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세속과 떨어져 사는 삶의 풍경
화가 오병욱씨가 들려주는 자연 교향악…‘회색도시 탈출’을 꿈꾸는 이들을 위한 책
지역내일
2005-05-23
(수정 2005-05-23 오후 1:42:15)
빨간 양철지붕 아래서
오병욱 지음
뜨인돌 /1만2000원
답답한 도시에서 하루하루를 ‘소비’하듯 살아가는 도시인들이 고즈넉한 시골마을을 동경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때문에 시골에서 잘 정착해 사는 사람들의 얘기를 들을 때면 한편으로는 부럽고, 한편으로는 시샘을 느끼기도 한다.
‘빨간 양철지붕 아래서’를 쓴 저자는 여늬 귀농자와는 물론 다르다. 화가인 저자는 시골에 농사를 지으러 내려간 것이 아니라 작품활동을 하기 위해서 시골로 ‘소풍’을 간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 오병욱 화가는 잘나가는 강남의 큐레이터였다. 2004년에는 ‘스타타워 갤러리’에서 다섯 번째 전시회를 연, 미술계에서 주목받는 화가이지만 한때는 시인을 꿈꾸기도 했던 문학청년이다. 때문에 미술계에서 알만한 사람들은 그의 문장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은 화가인 저자가 들려주는 자연 교향악이다. 저자는 화가 특유의 섬세한 관찰력으로 경북 상주의 빨간 양철지붕 할머니 집에서 15년동안 살며 겪은 소소한 일상과 자연의 풍경을 책으로 엮었다.
책 속 곳곳에는 상주 양철지붕 주위 풍경 사진들이 담겨 있다.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일상속에서 놓치고 있는 여유를 다시 찾을 것만 같다.
한여름 소나기가 후두둑 떨어지는 빨간 양철지붕 아래서 일어나는 일상, 시시때때로 모습을 바꾸는 자연의 빛깔과 향기, 어느날 찾아온 반가운 손님 딱새 이야기, 구수하고 정겨운 시골 이웃의 모습, 작업실인 폐교가 물에 잠기는 바람에 2년간의 작업들을 고스란히 떠내려 보내고 눈물을 쏟아야 했던 슬픈 일들, 신비주의자로서 삶과 그림 사이에서 고뇌했던 젊은 시절, 애틋하고 그리운 유년의 기억들이 책속에서 한편의 시처럼 유려하게 펼쳐진다.
때문에 이 책은 회색 도시에 살면서 까치발로 창밖을 보며 바다와 산과 들을 그리워 하는 사람들이 읽을만 하다.
화가 김병종 서울대 교수는 작가에 대해 “화가이기 전에 시인이고 철학자이며 사진가이고 음악가이자, 일찍부터 도시를 떠나 자연 속에 머무르면서 자연의 언어와 빛깔, 그리고 자연의 냄새와 수리를 익힌 사람”이라고 평가한다.
‘아내는 나를 따라나선 탓에 여러번 울었다. 아궁이에 불 땔 때마다 연기가 매워서 울고, 찬물에 손이 시려 울고 자장면이 먹고 싶다고 울고 내가 야속해서 울고 자신이 서러워서 울었다. 내가 여러 번 눈물을 닦아주고 빨갛게 언 손을 녹여주었지만 내가 미처 닦아주지 못한 눈물이 있었다. 그러나 그보다 훨씬 더 많이, 셀수도 없을 정도로 많이, 우리 셋은 함께 웃었다. 젊은 날은 그런 것이다. 빛과 그림자가, 기쁨과 슬픔이 나뭇잎처럼 나부끼고 시냇물처럼 반짝이며 흘러가는 것. 슬프고 달콤하고 재미있고 아름다운 눈물과 웃음.’
책 속 곳곳에서 묻어나는 저자의 감수성에 빠져 보자. 녹아내리는 눈 속에서, 햇살이 눈부신 기찻길 옆 플랫폼에서, 그리고 골목길 모퉁이를 돌아서면서 설렘을 느끼고 흐드러지게 핀 살구꽃, 감나무에 와닿는 바람소리, 불붙은 호랑이처럼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산불을 각자 마음을 캔버스삼아 풍경화로 그려 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저자 오병욱은 서울대 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하고 미술이론전공으로 석사과정을 마쳤다. 강남구 청담동 갤러리 ‘서미’에서 3년간 큐레이터로 일한 저자는 ‘삶과 예술을 한데 묶어 화해시키지 않으면 그림을 그릴 수 없으리라는 두려움’에 1990년 5월에 할머니 혼자 사시던 경북 상주 시골집으로 내려가 지금까지 오래된 빨간 양철지붕 집에서 아내와 아들과 살고 있다.
요즘도 그는 낙동강에서 200미터쯤 떨어진 교실 세 개 짜리 폐교로 아침마다 아내가 싸준 도시락을 들고 열심히 출근중이다. 아기시절 함께 내려간 그의 아들은 벌써 고등학생이 됐다고.
