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학교 현실 패러디해 <학교대사전> 만든 이세준 주덕진 백인식 군
고3, 청소년들이 가장 기피하는 불운한 종족
지역내일
2005-05-13
(수정 2005-05-13 오후 2:05:47)
고등학생 세 명이 이름도 거창한 <학교대사전>을 집필했다. 사전이긴 하지만 딱딱하고 재미없는 사전이 아니라 학생들의 재기발랄한 생각과 사고를 담아 만든 톡톡 튀는 패러디 사전이다. 학교에서 일어나고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일들을 이 기발한 사전 한 권으로 정리해낸 주인공은 이세준 주덕진 백인식 군. 지난 2월에 경기고등학교를 졸업한 이들의 블로그(myhome.naver.com/ssanzing2)는 지난 1월 25일 공개된 후 52만 명 이상이 다녀갈 정도로 인기다. 고등학생의 눈으로 본 적나라한 우리 학교는 어떤 모습인가?
진부한 어른의 시각이 아닌 신세대만의 톡톡 튀는 재치가 돋보인다. 읽다보면 어쩜 이렇게 재미있게 표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이 책의 저자들, 반항아 기질이 다분한 아웃사이더 학생이 아니었을까? 그러나 예상은 빗나갔다. 실제 만난 이들은 이른바 ‘모범생’ 그 자체였다.
“처음에는 연습장에 재미 삼아 여러 단어들을 생각나는 대로 적기 시작했는데, 친구들이 재미있다고 해서 계속 쓰게 됐어요. 그걸 인터넷에 올렸더니 회원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더군요. 처음 이걸 쓸 땐 책까지 낼 줄은 몰랐죠.”
세 학생 중 가장 먼저 <학교대사전>에 나온 단어를 만들기 시작한 이세준 군의 이야기다. 세준 군은 중학교 시절에 읽었던 미국 작가 비어슨이 쓴 책 <악마의 사전="">이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뒤이어 주덕진 군이 합류했다.
“고3 때 세 명이 모두 같은 반이었어요. 세준이가 만든 단어들을 보고 너무 재미있어 집에서 공부하다가 생각나는 단어를 그때그때 적었습니다. 그러곤 세준이에게 보여주고 재미있다고 하면 또 다른 단어를 만들고…. 그렇게 자연스럽게 셋이서 <학교대사전>을 만들게 됐어요.”
친구들이 ‘재미있다. 뭐 또 다른 거 없어’라며 반응을 보이자 문서로 남기기로 결심했다. 졸업 선물로 제본해서 친구들에게 나눠주려고 했던 것.
그런데 블로그가 폭발적으로 인기를 끌자 10여 군데 출판사에서 출판 제의가 들어왔고 급기야 책까지 만들게 됐다.
“벌써 소원 하나는 이룬 셈이에요. 죽기 전에 뭔가 하나는 남기고 가자는 게 저의 평소 신념이었거든요.” 뉴튼처럼 과학사에 남는 법칙을 남기고 싶다는 주덕진 군(서울대 전자공학과 1학년)의 얘기다.
이들이 처음 블로그에 <학교대사전>을 올렸을 땐 이름은 물론, e-메일 등 개인 신상에 관한 것은 전혀 밝히지 않았다. 최소한 졸업은 제대로 해야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고. 학교에 대해 다소 비판적인 시각을 담고 있다보니 몸을 사렸던(?) 모양이다.
“선생님들은 책이 나온 후에 보셨어요. 의외로 재미있다는 선생님들이 많으시더라고요. 사실 이 책은 학교를 비판하기 위해서 쓴 것은 아니에요. 있는 그대로의 학교 모습을 담다보니 그렇게 비춰졌을 뿐이죠.”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김에 요즘 땅에 떨어진 교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세준 군의 대답.
“처음 3월 한 달 동안 아이들이 나름대로 계산기를 두들겨요. 재미있고 수준 있게 가르치는 선생님이라면 왜 인기가 없겠어요? ‘어, 이거 들을 만한데’라는 생각이 들면 수업을 듣는 거고 아니면 자는 거죠. 조금이라도 더 양질의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고자 노력하는 선생님은 학생들이 먼저 알아봐요. 선생님들도 끊임없이 연구를 게을리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주덕진 군 역시 학생들이 선생님을 바라보는 시각이 굉장히 객관적이라고 맞장구쳤다. 그렇다고 공교육이 제 모습을 찾지 못하는 원인이 모두 교사에게 있다는 건 아니라고 덧붙였다.
“책 쓰느라 공부에 방해를 받은 건 아니에요. 그런데 부모님께 많이 혼났죠. 이런 거 쓰다가 대학 떨어졌다고요.”
