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기치 못한 폭설과 강추위로 모든 것이 꽁꽁 얼어붙었다. 미흡하나마 시내 주요도로는 관계기관의 제설 작업으로 폭설 흔적은 어느 정도 사라졌지만 인도와 골목길 등은 여전히 꽁꽁 얼어있다. 하지만 꽁꽁 언 빙판 길을 아슬아슬하게 걸어가는 것보다 더 무섭게 느껴지는 것은 꽁꽁 얼어 있는 우리네 인심이다. 눈이 내렸지만 도대체 집 앞의 눈을 치우는 사람은 보기 힘들다. 관계기관의 미진한 제설 작업에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지만 자신의 집과 상가주변을 청소하는 주민들의 모습을 구경하기는 힘들다.
사우동 빙판길을 위태롭게 걸어가던 김진이(72) 씨는 "예전엔 새마을 운동이다 뭐다 해서 동네 사람들이 골목길에 쌓인 눈까지 치우는 게 당연했는데 요즘은 자기 집 앞 눈도 안 치운다"며 야박해진 세태를 안타까워했다.
방치된 눈 때문에 빙판길이 된 정도는 공동주택이 더 심하다. 풍무동의 K 아파트 경비원 김 모(56)씨는 폭설이 시작된 이후 눈을 치우느라 몸살이 날 정도라고 했다. 결국 2명의 경비원과 아파트 청소 아주머니가 계단과 사고 경사진 길만 겨우 치웠을 뿐이라고 한다. 김씨는 "연일 눈이 내리는데도 누구하나 치우는 사람이 없었다”며 “함께 사는 곳인 만큼 공동체 의식이 아쉽다”고 말했다.
'손님을 왕으로 모신다'는 상가 주변도 사정은 마찬가지. 대부분의 상가들이 문을 여닫거나 가게의 셔터를 내리는데 불편함이 없을 정도만 눈을 치워놓았다. 주부 오지혜(32·풍무동)씨는 "상가 앞 눈 치운 모양이 꼭 그 상가 주인의 마음을 보는 것 같다"며 "상가 앞 차도까지 눈을 치워놓은 상가를 보면 그 주인이 달라 보인다"고 전했다.
최근 김포시청은 주택가 골목길과 이면도로에서 제설·제빙작업을 벌였다. 지난 13일 유정복 시장을 비롯한 공직자 300여명이 직접 삽과 곡괭이를 들고 거리로 나섰다. 주요도로의 제설작업은 거의 끝난 상태지만 빙판길로 변해 버린 골목길과 이면도로는 사고 우려마저 높았기 때문이다.
시청 관계자는 “보도 및 이면도로에 대한 제설작업은 동별로 실시하고 있으며 공익근로요원들과 통반장 등 20∼30여명의 봉사자들과 함께 실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추운 날씨보다도 꽁꽁 얼어붙은 인심이 안타깝다는 우려 속에서 ‘내 주변은 내가 치운다’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한 때라는 여론이 높다.
양지연 리포터 yangjiyeon@mail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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