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한표 칼럼>다시 IMF를 생각한다(2005.04.04)

지역내일 2005-04-04 (수정 2005-04-04 오후 12:58:45)
다시 IMF를 생각한다
성 한 표 언론인

진로소주 매각의 우선 협상 대상자가 하이트 맥주 컨소시엄으로 결정되면서 다시 한번 국부 유출 논란이 일고 있다. 진로소주를 사고파는 과정에서 외국계 자본이 천문학적인 이득을 얻었기 때문이다. 하이트 맥주 컨소시엄이 제시한 대금이 3조 1000억원.
지난 1997년 진로그룹이 부도나자 국내 은행들은 1조 4659억원어치의 채권을 1261억원에 한국자산관리공사에 넘겼고, 자산관리공사는 이를 다시 2742억원에 골드만삭스 등 주로 외국계 자본에 되팔았다. 진로소주 채권의 73%가 이들의 손에 있다니, 이들은 적어도 2조원 이상의 매매 차익을 얻을 것으로 보는 것이다.
외국계 자본이 엄청난 이익을 챙긴 것은 진로소주 매각에서만 있는 일은 아니다. 미국계 펀드 뉴브리지 캐피탈은 제일은행 매각으로 1조2천억원을 벌었고, 론스타는 서울 강남의 스타 타워를 되팔아 2천 6백억원을 벌었다. 칼라일펀드는 씨티은행에 한미은행 지분을 매각하여 3년여 만에 145%의 수익률을 올렸고, 국민은행에 투자했던 골드만삭스는 5억 달러를 투자해 12억 달러 이상을 회수했다.

진로 팔아 큰 돈 번 외국자본
외환위기를 계기로 한국에 물밀 듯이 들어 온 외국계 자본들은 이미 엄청난 매매 차익을 챙겼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언제든지 매매 차익을 얻을 수 있는 고지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거래소 시가총액 상위 30대 기업에 대한 외국인 지분 비중이 4.7% 증가했다. 삼성전자 (54.75%), 포스코 (69.03%), 국민은행 (77.16%) 등 초일류기업들의 외국인 보유비율이 50%를 훌쩍 넘어섰다.
진로소주의 매각을 계기로 외국계 자본이 가져가는 막대한 이익에 대한 경계와 비판이 나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마찬가지로 외국계 자본이 우리가 외환 위기를 벗어나는데 도움을 준 측면을 강조하는 것에도 무리가 없다. 진로소주 채권을 외국계 자본에 매각했을 당시에는 언론들이 이구동성으로 “유리하게 잘 팔았다”고 치켜 세워놓고는 이제 와서 그때 왜 그렇게 헐값으로 팔았느냐고 따지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이런 주장보다 더 중요한 것은 외환위기에 대응한 우리의 기본적인 태도와 전략을 철저히 반성해 보는 일이다. 외환위기는 김영삼 대통령 시절 분에 넘치게 OECD에 가입하고, 금융시장을 조기 개방함으로써 불가피하게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김대중 대통령 정부는 금융시장 개방을 더욱 가속화함으로써 알짜 기업들이 외국계 투기자본의 사냥감이 되었으며, 그 결과가 오늘과 같은 상황으로 나타났다.
실업사태와 노숙자들로 상징되는 외환위기 당시 많은 사람들은 우리가 다시 외환위기에 빠지기 전처럼 잘 살기는 영원히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당시 직장을 잃었던 사람들은 대부분 지금까지 사실상 실업 상태에 있으며, 노숙자는 줄어들지 않았다.
외환위기 이전으로 돌아가기는 불가능할 것이라는 당시의 예측이 이들에게는 그대로 들어맞았다. 그런데 불과 2년 만에 우리 경제가 외환의 위기에서는 벗어났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 대상에 해당되지 않은, 잘사는 사람들의 생활은 IMF외환위기 이전보다 훨씬 더 나아졌다.

고통을 피한 대가는 크다
외환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우리가 선택한 전략이 이와 같은 경제의 양극화를 가져 왔다. 신자유주의라고 비판받는 전략이다. 금융시장 개방, 곧 과감한 자산 매각과 구조조정이라는, IMF의 지원 조건을 받아들이는데 우리는 모범생이 되었다. 빚을 갚기 위해 가진 집을 팔고, 전세금을 줄이는 것과 같은 과정이다. 팔 것이 있을 때까지는 달러가 들어오니, 경제는 잘 돌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팔 자산이 고갈되면 어떻게 되는가?
우리가 외환위기에서 벗어난 것이 아니라 외환위기를 잠시 멈추게 하고 있을 뿐이란 판단의 근거가 여기 있다. 그러면 당시 달리 선택할만한 전략이 또 있었는가? 외환위기의 고통은 우리가 참아내기 어려울 정도로 가혹했다. 막 출범한 김대중 정권으로서는 정치적 위기로 치달을 수도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참을 수 없는 고통이란 없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시민사회의 성장으로 외환위기가 정치적 위기로 치닫는 것을 막아 줄만한 힘도 있었다. 그렇다면, 금융시장을 개방하되 선별적으로, 법적 견제력을 행사하면서 개방하는 대안을 생각해 볼 수도 있었을 것이다. 최근 외국 계 투기자본에 대한 비판이 일어나고, 정부가 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견제에 나서려고 함으로써 외국계 자본과의 긴장관계가 형성되고 있는 상황에 주목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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