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남·원·정 ‘시련의 계절’
남경필 원희룡 정병국 의원 … ‘개혁 중추’에서 ‘분란세력’으로 몰려
지역내일
2005-05-16
(수정 2005-05-16 오전 11:13:15)
“현재 ‘남원정’ 그룹은 한나라당의 소금이 아니라 설탕이다.”
‘남원정’(남경필 원희룡 정병국 의원) 그룹에 대한 한나라당 내 분위기가 냉랭하다. 당 개혁의 중추세력으로 부상하며 당내 이목을 집중시켰던 때와는 딴판이다.
남원정에 대한 따가운 시선은 당 소속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당직자들 내에서도 널리 퍼져 있다. 비판의 핵심은 ‘남원정이 한나라당의 희망인 때가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원칙과 방향성 없이 그만그만한 비판세력으로 전락해 버렸다’는 것이다.
한때 한나라당의 천신정그룹(천정배 신기남 정동영)으로까지 불리던 남원정이 당내에서 이렇게까지 심한 비판을 받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한나라당 내 쇄신 주도 = 한나라당 내에서 남원정의 ‘공적’을 꼽는 사람들은 지난 17대 총선 직전 대대적인 공천 물갈이를 주도한 것을 대표적인 예로 꼽는다.
당시 60여명의 현역 국회의원이 자원해서 출마포기를 하거나 공천에서 탈락했는데, ‘고집 센’ 김문수 공천심사위원장의 역할도 컸지만 남원정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최틀러’로 불리며 지난해 노무현 대통령 탄핵을 주도했던 최병렬 전 대표의 용퇴를 주도한 것도 남원정이었다.
좀 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지난 2002년 3월 당내 지도체제에 반발, 한나라당을 탈당했던 박근혜 의원이 다시 당에 복귀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도 남원정이었다. 현재 남원정은 박근혜 대표 체제를 강하게 비판하며 이른바 ‘반박’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당 안팎에서 고립 = 최근까지만 해도 남원정은 당내 보수세력으로부터 비판과 견제를 심하게 받긴 했지만 개혁성향 당 지지층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던 것도 사실이다. 원희룡 의원이 지난 7월 전당대회에서 박근혜 대표 다음으로 2위를 차지, 지도부에 입성한 것도 이들 지지세력의 힘이었다.
하지만 현재 한나라당 내에서 남원정의 힘은 예전과는 비교가 안될 만큼 미약해져 있다.
한 당직자는 “과거와 달리 남원정의 주장에 힘이 실리지 않는다”면서 “아무리 옳은 얘기라도 분위기를 주도할 힘이 없으면 소용없다”고 지적했다.
4·30 재보선이 끝난 이후 ‘박사모’와 원희룡 최고위원이 부딪힌 것도 따지고 보면 남원정의 당내 현주소를 보여주는 사례다. 이유야 어찌됐건 당내 입지가 확고하다면 한 정치인의 팬클럽일뿐인 ‘박사모’와 소모적인 논쟁을 벌일 일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개인플레이는 공멸” = 남원정에 대한 당내 비판은 대략 세가지다. 한나라당의 집권을 위해 무엇을 하겠다는 원칙과 방향, 컨텐츠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점, 당내 개혁을 이끌 지도력을 상실했다는 점, 남원정을 뒷받침할 힘을 확보하지 못한 채 개인플레이에 치중한다는 점 등이다.
남원정에 대한 한 핵심 당직자의 비판은 섬뜩할 정도로 매몰차다.
“그 동안 남원정이 외쳐온 당 개혁의 당위성에 대해서는 인정한다. 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방법론이 없다. 미래연대 시절부터 따지면 남원정이 주도해 만든 수요모임은 한나라당 내에서 가장 전통 있는 공부모임이다. 남원정은 그 수요모임의 지도자다. 하지만 지금 남원정은 수요모임 의원들조차 결집하지 못하고 있다.”
이 당직자는 “그래도 한나라당 내에 남원정만한 개혁그룹이 없어 그들에게 희망을 걸고 있었다”며 “하지만 현재 남원정은 ‘누구는 서울시장 누구는 경기도지사’라는 식의 개인욕심만 부리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면서 비판의 날을 세웠다.
이런 지적은 남원정 그룹 내에서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그룹 내 한 관계자는 “너희들 요즘 당 비판 많이 하는데, 비전이 뭐냐라고 물으면 별로 할말이 없다. 맨날 인적쇄신 외치며 몇몇 의원들 욕이나 하고…. 국민들은 식상할 것”이라며 당내 비판을 수긍했다.
이 관계자는 “남원정은 현재 내부 분란세력으로 낙인찍혀 있을 뿐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이런 답답한 상황을 돌파할 방법이 없어 고민”이라고 했다.
원희룡 의원은 “수요모임이 이제 더 이상 당내 비판세력이 아니라 책임 있는 정책제안과 행동을 통해 당내 대안세력으로 자리매김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남원정을 지지한다는 한 당직자는 “남원정은 그들 스스로 시장 도지사 대권 등을 꿈꾸며 한나라당의 정권창출이라는 대의명분을 버린지 오래인 것처럼 보인다”면서 “남원정의 대의명분은 공동체 속에서 차기 정권 창출을 위한 역할을 찾는 것”이라고 충고했다.
