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기간당원제 딜레마 > (마지막회)
포기하면 ‘분당 정당성·정체성 부정’ … 현 방식은 ‘도입 취지 심각히 훼손’
지역내일
2005-05-12
(수정 2005-05-12 오전 10:52:12)
“열린우리당은 지금 딜레마에 빠졌다. 당장 힘들다고 기간당원제를 포기한다면 분당의 정당성을 상실하는 것은 물론 당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이고, 한다고 해도 지금 방식이라면 원래 기간당원제 도입의 취지를 살릴 수 없을 것이다.”
조정관 한신대 교수(국제관계학부·정치학)의 지적은 최근 우리당의 상황을 집약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우리당은 지난 4·2 전당대회 전후로 기간당원이 급증·급감하는 양상을 보여 ‘종이 당원’이라는 일부 부정적인 모습을 노정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기간당원제가 우리나라 정당 현실에 맞는가하는 근본적인 질문부터, ‘100년 정당’을 한다는 우리당이 구체적으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까지 다양한 질문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
◆‘기간당원’ 과연 성공할까 = 열린우리당의 ‘트레이드마크’이다시피 한 기간당원제는 유럽식 정당모델에서 힌트를 얻은 것이다. 유럽식 정당은 진성(기간)당원들을 중심으로 움직이며, 이들 당원들은 철저히 ‘계층과 노선’에 따라 지지 정당을 선택한다.
미국은 진성당원 방식을 택하고 있지 않지만 소위 ‘태어날 때부터’ 민주당·공화당을 선택하거나 부여받는다고 표현한다. 정체성과 맞물려 집안 대대로 민주당 내지 공화당을 지지하며 그 명맥을 유지해나가는 게 일반적인 모습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정치적 노선 내지 계층이라는 정체성과 일치시켜 지지 정당을 선택하지 않는다. 대부분 지역으로 갈린다. 더군다나 우리당은 예전 민주당이나 현재 한나라당처럼 지역 기반의 성격이 강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유럽식 진성(기간)당원제가 제대로 정착될 수 있느냐 하는 데에는 의견이 엇갈린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김헌태 소장은 “‘당원이 주인되는 당’이라는 기본 원칙에 동의하지 않을 사람은 없지만 현실적으로 기간당원들을 모아낼 구심점이 약한 게 우리당의 현실”이라고 지적한다.
김 소장은 “유럽은 노선이나 계층을 기반으로 해서 자신의 이해관계가 정책으로 현실화되는 과정을 직접 경험하기 때문에 당에 참여·봉사할 수 있는 진성당원이 가능하지만, 현재 한국 정당들은 그런 유효성(efficiency)을 갖고 있지 않다”고 설명한다.
정치컨설팅그룹 ‘민’의 박성민 대표는 “절차적인 민주성과 그 결과가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며 “문제는 지금 우리당이 시도하고 있는 기간당원제가 앞으로 절차적인 민주성과 더불어 그에 걸맞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지에 대해 냉철한 판단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일명 ‘종이당원’과 같은 부작용을 없애고 당초 도입 취지를 시스템으로 관철시킬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구조가 아닌 의지·내용의 문제’ = 하지만 여러가지 어려움과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우리당 일각에서 기간당원제 자체에 회의를 품는 것에 냉소 내지 비판을 보내는 시각도 상당부분 존재한다.
조정관 교수는 “기간당원제 자체는 열린우리당의 생명이라고 생각한다. 민주당에서 떨어져 나올 때 그것 하겠다고 나온 것 아닌가”라며, 이를 포기할 경우 분당의 정당성이 없어지고 결국 ‘도로 민주당’이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정당 전문가들은 기간당원제의 부작용 내지 부실함을 당내 민주주의의 부재와 우리당의 대중성 확보 실패 등으로 요약한다.
조 교수는 “지방정치가 활성화되려면 시도당이 자발성을 지녀야 하는데 아직까지 중앙당이 시도당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며 “선거 때만 동원된다는 생각 때문에 당원들이 모이질 않는다”고 지적한다.
