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삼 칼럼>민주노동당의 잃어버린 1년(2005.04.19)

지역내일 2005-04-18 (수정 2005-04-19 오후 12:47:05)
민주노동당의 잃어버린 1년
유승삼 (언론인)

민주노동당은 14일 국회 진출 1주년을 맞아 ‘2012년 집권’을 다시 천명했다.
총선 직후에 들은 말이지만 1년 뒤에 다시 듣는 느낌은 사뭇 다르다. 당시는 민주노동당의 호언이 단순히 정치적 수사로만 들리지는 않았다. 집권까지는 몰라도, 이대로 성장하면 정치 구도를 보·혁 구도로 바꿀 강력한 견인차가 될 수도 있다는 기대마저 불러 일으켰다. 그러나 현재로선 그런 미래가 더 멀어졌으면 멀어졌지 가까워 졌다고는 느껴지지 않는다. 한 때는 19.2%까지 치솟았던 지지율이 올 들어서는 총선 때의 득표율 13.1%에도 못 미치는 11%대에 계속 머물고 있는 것이 그것을 뒷받침한다. 여러 가지 변명을 하고, 성과도 내세우고 있지만 국민의 입장에서 볼 때 민주노동당의 지난 1년은 한마디로 ‘기대 미달’이고 좀 심하게 말하면 ‘잃어버린 세월’이다.

여건 탓 하며 제 목소리 못내
그동안 줄곧 5%의 벽도 넘지 못해 안타까움을 주었던 진보 정당이 13.1%라는 비약적인 득표율을 얻은 근본 요인은 기존 정치에 대한 국민의 염증일 것이다. 열린우리당마저도 기성 정치권으로 보는 유권자들에게는 민주노동당 이외에는 대안이 없었다.
진보 정치에 대한 갈망도 작용했다. “민주노동당도 길에서 지갑을 주운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노회찬 의원은 “아직도 우리는 50년 전에 잃어버린 지갑을 찾지 못했다”고 응수한 바 있다. 남북분단과 6·25 그리고 냉전의 지속으로 계속 억눌려 왔지만 진보 정치에 대한 갈망은 살아 있었던 것이다.
1인2표제의 도입, 돈 안 드는 선거 등 선거제도의 개선도 큰 기여를 했다.
그렇지만 TV유세가 없었더라도 그런 약진이 가능했을까. 권영길·노회찬 후보의 TV출연은 보수 정권 아래서 형성된 과격한 이미지를 완화하고 대중성을 확보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유권자들은 TV를 통해 진보정당도 생각처럼 과격하지 않고 오히려 ‘믿음직하고 재미있을 수도 있다’는 느낌을 받은 것이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은 국회 진출 후에는 어디 있는지도 모르게 되어버렸다. 원내 교섭 단체가 안 되는 숫자적 열세, 거대 양 당의 의도적인 ‘왕따’가 그 이유라지만 지지자 기대를 좀 더 의식했다면 거리 투쟁을 벌이는 한이 있더라도 존재를 드러냈어야 했다. 상황의 노예가 돼 절에 간 색시처럼 고분고분했다. 마치 의원 자리에 취한 것처럼 보였다.
TV 덕을 그만큼 보았으면서도 미디어의 활용에 너무 등한했다. 스타 국회의원들이 화제가 되는 정도였지 당 차원의 미디어 전략은 없었다. 기존 미디어가 보수적이어서 충분히 반영이 안 된다면 특별대책을 세우거나 미디어를 만들어야 할 터인데 가지고 있는 미디어도 관리를 제대로 못했다.
스스로도 “정책 밑천이 바닥났다”고 말하고 있듯이 비판 다음에 새롭고 적절한 정책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문제점도 드러냈다. 정권 담당 능력에 의심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그러면서 고질적인 내부 갈등은 계속해서 표출되고 노동계의 격렬한 움직임이 그 때마다 당에 고스란히 투영되니 국민이 실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국민이 기대를 버린 것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두 자리 수의 지지율만은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은 아직도 신생 민주노동당의 걸음마를 애정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그러나 마냥 기다려 주지는 않을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분발해야 한다.
노동계의 주장을 입법화하거나 최소한 공론화하는 게 민주노동당에게 주어진 1차적 책무인 것은 사실이다. 이를 통해 노사 갈등의 해결이 제도화하고 노사간의 의제가 국민적 의제로 확대되는 것은 사회 발전을 위해서도 큰 도움이 되는 일이다.

진보 외연을 확대하라
그러나 사실상 유일한 진보 정당이라 할 민주노동당의 책무가 거기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민주노동당이 단지 노동조직의 정치기구화에만 만족하는 것은 자신을 스스로 왜소화하고 역할을 제한하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에게는 잃어버린 50년의 진보 역사를 되살리고 이어갈 책무가 있다. 그를 통해 보수 편향적이며 지역주의에 사로잡혀 있는 정치 구도를 진보 대 보수의 구도로 혁신해 달라는 기대도 안고 있다.
그러려면 교조적이고 폐쇄적인 이념과 틀에서 과감히 벗어나 외연을 확대해야 한다. 잦은 당내 갈등은 당의 문화가 교조적이고 폐쇄적이며 편협하다는 증거이다. 민주노동당이 더 이상, 정신적으로는 학생기를 벗어나지 못한 ‘늙은 운동권 조직’이어서는 안 될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국민에게 꿈을 제시해 주어야 한다. 설사 가까운 시일 안에 실현될 가능성은 없을지라도 이상을 제시해 사회와 역사의 진보를 믿는 사람들이 삶의 이정표로 삼게 해 주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보수 정당은 가질 수 없는 진보 정당만의 특권이며 자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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