/장유진 기자 yjchang@naeil.com
오병욱 지음
뜨인돌 /1만2000원
답답한 도시에서 하루하루를 ‘소비’하듯 살아가는 도시인들이 고즈넉한 시골마을을 동경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때문에 시골에서 잘 정착해 사는 사람들의 얘기를 들을 때면 한편으로는 부럽고, 한편으로는 시샘을 느끼기도 한다.
‘빨간 양철지붕 아래서’를 쓴 저자는 여늬 귀농자와는 물론 다르다. 화가인 저자는 시골에 농사를 지으러 내려간 것이 아니라 작품활동을 하기 위해서 시골로 ‘소풍’을 간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 오병욱 화가는 잘나가는 강남의 큐레이터였다. 2004년에는 ‘스타타워 갤러리’에서 다섯 번째 전시회를 연, 미술계에서 주목받는 화가이지만 한때는 시인을 꿈꾸기도 했던 문학청년이다. 때문에 미술계에서 알만한 사람들은 그의 문장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은 화가인 저자가 들려주는 자연 교향악이다. 저자는 화가 특유의 섬세한 관찰력으로 경북 상주의 빨간 양철지붕 할머니 집에서 15년동안 살며 겪은 소소한 일상과 자연의 풍경을 책으로 엮었다.
책 속 곳곳에는 상주 양철지붕 주위 풍경 사진들이 담겨 있다.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일상속에서 놓치고 있는 여유를 다시 찾을 것만 같다.
한여름 소나기가 후두둑 떨어지는 빨간 양철지붕 아래서 일어나는 일상, 시시때때로 모습을 바꾸는 자연의 빛깔과 향기, 어느날 찾아온 반가운 손님 딱새 이야기, 구수하고 정겨운 시골 이웃의 모습, 작업실인 폐교가 물에 잠기는 바람에 2년간의 작업들을 고스란히 떠내려 보내고 눈물을 쏟아야 했던 슬픈 일들, 신비주의자로서 삶과 그림 사이에서 고뇌했던 젊은 시절, 애틋하고 그리운 유년의 기억들이 책속에서 한편의 시처럼 유려하게 펼쳐진다.
때문에 이 책은 회색 도시에 살면서 까치발로 창밖을 보며 바다와 산과 들을 그리워 하는 사람들이 읽을만 하다.
화가 김병종 서울대 교수는 작가에 대해 “화가이기 전에 시인이고 철학자이며 사진가이고 음악가이자, 일찍부터 도시를 떠나 자연 속에 머무르면서 자연의 언어와 빛깔, 그리고 자연의 냄새와 수리를 익힌 사람”이라고 평가한다.
‘아내는 나를 따라나선 탓에 여러번 울었다. 아궁이에 불 땔 때마다 연기가 매워서 울고, 찬물에 손이 시려 울고 자장면이 먹고 싶다고 울고 내가 야속해서 울고 자신이 서러워서 울었다. 내가 여러 번 눈물을 닦아주고 빨갛게 언 손을 녹여주었지만 내가 미처 닦아주지 못한 눈물이 있었다. 그러나 그보다 훨씬 더 많이, 셀수도 없을 정도로 많이, 우리 셋은 함께 웃었다. 젊은 날은 그런 것이다. 빛과 그림자가, 기쁨과 슬픔이 나뭇잎처럼 나부끼고 시냇물처럼 반짝이며 흘러가는 것. 슬프고 달콤하고 재미있고 아름다운 눈물과 웃음.’
책 속 곳곳에서 묻어나는 저자의 감수성에 빠져 보자. 녹아내리는 눈 속에서, 햇살이 눈부신 기찻길 옆 플랫폼에서, 그리고 골목길 모퉁이를 돌아서면서 설렘을 느끼고 흐드러지게 핀 살구꽃, 감나무에 와닿는 바람소리, 불붙은 호랑이처럼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산불을 각자 마음을 캔버스삼아 풍경화로 그려 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저자 오병욱은 서울대 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하고 미술이론전공으로 석사과정을 마쳤다. 강남구 청담동 갤러리 ‘서미’에서 3년간 큐레이터로 일한 저자는 ‘삶과 예술을 한데 묶어 화해시키지 않으면 그림을 그릴 수 없으리라는 두려움’에 1990년 5월에 할머니 혼자 사시던 경북 상주 시골집으로 내려가 지금까지 오래된 빨간 양철지붕 집에서 아내와 아들과 살고 있다.
요즘도 그는 낙동강에서 200미터쯤 떨어진 교실 세 개 짜리 폐교로 아침마다 아내가 싸준 도시락을 들고 열심히 출근중이다. 아기시절 함께 내려간 그의 아들은 벌써 고등학생이 됐다고.
/장유진 기자 yjch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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