/신창훈 기자 chunsim@naeil.com
‘남원정’(남경필 원희룡 정병국 의원) 그룹에 대한 한나라당 내 분위기가 냉랭하다. 당 개혁의 중추세력으로 부상하며 당내 이목을 집중시켰던 때와는 딴판이다.
남원정에 대한 따가운 시선은 당 소속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당직자들 내에서도 널리 퍼져 있다. 비판의 핵심은 ‘남원정이 한나라당의 희망인 때가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원칙과 방향성 없이 그만그만한 비판세력으로 전락해 버렸다’는 것이다.
한때 한나라당의 천신정그룹(천정배 신기남 정동영)으로까지 불리던 남원정이 당내에서 이렇게까지 심한 비판을 받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한나라당 내 쇄신 주도 = 한나라당 내에서 남원정의 ‘공적’을 꼽는 사람들은 지난 17대 총선 직전 대대적인 공천 물갈이를 주도한 것을 대표적인 예로 꼽는다.
당시 60여명의 현역 국회의원이 자원해서 출마포기를 하거나 공천에서 탈락했는데, ‘고집 센’ 김문수 공천심사위원장의 역할도 컸지만 남원정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최틀러’로 불리며 지난해 노무현 대통령 탄핵을 주도했던 최병렬 전 대표의 용퇴를 주도한 것도 남원정이었다.
좀 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지난 2002년 3월 당내 지도체제에 반발, 한나라당을 탈당했던 박근혜 의원이 다시 당에 복귀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도 남원정이었다. 현재 남원정은 박근혜 대표 체제를 강하게 비판하며 이른바 ‘반박’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당 안팎에서 고립 = 최근까지만 해도 남원정은 당내 보수세력으로부터 비판과 견제를 심하게 받긴 했지만 개혁성향 당 지지층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던 것도 사실이다. 원희룡 의원이 지난 7월 전당대회에서 박근혜 대표 다음으로 2위를 차지, 지도부에 입성한 것도 이들 지지세력의 힘이었다.
하지만 현재 한나라당 내에서 남원정의 힘은 예전과는 비교가 안될 만큼 미약해져 있다.
한 당직자는 “과거와 달리 남원정의 주장에 힘이 실리지 않는다”면서 “아무리 옳은 얘기라도 분위기를 주도할 힘이 없으면 소용없다”고 지적했다.
4·30 재보선이 끝난 이후 ‘박사모’와 원희룡 최고위원이 부딪힌 것도 따지고 보면 남원정의 당내 현주소를 보여주는 사례다. 이유야 어찌됐건 당내 입지가 확고하다면 한 정치인의 팬클럽일뿐인 ‘박사모’와 소모적인 논쟁을 벌일 일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개인플레이는 공멸” = 남원정에 대한 당내 비판은 대략 세가지다. 한나라당의 집권을 위해 무엇을 하겠다는 원칙과 방향, 컨텐츠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점, 당내 개혁을 이끌 지도력을 상실했다는 점, 남원정을 뒷받침할 힘을 확보하지 못한 채 개인플레이에 치중한다는 점 등이다.
남원정에 대한 한 핵심 당직자의 비판은 섬뜩할 정도로 매몰차다.
“그 동안 남원정이 외쳐온 당 개혁의 당위성에 대해서는 인정한다. 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방법론이 없다. 미래연대 시절부터 따지면 남원정이 주도해 만든 수요모임은 한나라당 내에서 가장 전통 있는 공부모임이다. 남원정은 그 수요모임의 지도자다. 하지만 지금 남원정은 수요모임 의원들조차 결집하지 못하고 있다.”
이 당직자는 “그래도 한나라당 내에 남원정만한 개혁그룹이 없어 그들에게 희망을 걸고 있었다”며 “하지만 현재 남원정은 ‘누구는 서울시장 누구는 경기도지사’라는 식의 개인욕심만 부리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면서 비판의 날을 세웠다.
이런 지적은 남원정 그룹 내에서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그룹 내 한 관계자는 “너희들 요즘 당 비판 많이 하는데, 비전이 뭐냐라고 물으면 별로 할말이 없다. 맨날 인적쇄신 외치며 몇몇 의원들 욕이나 하고…. 국민들은 식상할 것”이라며 당내 비판을 수긍했다.
이 관계자는 “남원정은 현재 내부 분란세력으로 낙인찍혀 있을 뿐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이런 답답한 상황을 돌파할 방법이 없어 고민”이라고 했다.
원희룡 의원은 “수요모임이 이제 더 이상 당내 비판세력이 아니라 책임 있는 정책제안과 행동을 통해 당내 대안세력으로 자리매김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남원정을 지지한다는 한 당직자는 “남원정은 그들 스스로 시장 도지사 대권 등을 꿈꾸며 한나라당의 정권창출이라는 대의명분을 버린지 오래인 것처럼 보인다”면서 “남원정의 대의명분은 공동체 속에서 차기 정권 창출을 위한 역할을 찾는 것”이라고 충고했다.
/신창훈 기자 chuns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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