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아침 열린우리당 상임중앙회의장. 회의 시작에 앞서 깜짝 생일파티가 열렸다.
1945년 해방둥이인 문희상 당의장은 이날로 60세가 됐다. 음력 3월 3일 ‘삼짇날’이다.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와 봄을 알린다는 명절이다.
이날 오후 노무현 대통령은 국회 당의장실로 난 화분을 보내 문 의장의 회갑을 축하했다. 문 의장은 “나이 50이 된 뒤로는 시간이 화살처럼 흘렀다”며 “인생이 60부터라니까 이제 난 한살”이라며 웃음을 보였다. 당내 경선 기간중 뜻하지 않은 교통사고로 가슴을 쓸어내렸던 일도 새삼 떠올렸다.
문 의장이 당의장 선출 직후 내건 정치 키워드는 ‘속풀이 해장국 정치’다. 개혁과 민생의 동반성공을 주창했던 그는 연일 민생현장을 숨가쁘게 찾아다닌다. 종로소방서, 영등포 청과물 시장, 양양 산불 현장, 부산 자갈치 시장, 성남 성호시장 등 곳곳을 누비고 있다.
생일날 저녁에는 경선에서 낙선한 김두관 전 행자부 장관, 김원웅 송영길 의원을 만나 이들을 위로하고 격려했다. 당내 통합을 위한 ‘문희상 정치’의 시작이다.
그가 ‘문희상 정치’를 내걸고 전면에 나선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79년 김대중 전대통령의 ‘3단계 통일론’에 감화를 받아 정치에 발을 들인지 26년만이다.
문희상 정치는 포용과 통합, 조정력이란 특징을 담고 있다. 정치인 문희상의 생각과 사고의 기본을 이루는 출발점이 인간관계에 놓여있다는 얘기다. 문 의장은 이를 “공자의 영향을 많이 받은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무신불립(無信不立) = 유가의 1인자로 2500여년전의 인물인 공자를 문 의장이 접한 건 소년시절이다. 초등학교 6학년 담임에게서 논어를 처음 배웠다. 문 의장은 “최양화 선생님인데, 아직 생존해 계신다”며 “동양인의 의식구조에 공자 사상의 영향이 누구에게나 담겨 있고, 나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문 의장이 정치철학의 요체로 여기는 말이 ‘무신불립’이다. ‘믿음이 없으면 살아나갈 수 없다’는 뜻으로 논어의 ‘안연편’에 나온다.
제자 자공이 정치의 요체가 무엇이냐고 묻자 공자는 “정치란 경제(足食), 군사력(足兵), 그리고 백성들의 신뢰(民信之)”라고 답했다. 자공이 만약 이 3가지 중에 하나를 버리지 않을 수 없다면 어느 것을 먼저 버려야 하냐고 묻자 공자는 “군사력을 버려라(去兵)”고 했고, 만약 나머지 두가지 중에서 하나를 버리지 않을 수 없다면 어느 것을 버려야 하냐는 질문에는 “경제를 버려라(去食), 예부터 백성이 죽는 일을 겪지 않은 나라가 없지만 백성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 나라가 설 수 없다(無信不立)”고 했다.
문 의장은 “이는 공동체의 구성원 간에, 치자(治者)와 피치자(被治者) 간에 믿음이 없으면 이미 국가가 아니라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정치에서 믿음은 생명과 같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개혁과 민생의 동반 성장’을 약속하고, 당의장이 되자마자 ‘속풀이 민생현장 투어’의 강행군을 거듭하는 것은 ‘병(兵)·식(食)·신(信)’과 무신불립에 담긴 정치원리를 실천하기 위해서다.
◆화이부동(和而不同) = 문 의장의 ‘유교 해석’은 ‘붕우유신(朋友有信)’과 ‘화이부동’으로 이어진다. 그는 “공자는 윤리에 관심이 많았다. 윤리는 인간관계에 관한 것”이라고 말을 이었다. 그가 ‘붕우유신’에 관심을 기울이는 건 까닭이 있다. 공자가 집대성했던 유교는 수직질서를 기본으로 한다. 자식보다 아비가 먼저이고, 신하보다 임금이 앞선다. 그런데 유교의 도덕사상에서 거론되는 오륜(五倫) 중에 나오는 ‘붕우유신’은 이와 다르다.
문 의장은 “이것만은 수평질서를 이야기하는 말”이라고 했다. “믿음이 수평질서의 기본이라는 의미로 나는 해석한다”고 덧붙였다.
‘화이부동’은 ‘무신불립’과 함께 문 의장이 자주 입에 올리는 경구다. 논어 ‘자로편’에 나오는 말로 ‘화합하되 부화뇌동하지 않는다’는 뜻을 담고 있다. 문 의장은 이를 ‘화합하되 각자의 개성과 견해는 다를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인다. 그는 “민주적 리더십을 말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자신의 개성대로 생각하고 말할 자유가 누구에게나 있고, 이를 조화로 이끄는 리더십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같은 역할’이다.
그가 당내 경선기간 내내 강조했던 ‘통합의 리더십’은 화이부동의 원리에서 나왔다. 개혁과 실용이 팽팽하게 대립하는 경선 구도 속에서 그는 그 누구를 공격하지도, 배척하지도 않았다.
열린우리당 대의원들이 문희상 당의장 체제를 선택한 것은 그가 지닌 통합력과 조정력에 기대를 걸고 있기 때문이란 게 당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유력 대권주자들과 정당개혁운동을 중심으로 나눠진 여러 정파들간 세력다툼을 관리하고, 당청·당정 관계를 원활히 풀어갈 정치력에 대한 요구란 것이다.