지금 재수를 하고 있는 세준 군의 얘기다. 그는 <학교대사전>을 쓰다가 자신이 이과보다는 문과에 더 적합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단다. 그래서 국문학과를 지원할 예정. 백군 역시 다시 대학입시를 준비 중이다. 컴퓨터 관련 학과에 가는 것이 목표다.
/김아영 기자 aykim@naiel.com
사진 제공 이레 출판사학교대사전>학교대사전>학교대사전>악마의>학교대사전>학교대사전>
진부한 어른의 시각이 아닌 신세대만의 톡톡 튀는 재치가 돋보인다. 읽다보면 어쩜 이렇게 재미있게 표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이 책의 저자들, 반항아 기질이 다분한 아웃사이더 학생이 아니었을까? 그러나 예상은 빗나갔다. 실제 만난 이들은 이른바 ‘모범생’ 그 자체였다.
“처음에는 연습장에 재미 삼아 여러 단어들을 생각나는 대로 적기 시작했는데, 친구들이 재미있다고 해서 계속 쓰게 됐어요. 그걸 인터넷에 올렸더니 회원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더군요. 처음 이걸 쓸 땐 책까지 낼 줄은 몰랐죠.”
세 학생 중 가장 먼저 <학교대사전>에 나온 단어를 만들기 시작한 이세준 군의 이야기다. 세준 군은 중학교 시절에 읽었던 미국 작가 비어슨이 쓴 책 <악마의 사전="">이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뒤이어 주덕진 군이 합류했다.
“고3 때 세 명이 모두 같은 반이었어요. 세준이가 만든 단어들을 보고 너무 재미있어 집에서 공부하다가 생각나는 단어를 그때그때 적었습니다. 그러곤 세준이에게 보여주고 재미있다고 하면 또 다른 단어를 만들고…. 그렇게 자연스럽게 셋이서 <학교대사전>을 만들게 됐어요.”
친구들이 ‘재미있다. 뭐 또 다른 거 없어’라며 반응을 보이자 문서로 남기기로 결심했다. 졸업 선물로 제본해서 친구들에게 나눠주려고 했던 것.
그런데 블로그가 폭발적으로 인기를 끌자 10여 군데 출판사에서 출판 제의가 들어왔고 급기야 책까지 만들게 됐다.
“벌써 소원 하나는 이룬 셈이에요. 죽기 전에 뭔가 하나는 남기고 가자는 게 저의 평소 신념이었거든요.” 뉴튼처럼 과학사에 남는 법칙을 남기고 싶다는 주덕진 군(서울대 전자공학과 1학년)의 얘기다.
이들이 처음 블로그에 <학교대사전>을 올렸을 땐 이름은 물론, e-메일 등 개인 신상에 관한 것은 전혀 밝히지 않았다. 최소한 졸업은 제대로 해야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고. 학교에 대해 다소 비판적인 시각을 담고 있다보니 몸을 사렸던(?) 모양이다.
“선생님들은 책이 나온 후에 보셨어요. 의외로 재미있다는 선생님들이 많으시더라고요. 사실 이 책은 학교를 비판하기 위해서 쓴 것은 아니에요. 있는 그대로의 학교 모습을 담다보니 그렇게 비춰졌을 뿐이죠.”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김에 요즘 땅에 떨어진 교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세준 군의 대답.
“처음 3월 한 달 동안 아이들이 나름대로 계산기를 두들겨요. 재미있고 수준 있게 가르치는 선생님이라면 왜 인기가 없겠어요? ‘어, 이거 들을 만한데’라는 생각이 들면 수업을 듣는 거고 아니면 자는 거죠. 조금이라도 더 양질의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고자 노력하는 선생님은 학생들이 먼저 알아봐요. 선생님들도 끊임없이 연구를 게을리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주덕진 군 역시 학생들이 선생님을 바라보는 시각이 굉장히 객관적이라고 맞장구쳤다. 그렇다고 공교육이 제 모습을 찾지 못하는 원인이 모두 교사에게 있다는 건 아니라고 덧붙였다.
“책 쓰느라 공부에 방해를 받은 건 아니에요. 그런데 부모님께 많이 혼났죠. 이런 거 쓰다가 대학 떨어졌다고요.”
지금 재수를 하고 있는 세준 군의 얘기다. 그는 <학교대사전>을 쓰다가 자신이 이과보다는 문과에 더 적합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단다. 그래서 국문학과를 지원할 예정. 백군 역시 다시 대학입시를 준비 중이다. 컴퓨터 관련 학과에 가는 것이 목표다.
/김아영 기자 aykim@naiel.com
사진 제공 이레 출판사학교대사전>학교대사전>학교대사전>악마의>학교대사전>학교대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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