간 이하인 불완전 취업자 수가 105만7000명으로 사상 처음 100만명을 돌파했다. 지난해 2월의 80만4000명보다 무려 31.5%가 증가한 수치다. 주당 근로시간이 30시간 미만인 근로자도 244만2000명으로 작년 같은 달의 204만1000명에 비해 19.6%가 늘었다. 노동시장이 이처럼 생산현장의 고령화와 소득분배의 왜곡, 불안정안 고용상태로 시달리는 데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수십 년간 관행으로 유지된, 연공서열에 의한 임금체계가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황수경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이 최근 조사한 데 따르면, 34세 이하의 근로자가 받는 임금과 생산성을 1로 했을 때, 35∼54세 근로자의 임금은 1.73배 수준이며 생산성은 1.05배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55세 이상 중·고령자는 임금이 3.02배나 됐지만 생산성은 0.6배로 떨어졌다.
황 연구위원은 “고령 노동인력이 늘면서 연공급에 따른 부담이 급증하고, 이에 따라 조기퇴직과 같은 현상이 급증할 것”이라며 “임금과 생산성이 비례해야 고용이 안정된다”고 말했다.
특히 기업이 근로자에게 반드시 지급하도록 한 고정적인 급여(기본급), 통상적인 수당이나 상여금 등 경영실적과 무관하게 지급하는 정액급여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는 것이다. 10인 이상 사업장을 기준으로 할 때 지난 2003년 전산업 평균 임금총액은 222만8000원이었으며, 이 가운데 정액급여가 156만7000원으로 70%를 넘었다. 상대적으로 확정되지 않은 초과급여(15만원)와 특별급여(51만원)의 비중이 크게 낮다.
정액급여를 구성하는 기본급이나 통상적으로 지급되는 상여금의 경우 연령이 높아지고, 근속년수가 쌓일수록 자동적으로 동반 상승하는 연공서열체계로 구성돼 근로자들의 평균연령이 높아질수록 기업의 인건비 부담도 가중된다. 실제로 화학노조연맹이 자체적으로 집계한 자료에서도 고정급여의 비중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고정비 부담이 가중되자 기업들은 비정규직을 선호하는 추세다. 최근 자동차, 조선업종을 중심으로 불거진 사내하청 근로자들에 대한 불법파견 시비도 이런 배경에서 비롯된 것이다. 즉 기업으로서는 지나친 고정비 상승을 우려해 자구책을 취하지 않을 수 없고, 노동계는 비정규직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노·사 갈등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정규직에 대한 고용과 임금상의 과도한 보호가 존속하는 상황에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경우, 추가 고정비 증가는 당연히 경쟁력의 약화를 초래한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 완성차 업체에서 1만명의 사내하청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1년에 1500억원 가량의 임금비용과 각종 복리후생비 등 3000억원의 추가비용이 지출될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상황에서 지나친 임금상승으로 고용불안과 비정규직 확산이 초래될 것을 우려, 노조가 앞장 서 임금을 자진 동결하거나 심지어 삭감하는 사업장이 늘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 노조가 있는 사업장에서 임금을 동결하거나 삭감한 사업장이 많았다. 2004년도 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100인 이상인 5909개 사업장 중 임금을 동결(1301곳)하거나 삭감(21곳)한 곳은 전체의 24.0%에 달했다. 또한 연공서열에 기초해 장기근속이 고임금으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노사가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그 부담을 줄이는 방식도 확산되는 중이다.
대표적인 곳이 금융권으로, 지난 2003년 신용보증기금이 국내 최초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이후 우리은행, 수출입은행, 산업은행 등으로 계속 확산되는 추세다.
신용보증기금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뒤 자체 집계한 데 따르면, 20명이 채권추심에 투입된 경우 1인당 연간 2억6500만원의 채권회수 실적을 기록했으며, 1인당 인건비 절감액이 연간 3300만원에 달했다는 것이다. 이는 신입사원 1.3명을 추가로 고용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 것을 의미한다.