화이부동은 민주당과의 통합 문제에도 적용된다. ‘적절한 대의명분과 시기’란 조건이 갖춰지면 통합에 나설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1945년 해방둥이인 문희상 당의장은 이날로 60세가 됐다. 음력 3월 3일 ‘삼짇날’이다.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와 봄을 알린다는 명절이다.
이날 오후 노무현 대통령은 국회 당의장실로 난 화분을 보내 문 의장의 회갑을 축하했다. 문 의장은 “나이 50이 된 뒤로는 시간이 화살처럼 흘렀다”며 “인생이 60부터라니까 이제 난 한살”이라며 웃음을 보였다. 당내 경선 기간중 뜻하지 않은 교통사고로 가슴을 쓸어내렸던 일도 새삼 떠올렸다.
문 의장이 당의장 선출 직후 내건 정치 키워드는 ‘속풀이 해장국 정치’다. 개혁과 민생의 동반성공을 주창했던 그는 연일 민생현장을 숨가쁘게 찾아다닌다. 종로소방서, 영등포 청과물 시장, 양양 산불 현장, 부산 자갈치 시장, 성남 성호시장 등 곳곳을 누비고 있다.
생일날 저녁에는 경선에서 낙선한 김두관 전 행자부 장관, 김원웅 송영길 의원을 만나 이들을 위로하고 격려했다. 당내 통합을 위한 ‘문희상 정치’의 시작이다.
그가 ‘문희상 정치’를 내걸고 전면에 나선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79년 김대중 전대통령의 ‘3단계 통일론’에 감화를 받아 정치에 발을 들인지 26년만이다.
문희상 정치는 포용과 통합, 조정력이란 특징을 담고 있다. 정치인 문희상의 생각과 사고의 기본을 이루는 출발점이 인간관계에 놓여있다는 얘기다. 문 의장은 이를 “공자의 영향을 많이 받은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무신불립(無信不立) = 유가의 1인자로 2500여년전의 인물인 공자를 문 의장이 접한 건 소년시절이다. 초등학교 6학년 담임에게서 논어를 처음 배웠다. 문 의장은 “최양화 선생님인데, 아직 생존해 계신다”며 “동양인의 의식구조에 공자 사상의 영향이 누구에게나 담겨 있고, 나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문 의장이 정치철학의 요체로 여기는 말이 ‘무신불립’이다. ‘믿음이 없으면 살아나갈 수 없다’는 뜻으로 논어의 ‘안연편’에 나온다.
제자 자공이 정치의 요체가 무엇이냐고 묻자 공자는 “정치란 경제(足食), 군사력(足兵), 그리고 백성들의 신뢰(民信之)”라고 답했다. 자공이 만약 이 3가지 중에 하나를 버리지 않을 수 없다면 어느 것을 먼저 버려야 하냐고 묻자 공자는 “군사력을 버려라(去兵)”고 했고, 만약 나머지 두가지 중에서 하나를 버리지 않을 수 없다면 어느 것을 버려야 하냐는 질문에는 “경제를 버려라(去食), 예부터 백성이 죽는 일을 겪지 않은 나라가 없지만 백성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 나라가 설 수 없다(無信不立)”고 했다.
문 의장은 “이는 공동체의 구성원 간에, 치자(治者)와 피치자(被治者) 간에 믿음이 없으면 이미 국가가 아니라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정치에서 믿음은 생명과 같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개혁과 민생의 동반 성장’을 약속하고, 당의장이 되자마자 ‘속풀이 민생현장 투어’의 강행군을 거듭하는 것은 ‘병(兵)·식(食)·신(信)’과 무신불립에 담긴 정치원리를 실천하기 위해서다.
◆화이부동(和而不同) = 문 의장의 ‘유교 해석’은 ‘붕우유신(朋友有信)’과 ‘화이부동’으로 이어진다. 그는 “공자는 윤리에 관심이 많았다. 윤리는 인간관계에 관한 것”이라고 말을 이었다. 그가 ‘붕우유신’에 관심을 기울이는 건 까닭이 있다. 공자가 집대성했던 유교는 수직질서를 기본으로 한다. 자식보다 아비가 먼저이고, 신하보다 임금이 앞선다. 그런데 유교의 도덕사상에서 거론되는 오륜(五倫) 중에 나오는 ‘붕우유신’은 이와 다르다.
문 의장은 “이것만은 수평질서를 이야기하는 말”이라고 했다. “믿음이 수평질서의 기본이라는 의미로 나는 해석한다”고 덧붙였다.
‘화이부동’은 ‘무신불립’과 함께 문 의장이 자주 입에 올리는 경구다. 논어 ‘자로편’에 나오는 말로 ‘화합하되 부화뇌동하지 않는다’는 뜻을 담고 있다. 문 의장은 이를 ‘화합하되 각자의 개성과 견해는 다를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인다. 그는 “민주적 리더십을 말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자신의 개성대로 생각하고 말할 자유가 누구에게나 있고, 이를 조화로 이끄는 리더십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같은 역할’이다.
그가 당내 경선기간 내내 강조했던 ‘통합의 리더십’은 화이부동의 원리에서 나왔다. 개혁과 실용이 팽팽하게 대립하는 경선 구도 속에서 그는 그 누구를 공격하지도, 배척하지도 않았다.
열린우리당 대의원들이 문희상 당의장 체제를 선택한 것은 그가 지닌 통합력과 조정력에 기대를 걸고 있기 때문이란 게 당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유력 대권주자들과 정당개혁운동을 중심으로 나눠진 여러 정파들간 세력다툼을 관리하고, 당청·당정 관계를 원활히 풀어갈 정치력에 대한 요구란 것이다.
화이부동은 민주당과의 통합 문제에도 적용된다. ‘적절한 대의명분과 시기’란 조건이 갖춰지면 통합에 나설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