조 교수는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기간당원제를 둘러싼 논란이 정파 싸움으로 변질돼서 정당개혁 모델의 시도라는 본질적인 문제를 놓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원택 숭실대 교수(정치학)는 “만들어진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속에서, 우리당이 광범위한 대중성을 확보하지 못한 게 문제지 기간당원제 자체의 문제는 아니다”며 “기간당원의 역할 등에 관한 문제는 유럽에서도 늘 제기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헌태 소장은 “상향식 민주주의를 왜곡되지 않게 실현하려면 ‘종이당원’등을 막을 수 있는 강력한 제재장치 등이 같이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간당원제를 강력히 주장해온 문태룡 참여정치연구회 전 집행위원장은 “김치찌개에 김치는 없고, 우거지를 넣고 맛없다고 해서 되겠냐”며 “당권을 잡는 문제, 과거 ‘총재’의 자리를 누가 메울 것인가에만 관심있는 사람들 때문에 기간당원제의 본질이 훼손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숙현 기자 shlee@naeil.com
조정관 한신대 교수(국제관계학부·정치학)의 지적은 최근 우리당의 상황을 집약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우리당은 지난 4·2 전당대회 전후로 기간당원이 급증·급감하는 양상을 보여 ‘종이 당원’이라는 일부 부정적인 모습을 노정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기간당원제가 우리나라 정당 현실에 맞는가하는 근본적인 질문부터, ‘100년 정당’을 한다는 우리당이 구체적으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까지 다양한 질문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
◆‘기간당원’ 과연 성공할까 = 열린우리당의 ‘트레이드마크’이다시피 한 기간당원제는 유럽식 정당모델에서 힌트를 얻은 것이다. 유럽식 정당은 진성(기간)당원들을 중심으로 움직이며, 이들 당원들은 철저히 ‘계층과 노선’에 따라 지지 정당을 선택한다.
미국은 진성당원 방식을 택하고 있지 않지만 소위 ‘태어날 때부터’ 민주당·공화당을 선택하거나 부여받는다고 표현한다. 정체성과 맞물려 집안 대대로 민주당 내지 공화당을 지지하며 그 명맥을 유지해나가는 게 일반적인 모습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정치적 노선 내지 계층이라는 정체성과 일치시켜 지지 정당을 선택하지 않는다. 대부분 지역으로 갈린다. 더군다나 우리당은 예전 민주당이나 현재 한나라당처럼 지역 기반의 성격이 강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유럽식 진성(기간)당원제가 제대로 정착될 수 있느냐 하는 데에는 의견이 엇갈린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김헌태 소장은 “‘당원이 주인되는 당’이라는 기본 원칙에 동의하지 않을 사람은 없지만 현실적으로 기간당원들을 모아낼 구심점이 약한 게 우리당의 현실”이라고 지적한다.
김 소장은 “유럽은 노선이나 계층을 기반으로 해서 자신의 이해관계가 정책으로 현실화되는 과정을 직접 경험하기 때문에 당에 참여·봉사할 수 있는 진성당원이 가능하지만, 현재 한국 정당들은 그런 유효성(efficiency)을 갖고 있지 않다”고 설명한다.
정치컨설팅그룹 ‘민’의 박성민 대표는 “절차적인 민주성과 그 결과가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며 “문제는 지금 우리당이 시도하고 있는 기간당원제가 앞으로 절차적인 민주성과 더불어 그에 걸맞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지에 대해 냉철한 판단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일명 ‘종이당원’과 같은 부작용을 없애고 당초 도입 취지를 시스템으로 관철시킬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구조가 아닌 의지·내용의 문제’ = 하지만 여러가지 어려움과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우리당 일각에서 기간당원제 자체에 회의를 품는 것에 냉소 내지 비판을 보내는 시각도 상당부분 존재한다.
조정관 교수는 “기간당원제 자체는 열린우리당의 생명이라고 생각한다. 민주당에서 떨어져 나올 때 그것 하겠다고 나온 것 아닌가”라며, 이를 포기할 경우 분당의 정당성이 없어지고 결국 ‘도로 민주당’이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정당 전문가들은 기간당원제의 부작용 내지 부실함을 당내 민주주의의 부재와 우리당의 대중성 확보 실패 등으로 요약한다.
조 교수는 “지방정치가 활성화되려면 시도당이 자발성을 지녀야 하는데 아직까지 중앙당이 시도당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며 “선거 때만 동원된다는 생각 때문에 당원들이 모이질 않는다”고 지적한다.
조 교수는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기간당원제를 둘러싼 논란이 정파 싸움으로 변질돼서 정당개혁 모델의 시도라는 본질적인 문제를 놓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원택 숭실대 교수(정치학)는 “만들어진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속에서, 우리당이 광범위한 대중성을 확보하지 못한 게 문제지 기간당원제 자체의 문제는 아니다”며 “기간당원의 역할 등에 관한 문제는 유럽에서도 늘 제기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헌태 소장은 “상향식 민주주의를 왜곡되지 않게 실현하려면 ‘종이당원’등을 막을 수 있는 강력한 제재장치 등이 같이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간당원제를 강력히 주장해온 문태룡 참여정치연구회 전 집행위원장은 “김치찌개에 김치는 없고, 우거지를 넣고 맛없다고 해서 되겠냐”며 “당권을 잡는 문제, 과거 ‘총재’의 자리를 누가 메울 것인가에만 관심있는 사람들 때문에 기간당원제의 본질이 훼손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숙현 기자 s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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