정부는 지난 2월 25일 한국노동연구원내에 ‘임금·직무혁신센터’(소장 정진호)를 설치하고, “산업현장에서 근로자들의 임금과 직무체계를 개편해 성과와 능력에 따른 공정한 보상이 이루어지도록 할 것”이라고 밝혀 본격적인 임금체계 혁신에 나섰다.
김대환 노동부 장관은 지난 2일 기자회견에서 “지금까지 고용유연성만 강조했는데 이제는 임금과 기능의 유연화가 필요하다”며 “중장기적으로 임금체계를 유연하게 고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24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노동부는 “연공급 중심의 임금체계를 직무나 성과 중심으로 유도해 경직된 고용 규제를 완화할 것”이라며 2008년 이후 직무별로 세분화된 임금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노동시장에 탄력성을 부여하는 것이 시장경제의 대세로 자리 잡아가는 가운데, 그에 따라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일이 시급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그 일환으로 노동부는 전국의 고용안정센터를 개편해 고용서비스 선진화 방안을 곧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1532억 원을 투입해 4만 명의 실직자에게 사회적 일자리를 제공하고, 이를 2008년까지 7만6000명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또한 평생직업능력 개발 체제를 구축해 직업훈련 참가 근로자를 지난해 210만명에서 올해는 230만명으로 확대하고, 노동시장 진입에서 실직에 이르기까지 평생 직업능력 개발도 강화할 방침이다. 정부는 또 올해 안으로 저소득 근로자의 소득보전을 위해 근로소득보전세제(EITC)를 도입할 계획이다. 그 중에서도 근로의욕이 있는 저소득층에 대한 세제 지원 혜택을 넓혀, 이른바 차상위 계층의 자립 기반을 확충할 예정이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 나라의 사회안정망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여전히 높다. 정부가 4대 사회보험을 내용 면에서 더욱 보강해 충실화를 기하고, 각종 소외계층에 대해서도 실효성 있는 지원 대책을 내놓기를 기대한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연공서열 급여체계 개선해야 … 정부 임금체계 혁신 나서
세계 경제는 초기 산업자본주의를 훌쩍 뛰어넘어 기왕의 분석 틀로는 예측이나 설명이 어려운 구조로 변화했다. 소련의 붕괴 이후 나머지 사회주의를 포함하는 전 세계가 단일 시장 경제로 편입되는 과정은 과거 시민혁명에 버금가는 의미를 지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시장 경제의 역할을 새롭게 이해할 필요가 높아지고 있다. 본지는 시장 경제의 위상 변화와 그에 따른 한국 경제와 노사의 대응 방식을, 총 8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 주
지난날의 빠른 경제 성장에는 근면과 열정에 찬 노동자들이 있었다. 최근 산업현장이 고령화되고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노동시장에서 활력이 사라진다는 우려가 확산되는 중이다. 더욱이 심각한 저출산 경향은 향후 10∼20년 후의 노동력 고갈상태마저 예견케 한다. 이 때문에 우리 사회가 지속가능한 성장기반을 구축하고 공정한 분배구조를 확립하려면, 무엇보다 노동시장을 합리적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난 2월 23일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제조업 생산직의 평균연령은 99년 35.5세에서 5년 뒤인 2004년 37.5세로 높아졌다. 특정 산업에서 격차는 더 커진다. 철강은 94년 37.6세에서 2003년 39.7세로 40세를 코앞에 두고 있다.
조선업종은 같은 시기 35.9세에서 38.6세로, 자동차는 32.9세에서 36.2세로, 섬유는 33세에서 38.2세로 늘어나, 경제의 근간을 형성하는 주요 산업에서 고령화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래 전망은 또 어떨까. 지난 2일 산업기술평가원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03년 제조업 취업자 가운데 40∼44세 연령대가 75만명으로 가장 비중이 컸으며, 다음으로 35∼39세(70만명), 30∼34세(67만명) 순이었다. 취업자의 중심축이 20∼30대 청년층에서 40∼50대 장년층으로 이동 중인 것이다.
이러한 경향을 출산율이 가속화시키고 있다. 2003년 우리나라 출산율은 1.19명인데, 이는 1970년 4.53명, 1980년 2.83명, 1990년 1.59명에 이어 지속적인 하락 추세를 반영한다.
이는 전 세계 평균 2.69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뿐더러 일본의 1.32명, 프랑스의 1.89명 등 선진국 평균 1.56명보다 적은 수다. 반면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2000년 7.2%에서 2010년 10.7%, 2020년에는 15.1%로 상승, 빠른 속도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는 중이다.
따라서 2020년이면 노동가능 인구 3명이 2명 이상의 노인을 부양해야 하므로 그에 따른 생산성 저하, 연금고갈 등 각종 사회·경제적 문제를 유발시킬 전망이다.
근로자 내부에서는 특히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가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이원화 실태분석’에 따르면, 2003년 비정규직의 임금은 정규직의 49.7%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2002년 53.4%에 비해 3.7%포인트 줄어든 수치다.
서구는 어떨까. 2002년 OECD 고용통계에 따르면 정규직에 대한 비정규직의 임금 비중은 독일이 83%에 달했으며, 영국 74%, 이탈리아 72%, 프랑스 71% 등으로 한국에 비해 임금격차가 훨씬 작은 것으로 드러났다.
통계청이 발표한 ‘2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실업률은 전년 동기대비 0.1%p 올라간 4%를 기록, 2001년 3월의 4.8% 이후 처음으로 4%를 돌파했다. 실업자는 92만5000명으로 100만명에 육박하고 있으며, 청년실업률은 42만5000명으로 8.6%에 달했다.
이보다 큰 문제는 실업상태를 간신히 모면했지만 고용이 불안한, 이른바 불완전 취업자가 증가추세라는 사실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월중 근로시간이 주당 17시간 이하인 불완전 취업자 수가 105만7000명으로 사상 처음 100만명을 돌파했다. 지난해 2월의 80만4000명보다 무려 31.5%가 증가한 수치다. 주당 근로시간이 30시간 미만인 근로자도 244만2000명으로 작년 같은 달의 204만1000명에 비해 19.6%가 늘었다. 노동시장이 이처럼 생산현장의 고령화와 소득분배의 왜곡, 불안정안 고용상태로 시달리는 데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수십 년간 관행으로 유지된, 연공서열에 의한 임금체계가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황수경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이 최근 조사한 데 따르면, 34세 이하의 근로자가 받는 임금과 생산성을 1로 했을 때, 35∼54세 근로자의 임금은 1.73배 수준이며 생산성은 1.05배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55세 이상 중·고령자는 임금이 3.02배나 됐지만 생산성은 0.6배로 떨어졌다.
황 연구위원은 “고령 노동인력이 늘면서 연공급에 따른 부담이 급증하고, 이에 따라 조기퇴직과 같은 현상이 급증할 것”이라며 “임금과 생산성이 비례해야 고용이 안정된다”고 말했다.
특히 기업이 근로자에게 반드시 지급하도록 한 고정적인 급여(기본급), 통상적인 수당이나 상여금 등 경영실적과 무관하게 지급하는 정액급여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는 것이다. 10인 이상 사업장을 기준으로 할 때 지난 2003년 전산업 평균 임금총액은 222만8000원이었으며, 이 가운데 정액급여가 156만7000원으로 70%를 넘었다. 상대적으로 확정되지 않은 초과급여(15만원)와 특별급여(51만원)의 비중이 크게 낮다.
정액급여를 구성하는 기본급이나 통상적으로 지급되는 상여금의 경우 연령이 높아지고, 근속년수가 쌓일수록 자동적으로 동반 상승하는 연공서열체계로 구성돼 근로자들의 평균연령이 높아질수록 기업의 인건비 부담도 가중된다. 실제로 화학노조연맹이 자체적으로 집계한 자료에서도 고정급여의 비중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고정비 부담이 가중되자 기업들은 비정규직을 선호하는 추세다. 최근 자동차, 조선업종을 중심으로 불거진 사내하청 근로자들에 대한 불법파견 시비도 이런 배경에서 비롯된 것이다. 즉 기업으로서는 지나친 고정비 상승을 우려해 자구책을 취하지 않을 수 없고, 노동계는 비정규직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노·사 갈등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정규직에 대한 고용과 임금상의 과도한 보호가 존속하는 상황에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경우, 추가 고정비 증가는 당연히 경쟁력의 약화를 초래한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 완성차 업체에서 1만명의 사내하청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1년에 1500억원 가량의 임금비용과 각종 복리후생비 등 3000억원의 추가비용이 지출될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상황에서 지나친 임금상승으로 고용불안과 비정규직 확산이 초래될 것을 우려, 노조가 앞장 서 임금을 자진 동결하거나 심지어 삭감하는 사업장이 늘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 노조가 있는 사업장에서 임금을 동결하거나 삭감한 사업장이 많았다. 2004년도 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100인 이상인 5909개 사업장 중 임금을 동결(1301곳)하거나 삭감(21곳)한 곳은 전체의 24.0%에 달했다. 또한 연공서열에 기초해 장기근속이 고임금으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노사가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그 부담을 줄이는 방식도 확산되는 중이다.
대표적인 곳이 금융권으로, 지난 2003년 신용보증기금이 국내 최초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이후 우리은행, 수출입은행, 산업은행 등으로 계속 확산되는 추세다.
신용보증기금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뒤 자체 집계한 데 따르면, 20명이 채권추심에 투입된 경우 1인당 연간 2억6500만원의 채권회수 실적을 기록했으며, 1인당 인건비 절감액이 연간 3300만원에 달했다는 것이다. 이는 신입사원 1.3명을 추가로 고용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 것을 의미한다.
정부는 지난 2월 25일 한국노동연구원내에 ‘임금·직무혁신센터’(소장 정진호)를 설치하고, “산업현장에서 근로자들의 임금과 직무체계를 개편해 성과와 능력에 따른 공정한 보상이 이루어지도록 할 것”이라고 밝혀 본격적인 임금체계 혁신에 나섰다.
김대환 노동부 장관은 지난 2일 기자회견에서 “지금까지 고용유연성만 강조했는데 이제는 임금과 기능의 유연화가 필요하다”며 “중장기적으로 임금체계를 유연하게 고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24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노동부는 “연공급 중심의 임금체계를 직무나 성과 중심으로 유도해 경직된 고용 규제를 완화할 것”이라며 2008년 이후 직무별로 세분화된 임금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노동시장에 탄력성을 부여하는 것이 시장경제의 대세로 자리 잡아가는 가운데, 그에 따라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일이 시급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그 일환으로 노동부는 전국의 고용안정센터를 개편해 고용서비스 선진화 방안을 곧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1532억 원을 투입해 4만 명의 실직자에게 사회적 일자리를 제공하고, 이를 2008년까지 7만6000명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또한 평생직업능력 개발 체제를 구축해 직업훈련 참가 근로자를 지난해 210만명에서 올해는 230만명으로 확대하고, 노동시장 진입에서 실직에 이르기까지 평생 직업능력 개발도 강화할 방침이다. 정부는 또 올해 안으로 저소득 근로자의 소득보전을 위해 근로소득보전세제(EITC)를 도입할 계획이다. 그 중에서도 근로의욕이 있는 저소득층에 대한 세제 지원 혜택을 넓혀, 이른바 차상위 계층의 자립 기반을 확충할 예정이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 나라의 사회안정망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여전히 높다. 정부가 4대 사회보험을 내용 면에서 더욱 보강해 충실화를 기하고, 각종 소외계층에 대해서도 실효성 있는 지원 대책을 내놓기를 기대한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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